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변천의 미래
2022.10.10.
18세기 중반 런던에 살던 19살 여인 Joan Rumbold는 필립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지만, 성병에 걸려 남편에게 버림받고 갈 곳이 없어서 구빈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들은 2년 만에 죽었다. Paul Morland의 책 “Human Tide”는 이 비극적인 여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넝마를 입고, 제대로 먹지 못하고, 가축 분뇨나 오물이 길거리에 넘쳐나는 더러운 환경에서 살아 건강도 나쁘고, 돌까지도 살지 못하는 아이가 너무 많고, 감염이나 전염병으로 죽어 평균 수명이 30세가량이던 처참한 상황은 산업혁명이 오기 전까지 인류 사회의 일반적 모습이었다.
다행히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18세기 중반부터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루었다. 기술과 제조 방법의 혁신으로 생산량이 급증했기 때문에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판 자금으로 해외에서 식량을 사들일 수 있었다. 그래서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고 교육할 수 있었고, 생활 수준도, 위생도, 보건도 나아지고, 영아 사망률도 크게 떨어지고, 평균 수명도 크게 늘었다. 이 덕분에 영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Malthus의 함정에서 벗어나 인구가 크게 팽창했다. 이 늘어난 인구는 다시 산업화에 필요한 노동력이 되었고,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 수많은 영국인이 이주해 오늘날 영어가 세계의 언어가 되고, Anglo-Saxons족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이라고 Paul Morland는 주장한다. 그의 책 내용처럼 프랑스보다 훨씬 인구가 작았던 유럽의 변방 영국은 인구 증가와 산업화가 서로 이끌면서(1700년 UK는 경제 규모가 프랑스 1/3 미만, 인구가 반 이하였지만, 1차 대전 직전에 경제 규모가 1/3 이상 크고, 인구가 15% 정도 많아진 영국은 세계의 공장, 금융 중심국이 되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이 영국의 산업 혁명이 유럽과 미국으로 그리고 동아시아로, 나머지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세계는 차례로 산업화, 도시화, 그리고 인구 변천(population transition)을 겪게 되었다. 인구 변천이란 산업화, 도시화로 먼저 영아 사망률이 크게 낮아지고, 수명이 늘고 높은 출산율은 유지되면서 인구가 급증하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인구가 안정화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 출산율 저하가 너무 심하게 일어나면서 OECD 국가들의 평균 합계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20년 기준 1.59명이고, 특히 한국은 2021년 기준 0.81명에 불과하다. 인구 대체율이 2.1명이니 이들 국가는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모두 장기적으로 인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현대의 인구 감소는 출산율 저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당연히 고령화와 노동 인력 감소를 동반하게 된다. 고령화가 될수록 사회의 활력과 창의력은 떨어지고, 산업 생산력이 낮아지고, 소비 시장이 축소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줄어드는 노동 인력이 늘어나는 노인층을 부양해야 하고,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는 급격히 증가(65세 이후 평생 의료비 절반 사용)한다. 물론,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고령화 사회는 평화적이고, 규범을 잘 준수하고, 비폭력적이니 사회는 더 안전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출산율 감소와 노령화는 의도치 않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먼저, 인력이 귀해지기 때문에 인력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해야 하고, 하나하나의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리라 본다.
하지만, 도시화, 산업화를 통한 변화는 사회의 기본 조직이자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심리적, 정서적 공동체인 가정마저 약화 또는 해체해 사람들은 의지할 곳 없이 경쟁에 내몰리게 되었다. 결혼이 더는 인생의 통과의례가 아닌(정확히 말해 의사가 있어도 하기 힘든)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가족이라는 배후마저 잃고 각자도생해야 한다.사회적 성공을 위해 동네가 아니라, 전 세계로 넓어지고 높아진 준거집단에 맞춰 아등바등하니 삶은 스트레스로 가득 차는 게 아닐까?
인류는 기록으로 보면 이미 고대 이집트부터 산아를 제한하는 방법을 찾아 왔고, 그를 실천해 왔다. 인류는 산업 혁명이 오기 전까지 Malthus trap에 갇혔기 때문에 어떻게든 먹고 살 입을 조절하고자 했다. 땅과 자원은 유한한데, 한 가정이 출산할 수 있는 대로 십여 명씩 아이를 기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피임약이 등장하기 전에도 임신 회피, 만혼, 또는 낙태(소련 시절의 러시아 여성 한 명이 평균 6~7회의 임신 중절 수술), 심지어 유아 살해까지 모든 방법을 써서 감당할 수 있는, 또는 바라는 가족의 수를 유지하고자 했다. 더군다나, 현대는 양육이 노후 준비도 아닌 시대인데 과중한 경쟁에 시달리면서 엄청난 육아의 부담을 무릅쓰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생물처럼 이기적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후손을 낳는데 전력을 기울일 만큼 어리석지 않은 인간은 유전자의 맹목적 충견이 아니다. 진정한 먹이 사슬의 꼭짓점에 선 유일한 생명으로서 인류는 Malthus trap에 다시 갇히지 않도록 어쨌든 스스로 인구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유전자의 의도대로 따르지 않는 슬기롭고 이기적인 인류는 자신의 행복, 편안과 누림을 희생해 미래 세대를 많이 낳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에게는 이미 성(性)과 출산을 분리해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온전한 수단이 있다. 현대화의 선물인 물질적 풍요에 길들고, 개인의 성취와 자유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인류는 이 풍요와 자유를 버리고, 다시 다산의 길을 가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노령화된 사회를 감내하면서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부터 시작된 인구 대체율 미만의 출산율은 모든 나라에 공통된 현상이 되고, 세계 총인구도 감소할 것이다. 더불어 인류가 1인당 자원 소비와 환경 파괴를 줄인다면 생태계 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 과정에서 유전적으로 조작된 아이를 낳거나 인위적으로 선택된 아이를 낳는 등 인구수의 감소를 질로 보상하려다 20세기 초 우생학과 인종 청소의 끔찍한 비극을 다시 부르지 않을까 염려한다.
*참고 및 인용 문헌
Paul Morland, The Human Tide: How Population Shaped the Modern World (New York : PublicAffairs, 2019.)
https://www.kihasa.re.kr/hswr/assets/pdf/583/journal-31-1-194.pdf
https://namu.wiki/w/%EC%9D%B8%EA%B5%AC%20%EC%A0%88%EB%B2%BD
https://ko.wikipedia.org/wiki/%EC%9D%B8%EA%B5%AC%EB%B3%80%EC%B2%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