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정원/정동윤
두 시간을 여행하고
스무 시간을 얘기할 것 같은
그 근처를 지나치기만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가을 한복판 운길산역에서
두물머리도 예봉산도
수종사도 다 남겨두고
곧장 물의 정원으로 걸었다
버드나무도 가을로 물들고
갈대가 일제히 손 흔드는
윤슬의 북한강 하류
푸른 강물 깊게 흐른다
중독의 쓴 커피에
달콤한 설탕 한 스푼 저어
혀 끝 부드러워지는 아침
코스모스 군무에 놀란 감탄사
예쁜 꽃들이 많은 것보다
한 개의 꽃이 저토록 많은 게
도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호감을 받는갑다
세월의 시름을 미루고
힘 빠지는 일상 너머
물빛 꽃빛 햇빛이 어우러지는 곳
봄날엔 꽃양귀비가 만발했단다
서리 내리기 전에
옷깃 파고드는 바람이 불기 전에
도시락 들고 찾아간 그곳은
넓은 연잎도 우릴 반긴다
역사와 문화의 양말 벗어던지고
태곳적의 맨발로 다가가면
찰흙 밭의 노란색 코스모스가
한껏 반겨주는 부드러운 품격
사철 어느 때라도
마침표가 필요한 문장이 있으면
운길산역 물의 정원을
맨발로 걷고 오시라
첫댓글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아름다우세요.
ㅎㅎ 남의 떡이 커 보이는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