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겸, 아주 진탕 제대로 마셔보려고 떠난 신주쿠 술 여행. 지난번에는 일본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엔 사케와 소주, 그리고 일본와인의 차례다.
온통 먹을 곳 천지인 신주쿠에는 일본 술을 맛볼 수 있는 곳도 널려있지만, 나에겐 조금 특별한 곳이 필요했다. 일단 이동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되도록 많은 술을 맛볼 수 있는 곳이어야만 했다. 만족스러운 곳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연신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결과는 죄다 거기서 거기. 결국에는 도쿄에 사는 일본인 친구에게까지 SOS를 청하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곳을 찾아냈다.
역시 백문이 불어일견, 직접 가본 현지인의 추천이 최고다.
■ 100여 종의 사케와 일본소주를 만나볼 수 있는 '쿠란도'와 '하비스피'
사케와 일본소주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쿠란도와 하비스피를 추천한다. 이 두 곳에서는 각각 100종 이상의 사케와 일본소주를 맛볼 수 있기 때문. 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술이 아닌, 지역의 소규모 양조장에 생산하고 있는 술을 위주로 준비되어 있다.
보리 소주와 고구마 소주, 쌀 소주, 오키나와 아와모리 소주 등 재료별, 지역별로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고, ▲락 음악을 들으며 숙성을 한 사케, ▲여자만 있는 양조장에서 빚은 여름 사케, ▲치즈와 먹기 위해 만들어진 사케 등 재밌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술도 만나 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쿠란도와 하비스피는 전 좌석이 스탠딩 좌석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는 단순히 술을 무한정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무한정 비교 시음’을 지향하기 때문이란다. 이에 맞게 각각의 테이블마다 시음기를 작성할 수 있도록 종이와 펜을 배치하였고, 잔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본인이 마실 잔을 직접 선택한다.
시음 방식은 100종의 술 가운데서 원하는 술을 직접 꺼내 마시거나, 직원에게 원하는 스타일 얘기하여 적당한 사케를 추천받고,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또한, 각각의 술에는 태그를 통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직접 술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다만 아쉽게도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이 없기 때문에 술에 대한 설명은 일본어나 영어로만 가능하다. 태그 역시 일본어로만 적혀 있어 알아볼 수가 없다.
입장료는 3,000엔. 재밌게도 입장과 함께 손등에 도장을 찍어준다. 이 도장만 있다면 당일 마감 때까지는 사케와 일본소주를 계속해서 마실 수 있다. 입장도 자유롭기 때문에 근처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음식을 사와도 된다. 게다가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서 마실 수 있도록 소다수와 우유, 각종 주스와 민트, 레몬 등이 준비되어 있다.
도쿄에는 시부야와 아사쿠사, 이케부쿠로 그리고 신주쿠 이렇게 네 군데 지점이 있으며, 쿠란도에서는 사케를, 하비스피에서는 일본소주만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에 방문했던 신주쿠 점은 쿠란도가 4층에, 하비스피가 같은 건물 5층에 위치하고 있어 이동도 편리하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당연히 많은 종류의 일본 술을 마셔볼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 외에도 ▲사케 페스티벌, ▲사케를 마시는 늑대인간의 모임, ▲사케 도쿄파티 등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와 쿠란도가 직접 생산한 사케를 맛보는 것도 이곳을 즐기는 묘미이다.
쿠란도·하비스피 신주쿠점
주소: 도쿄 신주쿠구 신주쿠 3-9-9 신주쿠 와타세이 타마빌딩 4층, 5층 문의: 03-6457-7544
■ 일본와인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짚(JIP)'으로!
와인이라고 하면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생산하고 있는 술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중국 등 많은 나라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일본은 '코슈'라는 고유 품종을 사용하여 와인을 만든다. 최근 일본에서는 일본산 와인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실제로 일본 내 총 와인 소비량 중 일본산 와인은 30%를 차지하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일본와인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샵이나, 바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이곳에서는 와인을 구매만 하는 것도 가능하며, 고른 와인을 테이블에서 마실 수도 있다. 특히, 바 내부 곳곳에 취급하는 와인과 와이너리의 팸플릿을 배치하여 일본와인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마시고 있는 와인과 와이너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팸플릿으로 곧장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짚은 정기적으로 일본와인을 시음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많은 일본와인을 취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