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사건 관련 장군들의 육성증언은《월간조선》 1995년 9월호에 실렸다. 12·12사건 당시 녹음된 장군들의 녹취록은 《월간조선》 본문에 게재하는 한편 녹음테이프는 같은 호 별책부록으로 발매했다. 국내 최초로 인쇄매체와 청각매체의 결합을 시도한 것이다. 필자는 녹취록을 입수한 우종창(禹鍾昌) 기자와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김기철(金基哲) 기자(현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가 공동으로 해설과 정리를 맡았다. 이 호가 발행된 날 모든 방송매체가 12·12사건 당시 당황한 장군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이 테이프는 12·12 당시 3군(軍)사령관으로 신(新)군부 측에 맞섰던 이건영(李建榮) 장군을 존경한 기무사 직원에 의해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는 통화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를 듣다가 “병력 출동하지 말라”고 용감하게 외치는 이건영 장군을 존경하게 됐고 그 테이프를 기념으로 이 장군에게 넘겼던 것이다.
인쇄매체와 청각매체가 결합한 《월간조선》 95년 9월호는 30만 부가 발행됐다. 군사반란의 물증이 된 이 테이프는 검찰의 12·12사건 재수사에 가속도를 붙게 하였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의 기폭제 중 하나가 됐다. 이 기사의 가장 큰 제목은 “아! 이걸 어떻게 하지, 어떻게 되는 건가…”이다. 12·12 발생 다음 날인 13일 새벽 2시 전두환 장군 측의 1공수여단이 육군본부와 국방부에 진입한 후 장태완(張泰玩) 당시 수경사령관과 나눈 이건영 3군 사령관의 절박한 음성 녹취 내용이다. 녹취록의 내용만 200자 원고지 200장 분량이다. 다음은 12·12 사건 관련 장군들의 육성증언 기사 요약이다.
16년 만에 현장의 긴박한 분위기가 복원되다
《월간조선》은 최근 12·12사건 당시 보안사에서 신군부 측의 군사반란에 맞서 대항했던 육본 측의 통화내용을 감청한 녹음테이프를 극비리에 입수했다. 이 자료는 주로 3군사령부와 육본 및 예하 각 군단, 사단 지휘관들과의 통화내용을 담고 있다.
12일 오후 8시50분 윤성민(尹誠敏) 참모차장으로부터 육참총장 연행 소식을 전해듣는 순간부터 13일 오전 3군사령관이 국방부장관의 호출을 받고 국방부에 출두해 연행되기까지 약 10시간 동안 긴박하게 전개된 당시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는 녹음기록이다.
한마디로 12·12 군사반란(검찰 측의 법률적 판단) 실황 녹음중계라고 할 수 있다. 군사반란의 과정이 관련자들의 현장육성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육군본부 윤성민 참모차장과
이건영 3군사령관 통화
(12일 오후 8시50분)
윤:에, 지금 혼선이 상당히 벌어지는데….
이:내 여기 부관한테 잠깐 얘기 들었는데 말씀 좀 하세요.
윤:그래서 7시40분경에 권정달 대령하고….
이:권영달?
윤:권정달… 권정달 정보처장하고 우경윤 대령.
이:우경윤?
윤:범수단장. 그래서 아마 총장님을 납치해 갔다 이렇게 됐는데 그것이 아니고 이제 약간 확인해 보니까 그 안가(安家)사건 때문에 한번 조사하려고 한 것이 이렇게 됐다… 그런 얘깁니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려봐야 사건 내용을 알겠습니다.
이:그렇더라도 총장님이 어떻게…. 그래서 내가 말이오, 지금 모든 부대들은 부대 이동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허가하기 전에는 동원하지 말아라, 그리고 검문소에다 전부 지시를 해가지고 총장님 싣고 가는 게 있으면 붙들어라. 그렇게 지금 헌병한테 지시를 해놨는데….
윤:총장님은 어디 가 있느냐 그러니까 보안사령관이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
이:보안사령관이 그래요?
윤:예, 나하고 통화했습니다.
이:지금?
윤:예.
이:그럼 그렇게 뭐할 필요 없나요.
윤:예. 그렇게 할 필요가 없고 ‘진돗개’는 그것을 취소하라고 했습니다.
이:난 아직 ‘진돗개’ 내리지 않고….
윤:예, 내리지 마세요.…
이:음.
윤:그건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이:지금 어디 계신 건 확실하구먼.
윤:예, 제가 지금 b-2 벙커입니다.
이:그렇더라도 장관님한테 허가도 안 받고 어디 그럴 수 있나….
윤:예, 지금 또 어디서 전화 왔습니다.
