[인사이드MLB] 흔들리는 다저스, 질주하는 인디언스2017.09.10 오전 09:20 | 기사원문
해외야구 김형준 메이저리그 방송해설위원
2015년 마감시한. 워싱턴 내셔널스는 유망주(닉 피베타)를 내주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조너선 파벨본을 데려왔다.
당시 워싱턴의 주전 마무리인 드류 스토렌은 29세이브/2블론 1.73이라는 안정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워싱턴은 그가 2012년 디비전시리즈 5차전과 2014년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범한 블론세이브를 걱정했다(PS 통산 6경기 8.44). 반면 2009년 디비전시리즈 3차전의 블론세이브 전까지 17경기 26이닝 무자책을 질주했던 파펠본의 포스트시즌 경력은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이 트레이드는 최악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셋업맨 강등에 심리적 충격을 받은 스토렌이 이후 20경기에서 5홀드/3블론 6.75를 기록하고 시즌을 마감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파펠본은 9월27일 경기에서 브라이스 하퍼에게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았다고 나무라다 이에 반발한 하퍼의 목을 치는 대형 사건을 일으켰다(팀에 온 지 두 달에 불과한 파펠본은 팀의 간판 선수인 하퍼에게 훈계를 할 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케미스트리(팀 융화)가 흔들린 팀이 좋은 성적을 낼 리 없었다. 파펠본 트레이드를 할 때까지만 해도 2위 뉴욕 메츠에 3경기가 앞섰던 워싱턴(54승46패)은 이후 29승31패에 그침으로써 메츠에 7경기 뒤진 2위로 시즌을 끝냈다(와일드카드도 따내지 못했다). 하퍼와 파펠본의 덕아웃 충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맷 윌리엄스 감독은 올해의 감독에 뽑힌지 1년 만에 해고장을 받았다. 마이크 리조 단장이 "다음부터는 트레이드를 좀더 신중히 하겠다"고 한 워싱턴에게는 쓰디 쓴 교훈이었다.
1906년 시카고 컵스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가진 116승 기록에 도전하고 있던 LA 다저스가 이상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8월19일 디트로이트 원정 시리즈부터였다. 그 시리즈에서 애드리안 곤살레스(35)가 돌아온 다저스는 2차전에서 곤살레스에게 1루를 내주고 우익수로 출전한 코디 벨린저(22)가 수비 도중 발목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다음날 저스틴 벌랜더(현 휴스턴)를 상대한 3차전을 패하는 것으로 52승9패의 대질주가 막을 내렸다(이후 5승15패는 같은 기간 ML 최하위 성적).
다저스는 팀 케미스트리 유지와 전력 보강 중 후자를 택했다. 이에 트레이드 마감일 선발 다르빗슈 유와 좌완 불펜 토니 왓슨, 토니 싱그라니를 데려왔다. 유망주 손실을 최소화한 영입이었다.
더 놀라운 일은 8월20일에 일어났다. 웨이버 트레이드를 통해 뉴욕 메츠에서 커티스 그랜더슨(36)을 데려온 것이다. 이는 포스트시즌에서 쓸 중견수를 작 피더슨(25)에서 크리스 테일러(26)로 바꾸겠다는 대단히 과감한 승부수였다. 물론 그랜더슨은 케미스트리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2015년 데뷔 후 하루도 로스터에서 제외되지 않고 동고동락했던 피더슨의 마이너리그 강등은 그렇지 못했다.
다저스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1승13패(경기당 2.3득점, ERA 5.64)라는 충격적인 부진으로 이어졌다. 다르빗슈(6경기 2승3패 5.34)와 그랜더슨(19경기 .106)은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피더슨이 다시 중견수로 나서기 시작했다.
시즌 종료를 앞두고 이렇게 흔들린 팀이 과연 월드시리즈를 우승할 수 있을까. 2000년 뉴욕 양키스는 마지막 18경기에서 3승15패(경기당 3.3득점, ERA 8.04)에 그치고 시즌을 끝냈다. 하지만 양키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최종전 승부 끝에 오클랜드를 꺾었고 시애틀(4승2패)과 뉴욕 메츠(4승1패)도 차례대로 격파하고 월드시리즈를 우승했다.
비슷한 사례는 2014년에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전후로 18경기에서 5승13패를 기록했다. 시즌 종료를 앞두고도 다시 8경기 2승6패로 흔들렸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다저스와의 우승 경쟁에서 패하고 와일드카드를 따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가을 야구가 시작되자 돌변한 그들은 와일드카드 경기 승리(매디슨 범가너 완봉)를 시작으로 월드시리즈 왕좌에 올랐다.
2000년 양키스와 2014년 샌프란시스코의 공통점은 선수단 전체에 월드시리즈 우승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다는 것. 양키스는 1996년 1998-1999년 우승, 샌프란시스코는 2010년과 2012년 우승을 함께 일군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포스트시즌의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던 이들에게 정규시즌 막판의 흔들림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또한 이들은 시즌 중 무리한 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2000년 양키스 데이빗 저스티스, 2014년 샌프란시스코 제이크 피비 영입).
다저스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팀도 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10일 볼티모어전을 5-0으로 승리함으로써 17연승에 성공했다. 17연승은 지난해 14연승을 경신한 팀 신기록이자 1954년 이후 메이저리그 2위에 해당되는 기록으로 같은 기간 클리블랜드 타선은 타율 .316 출루율 .395 장타율 .611(ops 1.006) 마운드는 평균자책점 1.65를 기록하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전후로 우완 불펜 조 스미스(33)와 외야수 제이 브루스(30)를 얻어오는 소박한(?) 영입을 했는데 브루스는 팀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외야진의 파워 부족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으며(.263 .333 .500) 4년 만에 친정 팀으로 돌아온 스미스 또한 안정적인 활약(6홀드 1세이브 0블론)으로 앤드류 밀러의 장기 휴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시즌 막판의 질주 하면 생각나는 팀이 있다. 20연승으로 아메리칸리그 신기록을 만들어낸 2002년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다(종전 1947년 양키스 19연승). 마지막 세 경기가 모두 끝내기 승리였던 오클랜드의 20연승은 영화(머니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9월이 아닌 8월에 있었다(8월14일부터 9월5일까지). 마지막 11경기에서 다시 9승2패를 기록함으로써 마무리까지 완벽했던 오클랜드는 그러나 최종전 끝에 미네소타에게 패해 디비전시리즈도 통과하지 못했다.
올 시즌 클리블랜드와 2002년의 오클랜드는 큰 차이가 하나 있다. 양키스를 상대한 2000년(2승3패)과 2001년(2연승 후 3연패) 디비전시리즈를 패한 오클랜드는 포스트시즌 공포를 가지고 있는 팀이었다. 오클랜드는 2003년에도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스턴에게 또 한 번 리버스 스윕을 당함으로써 4년 연속 디비전시리즈 최종전 탈락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지난해 시카고 컵스와 최종전 승부 끝에 월드시리즈를 패한 클리블랜드는 포스트시즌에 약하다고 볼 수 없다.
다저스는 9월의 위기를 극복하고 1988년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가장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하고 있는 클리블랜드는 9월의 질주를 1948년 이후 첫 우승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한편 다저스는 12일 류현진의 등판을 취소함으로써 그 의도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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