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교수의 점심식사 - 청주 일미순두부
도시락이 실종되고 있다. 교실의 난로에 수북이 쌓이던 양철 도시락은 이제 엿장수의 손을 거쳐 민속박물관의 차지가 되었다. 외식이라는 말이 한 때 사치스럽다는 정서의미가 있었는데 별미가 아닌 바에야 이제 외식은 일상이 되었다.‘밥공장’이라는 말도 비아냥이었는데 이제 그런 말은 유행어사전에서 먼지가 끼었다. 조미료에 설탕에 혀끝이 타들어간 요즘 직장인들도 밥맛을 되찾아 가정식백반이나 도시락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 그런 식당의 원조는 주막이었을 것인데 요즘 여관에서 밥을 주는 곳은 호텔의 조찬이나 해남의 대흥사 빼고는 없는 것 같다. 외지로 멀리 다닐 수밖에 없는 운전기사들의 식당이 곳곳에 있었는데 고속도로 휴게실이 생기고는 그 또한 사라진지 오래다.
직장가까이서 매일 먹는 점심은 당연히 질리지 않는 할머니의 손맛이 있어야 하는데...나 교수는 지금 고향에 돌아와 병원을 열고 있다. 길 건너 국수집은 동네 사람들이 요기하기 좋은 곳에 있었다.
‘얼굴이나 보고 간단히 점심이나 하지?!’라고 전화했더니 ‘칼국수 잘 하는 집이 있어요!’ 대답은 간단했다.
안주인은 직장인들의 밥때를 아는지 바로 국수 한 그릇이 나왔다. 면을 손수 만든다는 국수에는 옛 맛이 묻어있었다. 청주에 어울리는 맛이라고나 할까? 비지에 순두부 청국장과 김치찌개도 하는 모양인데 현관의 연탄난로조차 정겨웠다. 점심을 간단히 한 덕에 차도 한 잔 마시고 이야기도 잠시 나누었다.
식당이란 말 그대로 밥을 먹는 곳이다. 중국이나 미국이나 도시인구가 늘어나면서 ‘간단히’ 그리고 ‘빨리빨리’ 음식이 일상이 되었다. 식당도 할머니나 아주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한 맛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빨리빨리 주방장과 웨이터들이 늘어났다.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쓸어 담는 모양새다. 기왕 별식이 아닌 외식이 일상이 되는 사회구조라면 ‘동네식당’이 자리를 잡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모퉁이를 돌아가면 금속활자 고인쇄박물관이에요!’
지리가 어두운 나는 古風의 시민회관 앞에서 흥덕사지를 돌아보며 산책을 하다 가볍게 집으로 돌아왔다. <*>
청주 일미순두부 [전화]043-274-1833 * 길눈이 어두워 잘 모르겠지만 청주시 흥덕구의 시민회관에서 약 1 Km 떨어진 곳에 있는 것 같다.
앞에 놓인 양념간장을 넣으면 그것으로 OK-따끈한 국수가 속을 데운다 이 할머니가 손수 빚은 면발은 구수하다 다음에는 순두부맛을 보아야겠는데... 현관의 연탄난로조차 정겹다 이 골목에는 식당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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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막의 등불 원문보기 글쓴이: 양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