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村夫의 새벽단상.
새벽 4시 45분에 눈이 뜨였다. 미적미적하다 아내 깨지않게 살짝 문을 열고 마루로 나온다. 부엌으로 가서 냉수 한모금을 마시고 작은 방으로 와서 바깥을 내다본다. 언제부터인가 밤에 일어나면 바깥을 내다보는 습관이 붙었다. 보는 순간 먼 저쪽 세상을 보는 기분이 문득 문득 들기도 한다. 뜰에 있는 하얀 목련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내 방으로 들어와서 컴퓨터를 켠다. 마침 컴퓨터에 미국 영화배우겸 감독 우디 알렌과 그의 부인인 한국인 순이 프레빈 이야기가 나온다. 부부였던 우디 알렌과 미아패로우사이에 미아패로우의 첫남편인 유명한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과의 사이에 한국서 입양한 딸 순이 프레빈이 있었는데 우디 알렌과 딸과도 같았던 순이 프레빈의 스캔달. 결국 둘은 결혼해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데 나이 차이가 38살이라고 한다. 미국사회니까 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엌에 가서 믹스커피를 한 잔 타서 가져온다. 마루에 불을 켜니 어제 아내가 친구한테서 가져 왔다는 군자란이 꽃봉오리가 맺혀 곧 꽃을 피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런 화려한 큰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고 나서의 모습이 너무 허무하기 때문이다.베란다에 가서 새끼소나무가 옮겨놓고 난뒤 기운을 좀 차리는지 살펴보고 싶은데 아직 어두워서 참는다. 어제 보니 새 순이 조금 자란 것 같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조그만 생명이 싹 트는것을 본다는 것은 환희 그 자체다.
오늘도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의 ' 아제아제 바라아제 3편 '을 읽는다.
바깥을 바라보니 바람이 심하게 분다. 나무들이 흔들거리고 관리사무소옆의 태극기가 펄럭이며 나뭇잎들이 공중에 날라다닌다. 일기예보에 태풍급 바람이 분다고 했는데 코로나에 강풍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현 코로나사태를 전쟁상태라고까지 표현한다.
그래도 세상은 돌아간다. 오늘 저녁 10시에는 미스터트롯 TOP7의 노래잔치가 있는 모양이다. 기다려진다.
아침이 밝아온다. 또 하루를 건너 가 보자.
2020.3.19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