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석 원<조선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주부 이씨는 어느 날 갑자기 아이의 뒷모습이 왠지 이상하게 느껴졌다.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딸의 오른쪽 등이 툭 튀어나와 있기 때문이다. 양쪽다리를 가슴에 끌어안은 앞모습은 정상적인 딸의 모습이었으나 허리가 휜 채로 의자에 앉아 있는 뒷모습은 흡사 딴 사람을 보는 듯 했다.
이씨는 딸과 함께 가까운 대학병원 신경외과를 찾아갔다. 아이의 척추는 20도 정도나 휘어져 있었고 척추측만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이제라도 아이의 척추를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에 딸의 척추교정을 도울 계획이다.
정상적인 척추는 정면에서 볼 때는 반듯하게, 옆에서 보면 완만한 S자의 형태로 몸의 충격을 분산시키며 골반에 얹어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척추측만증은 척추의 형태가 반듯하지 못하고 C자, S자의 모양으로 휘었거나 척추자체가 회전하는 형태로 등이 휘는 증세를 말한다. 즉 척추가 입체적으로 변형된 상태이다. 허리가 S자형으로 휘어지는 척추의 변형으로 골반이나 어깨의 높이가 서로 다르거나 몸통이 한쪽으로 치우쳐 보이는 것이 특징이고 이 증세는 대부분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인 10세 전후에 나타나는데, 키가 크는 동안 허리도 같이 휜다.
따라서 성장기인 사춘기 동안에는 이 증세도 집중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이 오랫동안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나타나는 비만, 운동부족, 좋지 못한 자세 등의 생활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결합돼 척추측만증이 나타난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잘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공부하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의 아이들이 오히려 발병률이 높은 것이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 질환은 척추가 옆으로 휘어지는 질환이지만 동시에 머리와 골반에 대한 척추의 변형이 동반된다. 머리와 골반은 정면을 보고 있는데 척추는 비스듬히 옆을 보는 모양이 되고 그 결과 한 쪽 등이 튀어나오고 여성의 경우에는 유방의 크기가 달라 보이게 된다. 이 증세가 심하면 허리를 잘 숙이지 못하게 되고 척추의 유연성도 감소한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외형적인 이상은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대부분 증상은 허리를 자주 삐끗하며, 자고 일어나 목을 삐는 경우가 많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쉬기가 힘들어 한숨을 자주 쉰다. 또한 휜 부위에 따른 척추주위의 자율신경계 변화에 의해 소화불량, 잦은 체증, 변비, 설사, 복통 등의 증세를 호소할 수 있다.
척추측만증은 심하게 진행된 경우가 아니면 통증이 없기 때문에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 일단 척추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척주측만증은 몸의 기둥인 등뼈의 변형인만큼 그 치료는 손발의 변형을 치료하는 것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원칙적으로 척추측만증은 한번 생기면 저절로 펴지는 경우는 없다. 살면서 오히려 조금씩 나빠지게 되기 때문에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치료효과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치료받는 동안에도 늘 바른 자세나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다. 서있을 때는 항상 머리와 척추, 어깨와 골반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고 앉아 있을 때도 의식적으로 허리를 의자에 깊숙이 넣어 바르게 앉도록 한다. 옆으로 누울 때는 무릎을 약간 구부린 상태에서 다리 사이에 쿠션이나 베개를 넣으면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또한 필요한 경우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출처 전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