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 어느 관광호텔 정원에서) 지하철에서... 청초 이용분
이게 고장이 났나? 아무리 작동 단추를 눌러도 올라오지를 않네... 그러는 사이 꽤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앞에 뫃여 들었다.
우리가 사는 야탑 전철역은 깊이가 상당히 깊어서 계단을 그냥 걸어서 올라오는 것은 물론 내려가는 건 더 힘이 든다.처음 이사왔올 때와는 달리 차차 나이를 먹고 보니 계단을 오르기도 힘이 들지만 내려 가는게 다리가 허벙지벙 놓여서 더 신경 쓰이고 등에 땀이 난다.
한참 뒤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올라와서 많은 사람이 올라 탔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타고 있어서 요즈음 노인이 많다는 걸 표본 조사라도 하는듯 실감한다.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라는 팻말을 세워놓고 엔지니어인듯한 사람 둘이 엉거주춤 비켜서서 우리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서 있다. "에그 고장이 났었구나" "아닙니다, 점검중입니다."
며칠 간의 철도 파업에 전국의 교통망이 마치 혈관속을 잘 흐르던 피가 갑자기 멎은 듯 온나라의 수송 체계가 마비되고 연계되어 지하철이 파업을 하니 그 불편함을 직접 체험한 후라 교통수단으로서의 지하철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
그들이 파업을 일으킨 이유는 멀게만 느껴지고 불편함은 바로 몸에 와 닿아서 좀 잊혀질 만하면 파업을 하는 그들이 곱게 보이지를 않는다.
전철 칸에 두 아이를 데린 젊은 엄마가 같이 탔다. 한 아이는 네 살쯤은 된 여자아이는 봄 추위를 막기 위해 사방에 비닐을 잔뜩 씌운 유모차에 태우고 한 아이는 걸빵으로 된 띠로 앞가슴에 안았다. 둘다 딸아이다. 이 엄마는 잘 키워 놓기만 하면 매번 비행기 타고 오가는건 따 놓은 당상이다.
요즈음 들어 갑자기 힘이 든다고, 또는 아이를 키우는데 얼마만한 돈이 든다는 계산을 튕겨 보고 경제적인 이유 등등을 들어서 젊은 세대들이 아이들 낳기를 꺼려서 인구감소로 이어 지고 이로 인해 국가의 장래가 좌지 우지 되는 심각한 실정에 이르니 모두들 남의 아이도 귀하게 느껴지고 아이가 있는 곳이면 누구나 귀한 보물을 보듯 관심을 가지고 드려다 본다.
마침 자리가 나서 아기 엄마에게 앉으라 권하니 서서 있는게 났다고 한사코 사양을 한다. 모든게 눈이 돌아 가게 빨라지고 하루밤만 자고 나면 얼마 안쓴 새것이 구식이 되고 스타일이 변하여도 아이가 크는 과정은 예나 똑 같아서 育兒를 한다는 것은 여간 힘이 드는 일이 아니다.
우리 때에는 어떤 친구가 아들을 낳으려다 보니 딸아이를 넷을 내리 낳은 후에야 겨우 아들을 얻어서 아이들을 다섯을 낳았다고 스스로 자기는 야만인이라고 비하 하곤 했었다.
세월이 너무나 변하여서 요즈음은 아이를 많이 낳은 엄마들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어 T.V.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 희한한 세상이 되었다.
갖은 고생을 하면서 오늘날의 발전한 한국을 이룩하는데 작든 크든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노심초사 밤잠을 설치며 노력을 기우리고 아이들을 키웠던 요즈음 노인 세대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채, 물론 모두가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사회나 심지어 가정에서 조차 노인 문제로 힘겨워 하는 문제의 뒤척이는 세대가 되었다.
그 혜택을 제일 많이 받은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가진자가 더 가질려고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조금도 희생을 안하고 더욱 편하고 자기 인생을 즐기며 자유롭게 살려는 욕심에서 다음 세대인 자기 아이 조차 낳기를 꺼려하는 二律背反的인 이 세태를 어찌 받아 드려야 할지 그저 감감하기만 하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도 경칩이 지나니 봄이 오는 징후가 뚜렷하여 개나리꽃 망울이 뾰족이 입을 내 밀었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이 봄을 맞이하여 따뜻한 날씨와 더불어 모쪼록 따스한 쪽으로 흘러 갔으면 좋겠다.
06년 3월 8일
(오랑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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