이:알았습니다. 전화받으시고.
윤:예, 들어가십시오.
3군사령관과 장태완 수경사령관(12일 오후 10시16분)
이:응.
장:그러니까 헌병감이 턱 들어오더니 총장님이 피습당한 것 같다….
이:총장이 뭐라고?
장:총장님이 피습당한 것 같다… 이렇게 탁 돼 가지고 그래 제가 확 나가면서 총장님 공관에 전화를 딱 걸으니까 공관의 경호대위 김 대위가 탁 나오더니 “사령관님, 지금 빨리 앰뷸런스를 좀 보내주고… 총장님이 피습당했습니다” 이렇게 아주 경황없이 이야기를 해요. 알았다, 그러면서 제가 전화를 딱 끊고 바로 거기서 제가 차를 몰고 부대에 들어오면서 바로 부대 출동 태세를 갖춰놓고 APC하고 병력을 총장 공관으로 우선 급파를 시켰지요. 그러고 앰뷸런스를 보내고 동시에 총장님을 빨리 구출하기를 이렇게 하고 그러고 지금 제가 여기 와서 대략 상황을 보니… 파악이 안 되는데 우선 총장님 문제만 생각해서 갔더니 거기 가서 보니 해병대 애들하고 우리 헌병들이 들어가 있는데 이놈들이 우리 헌병 들어간 놈이 총장님을 피습한 건지 원래부터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해병대가 총장을 피습했는지 그건 모르겠는데… 아무튼 해병대가 우리 헌병을 그 안에 한 50명 있는 것을 포위해 가지고 마이크로 버스에서 안 내보내고 있어요.
이:우리 헌병이?
장:못 나오고 있어요.
이:해병 헌병 때문에.
장:해병 헌병이요, 우리 ○○니까.
이:응.
장:육군총장 공관에서 총소리가 났기 때문에 자기네는 무조건 안 내보낸다 이거죠. 그래 마침 해군 헌병감이 오고 이러는데… 30단에 유학성 장군이 와 있다… 이래서 나를 자꾸 찾는다 이래서 예감이 이상해서 말입니다. 지가 빨리 상황실에 들어왔습니다. 들어와 가지고 30단에 유학성 장군이 있다고 해서 전화를 바꾸니까 이미 오래된 것처럼… “왜 유 장군님 남의 부대에 와서 왜 이럽니까?” 제가 예감이 이상해서 물으니까 “에이 장 장군 거 알면서 왜 그래 이리와…”, “이리 오기는 어딜 와. 당신 왜 그래요. 왜 남의 (부대에) 한밤중에 와서 무슨 지랄하고 있어. 쏴 죽인다” 이렇게 했더니 황영시 장군한테 전화를 바꿔요. 황영시 장군이 있다가 “장태완이 너 왜 그래. 알 만한 사람이 나하고 다 통할 수 있는 처지인데 왜 그래 이리 와…”, “아니 왜 이라십니까. 왜 그 우리 좋은 총장님을 어쩌자고 납치해 가지고 왜 이라요. 정말 그러면 내 죽여” 했더니 “차규헌이도 와 있고 다 와 있는데 마 이리 와…”, “무슨… 혼자 다 해먹어. 임마 난 죽기로 결심한 놈이야…” 해놓고 바로 출동준비를 갖추고 있는 중인데 말입니다.
이:응, 그러면 말이야.
장:보니깐 조그만 이놈들이 장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전화를 올리는 것은 총장님은 납치돼 가지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그라는데요. 참모차장하고 모두 저짝에서 전화가 오기를 “어떻게 됐느냐”, “어떻게 되긴 나는 딴 것 없다. 쳐들어간다. 30단이고 다 쏴 죽인다” 했더니…
그라면서 달라지는 무슨 연유가 있을 테니 하여튼 3군사령관님하고 상의를 하셔 가지고 나쁜 놈들 썩어빠진 놈들 사단이 들어오는 것 있으면 차단하도록 해주십시오. 서울 내부는 내가 하겠습니다. 이렇게 정병주 장군한테 제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거 우리가 같이 왔는데 임마들이 장난하는 건데… 당신하고 나하고 꾐에 빠진 것 같은데….”
이:그렇지.
장:“OK, 장태완이 무슨 소리 하느냐. 이놈의 새끼들 다 죽이자…” 이렇게 돼 있습니다.
이:정 장군은 자기 부대에 돌아가 있나?
장:자기 부대 다 장악하고 있어요.
이:완전히 다 장악하고 있어요? 완전히 장악돼 있지.
장:예.
이:그럼 말이야, 30단이 장 장군 명령권 내에 있는 거 아니야?
