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고대 신화 이후에 한국 고대 신화와 건국신화를 들어갈까 하다가 다음 학기로 미루고,
어차피 서양 한 거 그리스 신화까지 이어서 하기로 했습니다.
수업할 수 있는 날이 한 달이 채 되지도 않고
들살이와 학예회 준비까지 포함하면 시간이 모자라기 했고요.
( 근데 아이들이 공책에 그려놓고 해 놓은 걸 보니 꽤 많이 했네요. 제가 엄청 쥐어 짰나 봐요... 미안하다 얘들아... 그러나 이 담임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ㅋ)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적는 것은
지난 5년 동안 해 와서인지 잘하는데
제가 볼 때는 아직은 읽기도 조금 서투르고 읽고 기억하기는 좀 더 어려워 보였어요.
또 공책에 글을 쓰는 것은 맞춤법이 좀 틀려서 그렇지 잘 적어 가는데 비해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좀 쑥스러워 보였어요. 긴장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달은 늘 하던 방식에서 바꾸어서
다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로 했습니다.
일단 좋은 책을 읽고,
쓰기보다는 말하기에 집중하도록 수업을 구성하였습니다.
( 그러다 보니 제가 기억해서 말할 때와는 달리
아이들이 책을 읽어야 하니, 좋은 텍스트가 있는 책을 고르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집에 쌓인 그리스 신화가 몇 권이던가...)
또 글은 잘 쓰는 것 같은데
그림에 좀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고.
그리스 명화들을 따라 그려보면서
나중에 어디서라도 흘끗 보는 그림들이
언젠가 우리가 행복했던 시절에 그렸던 그림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업은 읽고 말하기에 집중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명화를 따라 그리거나 가끔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면 자기가 원하는 걸 그리도록 했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지난번부터 살짝 실험해 보고 있는 것,
싸구려 1000원짜리 다이소 공책을
아주 멋진 공책으로 만들어 보기.
뭐 학교 재정을 아끼려는 의도도 있지만
꼭 좋은 공책 좋은 물감 좋은 색연필을 써야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안에 내용물이 질적으로 훌륭한 걸 만들어 보면 어떨까... 라고 혼자만 생각하고 시도했습니다.
말이 많았네요.
바로 한번 아이들 공책을 볼까요?
( (근데 왜 지난달 동물학은 아직도 다 안 올리시나요?
^^;; ))
우리 거 보면 안 돼요!
부끄부끄러워요~~ 하고 이야기하는 듯. ㅎ
싸구려 공책인지라 표지가 거시기해서
아이들과 그린 습식을 나중에 표지로 붙였습니다.
온아 소이 공책을 연달아 사진 찍었습니다.
매일 돌아보기를
어제 읽었던 얘기를 형아 언니 오빠들 앞에서
말하기로 시켰어요.
처음엔 한 이야기를 발표하는데 요약하기를 못 해서
10분 넘게 이야기를 하곤 했죠. ㅠㅠ
( 난 너희들이 요약하기를 어려워하는 것보다
이야기를 10분 넘게 기억하고 말 하는 게 더 신기해. ㅠㅠ)
https://youtu.be/gRVUzPPHPPA?si=_5P-Ri57P3LOW1jt
https://youtu.be/xhmmKGccYI0?si=2Q66C0V6DuRtQV8C
그러더니 중반쯤 가자. 아이들이 말하기도 좀 편해졌고
시간도 좀 줄었어요.
https://youtu.be/9wA3nPbxlbI?si=zqw8TcYtT4EC0qP3
https://youtu.be/Bhx9tBwAWlI?si=yhJ6g_5092397hFu
요즘 인기리에 상영한다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
아이맥스로 봐야 멋있다던데...
이 동네는 아이맥스 영화관이 어디 있나요?
서울 올라가면 용산에서 한번 보고 와야 하나요?
이렇게 연습을 하자 아이들의 말하기가 좀 편해졌어요. 길이도 좀 줄었고요. 발음도 또박또박하고 하고요.
그래서인지 연극 연습에서도 효과를 톡톡히 보았지요.
https://youtube.com/shorts/fmKkrigDOzU?si=NL24H_sdfguodVfD
여름하게 아이들의 발표들도 2~ 3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을 빠지지 않고 잘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조금 짧아서 아쉽다 싶기도 했지만,
학예회 전체 공연 진행상 딱 적당한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처음에 기대했던,
언젠가의 아이들이 지금 보고 그렸던 명화들을 보고
떠올릴 거를 기대 했었는데
생각보다 그 순간이 엄청 빨리 오더라고요..
온아가 방학 중에 집에서 책을 읽다가
집 핸드폰으로 보낸 문자!
온아, 고마워~~~~
선생님의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 줘서.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듯.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아이들의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
오랜만에 만난 채아와 유나.
어색해하던 너희에게 해 줄 수 있는 건...쩝.
망가지며 오버하는 것뿐이었던가...
너희 둘이 나눈 얘기를 살짝 듣고야 말았는데...
이 모든 것을 모두 함께 같이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 어쩜 내가 열정만 앞섰던
자만심의, 성급한 프로메테우스였을수도...
첫댓글 <청년이여, 삶을 앎이..>에서 그랬던가, 길거리의 개똥으로도 훌륭한 수업을 할 수 있다고.
학예 발표날 연극 공연 비됴가 없어서 쪼께 아쉽네요. ^^;;
쎄미나 논의에서 읽었던 듯 해서 찾아보니 안 보임... 아마도 선생님 카페에서 자주 읽었던 듯. ㅋㅋㅋ
그래도 좋은 공책이 좋긴 하던걸요?
@장승규 울집이 넘 가난해서 그림 그릴 도화지를 살 수 없었어요, 그래서 어디다 그렸냐, 교과서며 공책이며 빈곳마다. ㅋㅋㅋ
구래서 선상넘들뿐 아니라 아바님께도 마이 혼났더래여.
요즘은 뭐든 넘쳐 나니 일부러 질 낮은 것을 선택해서 훌륭한 수업을 할 수 있는 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