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적 원인론은 개인의 정신상태나 심리상태를 중심으로 범죄현상을 설명하는 입장이다. 심리학적 이론들은 우선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이나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변화하지 않는 자기 나름대로의 정신적 혹은 심리적 특성이 있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심리학적 원인론은 생물학적 이론들과 같이 환경의 영향보다는 개인의 자질이나 속성을 중심으로 하는 이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신 상태 혹은 심리상태의 이상이 범죄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는 오래 전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논의는 정신의학적 접근방법이었다. 정신의학적 접근이 의료적 관점에서 인간의 정신상태나 심리상태를 정신외과적으로만 분석한 반면에 이후 대두한 정신분석학은 개인의 성장과정이나 생활과정을 중심으로 정신심리학상의 특징을 해명하고자 하였다.
본고에서는 범죄심리학의 방대한 양을 모두 다 다룰 수 없으므로 중요한 이론의 일부만 논하고자 한다.
1.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1) 의식과 무의식
비정상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초기에 프로이드가 가졌던 생각은 비록 본인들은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각자에게 영향을 끼친 어린 시절의 충격적 사건들에 의해 비정상적인 행위가 유발된다고 주장하면서 잠재의식의 측면에서 비정상적 행위를 설명하였다.
2)이드, 에고, 슈퍼에고
프로이드는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한 개인의 인성을 크게 이드, 에고, 슈퍼에고로 세분화하였다. 여기서 에고란 의식 할 수 있는 인성이며 반면에 이드와 슈퍼에고는 의식할 수 없는 인성 즉 자신의 모습이다.
이드적 인성 혹은 이드적 자아가 반응하는 원리로 프로이드가 지적한 것은 쾌락의 원칙이다. 슈퍼에고로서의 자아에는 도덕의식이나 윤리의식과 같이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요인도 있지만 슈퍼에고가 특정의 상황에서 작용하는 과정은 이드와 마찬가지로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끝으로 에고적 자아는 스스로 의식할 수 있는 자기의 모습이다.
인성을 이상과 같이 3가지 부분으로 구분한 후에 프로이드는 슈퍼에고와 이드간의 갈등을 에고가 조절하는 과정에 대해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이 문제에서 핵심적인 사항은 죄의식을 어떻게 처리하는가하는 사항이었다.
3)승화와 억압
프로이드는 대부분의 경우에 갈등은 몇 가지 방법에 의해 해결된다고 보았다. 해결방법 중의 하나는 승화이다. 승화를 통하여 에고는 이드가 느끼는 충동을 슈퍼에고가 허용하는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 승화란 이러한 점에서 에고가 이드적 충동과 슈퍼에고적 금지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건전하고 정상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억압은 에고가 이드와 슈퍼에고의 갈등을 조절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이때에 에고는 이드적 자아가 느끼는 본능적 충동을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마치 자신에게는 문제가 되는 충동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행위는 여러 가지 이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반발작용을 야기하는 것이다.
4)충동과 전이
프로이드는 기본적인 갈등은 사람의 성장단계별로 서로 다른 형태로 출현한다고 보았다. 그가 특히 중요시하였던 사랑은 유아기에 있었던 경험이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본능적인 충동이 지향하는 대상은 처음에는 구강적 충동이고, 그 다음 대상은 항문적 충동이며, 성의 대상은 처음에는 구강적 충동, 항문적 충동, 생식기적 충동으로 발전한다고 보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이드가 사용했던 방법은 전이를 이용한 것이었다. 전이란 과거의 중요했던 인간관계가 현재 개인이 밀접히 맺고 있는 인간관계에서 재연되는 현상이다.
2. 범죄행위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설명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에 대해서 정신분석학자는 이를 한 개인의 인성 중에서 에고나 슈퍼에고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즉 에고나 슈퍼에고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하여 이드는 생물학적 충동이나 욕구에 기초한 것으로 사람들마다 서로 이 부분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프로이드 자신은 범죄를 저지르는 까닭에 대해서 자세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람들 중에서 어떤 사람들은 너무 과도하게 발달한 슈퍼에고로 인하여 항상 죄책감과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범죄에 따른 처벌을 통하여 죄의식을 해소하고 심리적인 균형감을 얻고자 하는 시도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과잉 발달한 슈퍼에고와 이로 인한 죄책감의 과잉문제 이외에 정신분석학에서 범죄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이와 반대현상인 슈퍼에고의 미 발달 문제였다. 이러한 견해는 에이크혼에 의해 주창되었다. 그에 의하면 비행소년의 경우 슈퍼에고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이드가 전혀 통제되지 못함으로써 이들이 반사회적 행위를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았다.
정신분석학이론은 정신의학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정신사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괄목할만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석학은 몇 가지 중요한 결점이 지적되었다. 가장 큰 비판은 정신분석학이론은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이론은 명제형태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주요한 개념들을 연계시켜 범죄행위와 정상적인 행위 모두를 설명하는 형태이다. 정신분석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질문은 과연 그러한 설명이 타당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또한 정신분석학적 설명은 대부분 행위가 발생한 후에 행해지며 설명의 상당부분은 무의식적 동기를 활용하여 해석한다. 이 같은 설명방식은 그럴 듯 하지만 문제는 정신분석가가 행한 설명의 정확성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드와 버나드는 범죄의 원인론을 연구하는 부분에서 정신분석학적 접근방법은 그 효율성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판하였다.
