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이야기
청봉 곽노연
서예(書藝)는 붓끝에서 흘러나오는 마음의 춤이다. 한 획 한 획에 담긴 정성과 집중은 단순히 글자를 쓰는 행위를
넘어선다. 서예는 시대를 관통하며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해온 예술이다.
어린 시절, 이웃집 할아버지의 서재에서 처음 본 커다란 벼루와 붓과 먹물은 신비로웠다.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았다
섰다 하면서 한지 위에 먹물을 찍어가며 글자를 써 내려가는 모습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멈추는 의식(儀式)처럼
느껴졌다.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노인이 남긴 글씨는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그분의 삶과 철학, 그리고 세월의
흔적이 아니었을까!
서예는 글씨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내면의 고요를 찾는 작업이다. 붓을 잡고 한 획을 내리긋는 순간, 마음속의
혼란은 잦아들고 오로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서예를 "마음의 수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서예가 단순히 동양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구에서도 캘리그래피(calligraphy)라는 형태로
손글씨가 예술로 승화되어 있다. 비록 도구와 기법은 다르지만, 붓글씨와 캘리그래피가 전하는 감성은 다르지
않다. 그것은 인간이 글자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보편적인 욕구를 보여준다.
오래전 이슬람교(al-islam) 회당에서 그들의 서예인 캘리그래피 형태의 코란(koran)을 작품화하여 널리 전시하고
있음도 보았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서예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정형화된 글꼴이 아닌, 손으로 쓴 각자의 개성이 담긴 글씨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 서예 작품
하나하나는 작가의 숨결과 얼(魂)이 담긴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창작물이다.
서예는 단순히 전통을 이어가는 행위가 아니다. 현대인에게 서예는 쉼터와도 같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다. 먹을 갈고, 붓끝에 집중하며 느껴지는 고요함은 디지털 화면 앞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다.
오늘날, 서예는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進化)하고 있다. 전통적인 한지와 먹뿐 아니라, 다양한 색(色)과 질감(質感)을
가진 재료들이 서예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서예 작품들은 전 세계로 전파되어 새로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한 획 한 획의 아름다움과 마음의 표현이라는 서예의 본질이
자리 잡고 있다.
서예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씨나 글체를 쓰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을 비우고, 붓끝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는 태도다. 다시 말하면, 서예는 글씨와 글체를 잘 쓰기 위한 예술이 아니라, 오롯이 마음을
담기 위한 예술이다.
이제 묻는다. 그리고 권장한다. 당신도 붓을 들어보지 않겠는가? 먹물의 향(香)과 붓끝의 감촉(感觸) 속에서 당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펼쳐나가길 바란다. 이제 자음(自吟) 시조(時調)로 서예 시작과 끝을 소개한다.
붓끝에서 핀 서예술
붓끝에 마음 담아 피워낸 획 한사리
한지 뚫어 맺힌 먹빛 그림자 춤사위
분명코 지필묵연가 사형제 재주로다
글방 가득 먹물 향 내 어린 날의 기억
훈장訓長 어른 붓질이 참으로 멋져 보여
언젠가 나도 먼 훗날 노인 재주 품으리다
혼란한 때마다 잡은 붓 마음의 쉼터
첫 획에 쌓인 한숨 끝 획에 맺힌 기쁨
이제야 서예술 참뜻 깨닫자 백수白首 되었다.
㈜지필묵연가: 紙筆墨硯家(종이 붓 먹 벼루 가족)
<<작가 서예 관련 활동>>
*국전서예초대작가(서가협)
*한국서가협회 이사 역임
*국전(대한민국서예전람회)심사위원
부문 심사위원장(예서부문, 행초서부문)역임
*개인전,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전
韓·中·日서예교류전
화묵서가회전, 예술의전당서예전
한국통일서예대전 등 다수 출품
첫댓글 대가님으로부터 서예의 본질에 대해 특강을 들은 느낌입니다. 요즘 세상에 붓을 잡는 일 자체가 우뚝하게 다가옵니다.
무슨 별 말씀을 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