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0일 일요일
등반지 : 설악산 장수대지구 미륵장군봉 코락길
등반자 : 이혜영, 김영도
새벽에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하는데 송경하 선배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잠을 한숨도 못 자고 몸이 좋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일단 장수대까지 가서 몸 상태에 따라 등반 참석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신다. 나는 전화를 걸어 무리하지는 마시라고 말했다.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가평휴게소에 들렀다. 마침 휴게소에서 송경하 선배님을 만났다. 아무래도 몸이 안 좋으신 듯 했다. 굳이 장수대까지 가지 말고 그냥 여기서 서울로 돌아가시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몸이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미안한 마음에 나오신 것 같았다. 오늘은 편히 쉬고 다음 주를 기약하기로 했다.
나는 다시 장수대를 향해 출발했다. 여러 상념에 빠져 운전하다가 그만 동홍천IC를 지나치고 말았다. 다음에 빠져나갈 길은 인제IC인데, 그 길은 많이 우회하는 길이라서 20분 정도 늦게 도착하게 된다. 갈수록 건망증이 심해지고 잡생각에 빠져 해야 할 것을 잊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포스트-잍을 끼고 산다. 해야 할 것을 자꾸 깜박깜박해서 포스트-잍에 메모해 벽에 붙여 놓곤 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뇌세포가 죽어갈런지. 포스트-잍에 메모하는 것마저 잊고 사는 것은 아닐런지.
인제IC에서 장수대가는 길은 그럴싸했다. 내린천을 따라 가는 길이다. 도로변에 벌써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코스모스 때문일까. 이 길은 마치 청춘 도로 같았다. 십대 후반이나 대학생과 같은 청춘 남녀들이 발하는 풋풋한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곳. 청평이나 강촌을 찾던 나의 십대 시절이 생각났다. 그 시절의 로망 같은 거 말이다. 또 잡생각에 빠진다.
장수대 공단 사무실 앞에서 이혜영 씨를 만났다. 이혜영 씨는 지난 겨울 정등 빙벽반과 이번 여름 대암벽반을 수료했고 속초에서 살고 있다. 골수 회원은 아니지만 골수가 설악산을 등반할 때면 함께 등반을 한다. 설악산에서 등반해보지 못했던 곳을 이혜영 씨 덕분에 헤매지 않고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설악산 등반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미륵장군봉으로 향했다. 왠지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청원길 인근에서 등반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미륵장군봉 앞에 서니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미륵2009를 등반할 생각으로 왔지만, 사람들이 없어 코락길로 가보고 싶어졌다. 코락길을 등반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3피치와 4피치를 오르고나니, 이 길이 인기 루트라는 걸 실감했다. 재미 있는 길이다.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온 힘을 써야하는 크랙 구간이 있고, 떨어질 듯 말 듯 마음 졸이게 하는 슬랩 구간도 있고, 나름 무브를 찾아야 하는 쌍 크랙 구간도 있다. 등반하는 데 어디선가 코락! 김영도!하는 소리가 들렸다. 미륵장군봉 맞은 편 신선대의 몽유도원도 길을 등반하는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너무 멀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지만 나도 손을 흔들었다. 카메라를 줌해 찍은 사진을 통해 산빛 동문들이란 걸 알았다. 앞 팀이 없는 조용한 루트를 등반하는 건 참 좋다. 등반 자체에 그리고 산에 푹 적셔지는 기분이 든다. 코락길 마지막 피치까지 등반을 마쳤다. 정상은 숲으로 이어진다.
코락길 1피치. 우측으로 돌아가면 등반을 하지 않고 잡목지대를 통해 여러 다른 루트의 시작 지점으로 올라갈 수 있으나, 코락길을 등반하는 사람들은 바위감을 익힐 겸 여기서부터 등반을 하는 게 좋겠다.
코락길 2피치
코락길 3피치. 크랙 끝에서 우측으로 넘어 가야 한다.
코락 3피치 슬랩 구간
3피치 마치고.
4피치 구간
6피치 쌍크랙 구간
6피치 슬랩 구간
신선대 몽유도원도를 등반하는 산빛 동문
마지막 8피치
전 피치를 마치고
'맛집'이 아닌 식당의 생물회로 만들어진 물회. 와사비를 넣고 먹으면 더욱 맛있다.
첫댓글 가평휴게소에서 집에 오는 동안에 졸음때문에 커피도 사먹고 물도 마시고 오전 8시에 집에 도착하여 4시간을 자고 12시에 일어나 가만히 커피를 먹으며 생각하니 괜시리 화가 난다 왜 잠이 안왔는지????
또 등반을 못간 것이 몹시 아쉽다. 다음에는 잠을 잘자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같이하지 못해 아쉽네요. 설악 등반은 역시 멋진 것 같습니다. 다음 기회를 기대합니다. 송선배님도 그때 이번 아쉬움을 풀게 되시길 바랍니다.
송경하선배님 오가느라 고생하셨네요!! 이번주에 선인에서 뵈요!!
그래요 선인에서 봅시다. 다리는 많이 좋아져있겠지요.
@송경하 네네 등반해야죵!! 선배님 야영장 예약할까요?
등반은 못했지만 나름 열심히한 지난주 였습니다 지금은 열라 일해도 수입이 작아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남기에..똑같이 힘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