3. 성격과 범죄
1) 의의
범죄자의 심리상태를 고찰하는 경우에 흔히 고려하는 요소 중의 하나는 성격이다. 성격이란 지적 능력과는 별도로 한 개인의 특징을 지칭한다. 성격이란 지적 능력과는 멸도로 한 개인의 특징을 지칭한다.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성격론에서 주장하는 바는 범죄자는 정상인들과는 다른 비정상적이고, 부적합하고, 범죄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범죄행위란 충동성, 폭력성, 자극추구성, 반발성, 적대감 등과 같은 개인의 성향이 표현된 것 뿐 이라는 것이다.
2) 슈에슬러와 크레시
여러 연구들이 범죄자들의 성격적 특성을 규명하고자 시도하였다. 예컨대 1950년대에 슈에슬러와 크레시는 과거 25년간 미국에서 일반소년과 비행소년의 성격 차이를 객관적인 점수를 이용하여 비교했던 연구들의 결과를 재분석하였다.
112건의 연구 중에서 일반소년들과 비행소년들 사이에 성격차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은 42%에 불과하였고 나머지 연구들에서는 유의할만한 성격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연구를 담당했던 두 연구자는 성격과 범죄와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지었다.
3) 글룩부부의 로르샤하 테스트에 의한 연구
글룩부부는 비행소년 500명과 일반소년 500명을 성격의 심층심리상의 특징을 투사케하는 로르샤하 테스트에 의해서 비교한 후에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겳㈆ 가지 성격요인들이 상호관련하여 구성되는 성격유형을 찾아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비행소년들은 외향적이며, 활발하며, 충동적이고, 자제력이 약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적대적이었고, 화를 잘 냈으며, 도전적이었고, 의심이 많았고, 파괴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상소년에 비해 실패나 패배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4) 왈도와 디니츠의 미네소타 다중성격검사에 의한 연구
왈도와 디니츠는 1950년에서 1965년 사이에 MMPI를 이용하여 범죄자의 성격프로파일을 조사한 94편의 연구들과를 재분석하였다. 그 결과 94편의 연구 중 80%에서 범죄자와 정상인 사이에 통계적으로 주목할만한 성격프로파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가지 성격측면에서 가장 현격한 차이가 있었던 곳은 제4척도, 즉 정신병리적 일탈부분이었으며 이에 따라 왈도와 디니츠는 범죄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정신 병리적 일탈경향이 강한 성격이라고 특징 지울 수 있다고 보았다.
4. 정신 병리적 성격과 범죄-슈나이더 분류법
1) 의의
정신 병리적 성격이란 정신의학 분야에서 범죄발생의 원인으로 특히 중요시하는 사항이다. 정신 병리적 성격 혹은 사회 병리적 성격, 반사회적 성격으로 불리우는 이러한 성격은 성격의 이상정도가 정상성을 크게 벗어나 거의 병적으로 볼 수 있는 경우이며 정신병리자가 이러한 성격을 소지한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정신 병리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까닭은 자명하다. 이들은 성격상의 근본적인 장애로 인해 조그마한 작에 대하여도 격렬한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는 자극과 반응의 부조화를 경험한다든지, 생물학적 욕망 등 감정생활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결핍되어 행위관련요소간에 기능적인 협동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반사회적 행위에 그만큼 쉽게 빠져든다는 것이다.
2)슈나이더의 분류법
그간 이러한 성격유형에 대하여 정신의학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류법은 독일의 슈나이더에 의한 분류법이다. 슈나이더는 정신병질적 성격유형으로 구분하고 이러한 성격 유형이 주로 저지르는 범죄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의 성격유형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발양성 정신병질자
발양성 정신병질자는 자기 자신의 능력과 운명에 대하여 과도하게 낙관적이며, 이로 인해 경솔하고 불안정적인 면을 갖는 성격자이다.
(2) 우울성 정신병질자
우울성 병질자는 염세적, 비관적인 인생관에 빠져 항상 우울하게 지내며 자책적이다. 그들은 항상 최악의 사태를 생각하고 과거를 후회하며 장래를 걱정하는 일로 소일한다.
(3) 의지박약성 정신병질자
의지에는 적극적으로 어떤 목적을 추진하는 능력으로서의 외향적 의지와 외부로부터의 공격, 유혹 앞에서 자기의 소신을 지키는 내면적 의지가 있는데, 의지박약성 병질자의 경우 이 양자의 모두에서 박약성을 지녀 주변 상황과 주변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우왕좌왕한다.
(4) 무정성 정신병질자
이들은 인간이 고유하게 갖는 고등감정인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나 연민의 정이 박약하고 수치심, 명예심, 공동의식, 양심의 가책 등이 결핍되어 방자하게 행동한다.
(5) 폭발성 정신병질자
이들은 병적 흥분자라고도 한다. 사소한 자극에 대해 병적으로 과도하게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고, 전후를 고려함이 없이 닥치는 대로 던지고 때리고 폭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6) 기분이변성 정신병질자
이들은 기분의동요가 심하여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7) 자기현시욕성 정신병질자
허영성 병질자라고도 하는 바, 자기를 사물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들 자기를 실제 이상으로 높이 인식하는 성격자이다.
(8) 자신결핍성 정신병질자
자기의 우월성을 나타내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하나 자기의 능력부족을 늘 의식하여 주변 사정에 민감하고 어떤 강박현상에 쫓기는 듯 하는 복잡한 심경의 소유자이다.
(9) 열광성 정신병질자
어떤 가치관념에 열중하여 그것을 외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선전, 주장하고 그 소신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10) 무력성 정신병질자
이들은 심신의 부조화 상태를 늘 호소하면서 관심을 자기에게만 돌이고 동정을 바라는 성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