장:그런데 거기에는 제가 자극을 안 하는데요. 거기에 몽땅 모여 있는 것 같은 데 말입니다. 그 새끼들 거기 모여 있으면 뭐합니까. 제가 단장한테 전화를 걸어가지고 이리 오너라 하든지 지시하든지…. 처음에는 단장보고 금마들 당장 쏴 죽이라 했거든요. 그런데 단장이 모두 그놈아들한테 누질려 있는 것 같아요.
이:그런데 현재는 말이야. 다른 30이나 33이나 부대동원에 대해서는 각각 지휘관들한테 내 명령 없이 출동하지 말라고 지시는 해놔 있어요.
장:지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이:그래서 여기선 부대는 하나도 동원 안 하는데 쌍방이 충돌이 없이 잘 돼야지, 그렇지 않으면 굉장한 불상사가 생겨.
장:그까짓 거 충돌이고 뭐고 몇 놈 죽어도…
이:글쎄 잘못된 놈은 죽어도 좋은데.
장:하여튼 내부에선 제가 죽든 살든 할 테니까요. 사령관님은 바깥을 좀 해주십시오.
이:그렇게 해요. 이거, 뭐 좀 불순한 장난이 있는 것 같아.
장:예, 완전히 장난이라요. 전두환이하고 이놈아들이 모두 ○○해 가지고 장난인 것 같아요.
이:응.
장:그리고 여기도 보니까 단장들이… 몇 놈들이 자취를 감추고 없는데요. 그놈아들한테 전부 사전에 공작을 해서 한 모양인데…. 중대장들도 다 있고 참모장 다 있고 부지휘관 다 있기 때문에 완전히 장악하고 전차고 뭐고 다 완전히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알겠어요.
장:30단 하나 빼놔두고요.
이:그런데 그 육군상황실에 말이야 거기 지휘부에 합참의장님이나 장관님이 모두 계실 것 아닌가.
장:거기 보니까 국방차관 계시고요. 저하고 전화를 통했는데 말이죠. 그라고 그다음에 연합사 부사령관하고 그 다음에 저하고 윤성민 장군과도 통화했습니다.
이:응.
장:그런데 제가 제 본의를 얘기했습니다. 제가 당장 돌파하겠다고 하니 “상황을 좀 봐 가지고 하라” 하여튼 그건 제가 아까 부대 출동 준비가 덜 돼서 그런데 그건 당신들 명령도 받지 말고 해결된다… 앞으로 저에게 명령이 필요 없습니다. 지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이놈의 새끼들 다 죽여야 되겠어요.
이:알겠어. 이게 뭐 굉장히 불순한 장난이 있어 큰일이야.
장:안에선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이:이랬다가 북괴한테 큰일 나요.
장:사령관님은 바깥에서 잘 해주십시오.
이:알겠어요.
장:저는 안에서… 이놈의 새끼들 다 죽이든지 해버릴 테니….
이:하여튼 빨리 수습을 좀 하도록 해. 이거 굉장히 불행한 사태야.
장:알겠습니다.
이:OK, 전화 줘 고마워요.
3군사령관과 윤성민 참모차장
(13일 오전 2시32분)
윤:예, 그런 상태입니다.
이:아직도….
윤:예.
이:그런데 저쪽에… 그 저쪽에서 이쪽에다 무슨 요구를 하거나 제의를 하거나 그런 것도 없습니까.
윤:예, 지금 장관님실에서 지금 하고 있습니다.
이:장관님실에서… 아….
윤:예.
이:장관님하고 모두 다 모여가지고.
윤:예, 국방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국방부에서.
윤:예.
이:장관님은 거기 계시는 거죠. 그러니까.
윤:예, 그렇습니다.
이:그럼 거기 장관님한테 누가 갔을 것 아닙니까. 이쪽에서.
윤:그러니까 저쪽에서 점령이 다 됐지요.
이:됐는데 저쪽 대표가 누가 갔을 것 아닙니까.
윤:예.
이:음. 알겠습니다. 뭐 여기 부대는 우리가 잘못되면 전방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윤:예, 전방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되지요.
이:그러니까 그걸 꺼내올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난 부대 이동을 못 시킵니다. 저쪽에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알기나 했으면 좋겠는데….
윤:저희도 결론이 그렇게 나왔습니다.
이:예.
윤:국가와 민족이 살아야 되겠다….
이:국가와 민족 살고 뭘 해야지. 우리가 이것 때문에 뭘 하다가 쥐 잡다 독 깨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단 말이야. 그렇게 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병력을 안 내는 겁니다.
윤:예, 동감입니다.
이:알겠습니다. 뭐 좀 자주 소식이나 주세요.
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