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장목면 유호리(柳湖里)에서 벼루를 펼쳐놓고(柳湖開硯)>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柳湖里)는 거제시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일출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주위 행정리 농소리와 구영리와 접하고 있다. 현재 유호리의 저도(猪島) 섬이 아직 개방되지 않아, 유호리는 크게 상유와 하유 마을로 구분된다. 유호리의 부속도서로는 그 유명한 ‘저도(猪島)’와 개구리 모양의 ‘망와도(望蛙島)’가 있고, 저도와 망와도 사이에 ‘사근도(蛇筋島)’ 뱀섬이 있다. 진해만을 끼고 가덕도와 진해시를 마주보고 있다.
◯ 장목면사무소 자료에 따르면, 조선후기 장목면 유호리는 1769년 방리(坊里) 개편 때 하청면(河淸面) 유포(柳浦)와 저도방(猪島坊)의 2방(坊)이었다. 1889년에 상유(上柳), 하유(下柳), 저도리(猪島里)의 3리(里)로 나뉘었다가 1895년 상유(上柳)와 하유리(下柳里)로 되었으며 융희(隆熙) 3년(1909) 장목면(長木面)이 설치되어 이에 속하고, 1915년 유호리(柳湖里)로 통합 법정리(法定里)가 되었으며, 1942년 하유(下柳), 상유(上柳)의 2구(區)였고 1961년 행정리(行政里) 유호리로 하였다.
◯ ‘유호리(柳湖里)’는 본래 유포(柳浦)로 버드래, 버드내 또는 버들개라 하였는데 바다건너 저도(猪島)가 지척에 막아주어 호수(湖水)를 형성(形成)하여 유호리(柳湖里)라 하였고 윗버드래를 상유(上柳)라 하였다.’ 한다. 또한 대구어(大口魚)의 산란해역(産卵海域)으로 정치망(定置網) 어업의 본거지이다.
1) 유호(장목면)에서 벼루를 펼쳐놓고[柳湖開硯] 삼첩(三疊) / 명계(明溪) 김계윤(金季潤 1875∼1951)
意欲無間路有間 사사로움이 없고자 노력하나 여행길에 잡념이 생겨나는데
幾時心去幾時還 어느 때는 마음이 떠나가고 어느 때는 다시 돌아오구나
百途殊轍誰能挽 온갖 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으니 그 뉘가 슬퍼하랴
萬國多紛此得閒 모든 나라가 수없이 번잡하여도 여기만 한가하여라
逸馬銜枚無價市 재갈을 물고 빨리 달리는 말은 저자에서 값이 정해지지 않고
良禽擇木美名山 아름답고 이름난 산의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네
今行非獨探眞計 지금은 혼자 다니진 않지만 진리 탐구에 깊이 헤아리니
只爲賢朋敍舊顔 오직 어진 벗은 옛날 표정만 짓는구나
學力懸殊敏鈍間 학문의 역량은 영리함과 둔한 차이에 따라 현격히 다른데
卷中奇調尙遲還 책 속의 기특한 말은 항상 더디게 다가온다
雖隨高見猶難達 아무리 고상한 견해에 따르더라도 오히려 현달하기 어렵고
每到遨遊只欲閒 매양 즐겁게 노닐어 보아도 오직 한가하고자 한다네
白日礙林陰滿地 밝은 햇빛은 그늘 가득한 숲속 땅에 가로 막히고
飛雲入((攸-攵)+支)路連山 떠다니는 구름은 이어진 산길로 들어가네
暇時此樂伊誰健 한가한 때 이런 즐거움, 그 누가 가장 왕성했으랴
老少同筵喜動顔 늙은이와 젊은이 함께 앉으니 기쁜 빛이 얼굴에 드러나네
公己公人不一間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공정하여 차이가 없어지면
充周積久發微還 오랫동안 누적되어 충만하고 다시 발동이 은미하게 된다
萬思厥理心中得 온갖 생각에서 그 이치는 마음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니
百鍊吾身物外閑 내 몸을 거듭 단련하며 세상 밖에서 한가하게 지낸다네
樹老厭聞群鳥語 나무가 장성하면 새떼들이 떠들어 싫은 소리 들리고
村高猶有慣名山 마을이 유명하면 오히려 이름난 산처럼 익숙해진다
芝蘭遠遯香難嗅 지초와 난초가 멀리 달아나니 향기 맡기 어렵지만
强把楝花少敍顔 억지로 연화꽃(楝花)을 부여잡고 나의 사소한 정성을 적는다
[주] 충주적구발미환(充周積久發微還) : 충주불가궁(充周不可窮) 발미불가견(發微不可見) 충만하여 끝이 없고 발동이 은미하여 볼 수 없다는 말로, 만나는 그 어떤 일에도 이치가 도달하지 않음이 없고, 한 생각이 싹틀 때 이미 볼 수 없는 지극한 이치가 그 생각 속에 갖추어 있다는 뜻이다.
2) 장목면 율천에 도착해 풍속을 살피며[到栗川觀俗] 절구 2편(二絶) 1921년(辛酉) / / 명계(明溪) 김계윤(金季潤 1875∼1951)
見聞殊道各趨門 들은 바에 풍속이 뛰어나다기에 분주히 달려갔으니
何者善隣孰美村 어느 좋은 이웃이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칭찬했었다
萬事不多安分外 늘 별일이 많지 않으니 유달리 편안하고
拙來無敢向人論 감히 인륜의 도리에 부족함이 없었다
栗以爲村草以廬 밤나무가 마을이름 삼아 초가집이 모여 있는데
樵朋漁伴錯相居 벗들과 나무하고 물고기와 짝하면서 번갈아 살아간다
其間猶有淸閒味 그 사이에 오히려 맑고 한가로운 맛이 있으니
詩禮初程樂不虛 초행길에 시(詩)와 예(禮)의 즐거움이 헛되질 않으리
3) 졸음을 깨고 손님을 맞았다[罷睡迎客] 1923년 농소(장목면)에 우거할 때(癸亥寓居農所時) / 명계(明溪) 김계윤(金季潤 1875∼1951)
無計遣愁自棄深 수심을 보낼 꾀도 없이 내 자신을 돌보질 못했는데
卷中伎倆起余吟 책속 내용을 읊조리기 시작하니 기량이 생겨나네
韜光未售埋塵玉 빛도 사라진 먼지 묻은 구슬을 감추질 못했으니
臨事誰痕割水金 금을 닦아 흔적을 지우는 이 일을 뉘가 하리오
偃樹盤根多閱劫 오랜 세월이 흐르니 뿌리가 뒤얽힌 나무가 쓰러지는데
巧鶯慈燕亂挑心 재주 많은 꾀꼬리와 사랑스런 제비도 마음을 어지럽힌다
難醫候語終成癖 버릇처럼 늘 인사말을 건네기가 참으로 어려워
付以杯樽每一斟 매일 술통 놓고 한잔씩 권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