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그 냄새 또한 향기롭더라(遺臭時流芳)
신(申)씨 성을 가진 어느 벼슬아치가 있었다.
그는 일찍이 어떤 명기(名妓)에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친척과 친구들이 그 비행을 힐책하자, 신(申)은 말했다.
"나도 경계하여 다시는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였으나,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쁜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으니 내 그녀를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러자 친구들이 책망하면서 물었다.
"그녀가 뒤를 볼 때 왜 그 더러운 것은 못 보았는가?"
"왜 못 볼 리가 있었겠는가? 그녀가 뒷간에 오를 때를 보면 마치 공작새가 오색구름을 타고
깊은 계곡에 들어가는 것과 같고, 분홍색 치마를 걷어 올리고 아랫도리를 드러낼 때에는 그 엉덩이가 반쯤 구름 사이에 구르는 쟁반과 같고, 또 그 하부가 흩어지며 소변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마치 운모(雲母)가 붉은 입술을 열고 구슬 같은 물을 토해내는 것과 같고, 그녀의 방귀를 말하자면 날던 꾀꼬리가 꽃나무에 앉아 백가지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으며, 그녀가 대변을 쏟을 때면 노랑 장미꽃이 어지럽게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갖게 되고, 사타구니는 마치 붉은 모란과 같다. 그래서 그녀가 뒤를 볼 때에 더럽게 보인다기보다는 서시(西施)가 얼굴을 찡그리면 찡그릴수록 왕의 총애를 더 받았다는 것과 조금도 다를바 없으니 이를 어찌하겠나?"
친구들은 크게웃으며 희제(戱題)하여 시를 한 수 지었다.
美人生百媚 _미인이 백가지로 아름다우면
遺臭時流芳 _더러운 냄새도 곧 향기가 되니
豈獨花王辱 _어찌 화왕(모란)만 욕하겠는가
薔薇亦可傷 _또한 장미(가시)에 상할 것이로다
제17화
커야 할 건 작고(欲長大之物小而不大)
어떤 사람의 아내가 버선 한 켤레를 만들어 남편에게 주었다.
남편이 그 버선을 신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버선이 작아서 발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혀를 차면서 크게 책망하기를,
"당신의 재주는 참으로 기괴하구려. 마땅히 좁아야 할 건 너무 넓어서 쓸모가 없고, 마땅히 커야 할 건 좁아서 발에 맞지 않으니 무슨 놈의 재주가 이 모양이요?"
아내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뭐요? 당신의 물건은 어떠한 줄 아시오? 길고 굵어야 할 건 작아서 쓸모가 없고, 마땅히 작아야 할 발만 나날이 커가니 그게 무슨 꼴이요?"
제18화
성인만이 능히 성인을 알아보도다(聖人能知聖人)
어떤 신부가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신랑집 종이 신부에게 절하고 뵙는데 신부가 종에게 물었다.
"너의 집 서방님에게 첩이 있었더냐?"
"없습니다."
"너는 어이하여 속이느냐? 만약 첩이 없었다면 그 일솜씨가 어찌 그리 익숙하시더란 말이냐?“
종은 속으로 '역시 성인(聖人)만이 능히 성인을 알아보는구나'하고 장탄식하였다.
제19화
누가 범인인 줄 알 수 있다(知犯者何人)
소년, 장년, 노인이 함께 동행하다가 남편이 출타한 어떤 촌가(村家)에서 자게 되었다.
장년이 그 집 부인의 반반한 얼굴에 반하여 캄캄한 밤중에 몰래 주인 방에 침입하여 잠시 잠자리를 같이하고 객방(客房)으로 되돌아왔다.
다음날 새벽에 귀가한 남편은 행동이 수상한 아내를 다그쳐 간통 사실을 자백받았으나, 누구와 간통하였는지 알 수가 없어 세 나그네를 모두 관가에 고발하였다.
그런데 사또 또한 진범인을 가려내지 못하고 퇴청하여 자기 부인에게 상의하자 부인은,
"그런 일이 뭐 그렇게 어렵습니까? 내일은 그 여인에게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몸을 섞을 때에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더냐, 쇠망치로 내리치는 것 같더냐, 아니면 삶은 가지가 들어오는 것 같더냐 하고 물으시면 될 것입니다."
그러자 사또가,
"그것으로써 어떻게 진범인을 구별할 수 있소?"
하고 물었다. 이에 부인이 대답하였다,
"만약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으면 소년이고, 쇠망치로 치는 것 같았으면 장년이요, 삶은 가지를 들이미는 것 같았으면 반드시 노인일 것입니다."
다음 날 사또가 간통한 여인에게 그 말대로 물으니 여인의 대답이,
"쇠망치로 치는 것 같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리하여 장년 나그네를 엄하게 심문하여 자백을 받아냈다.
제20화
모두가 내 잘못이오(皆吾之過也)
한 부인이 있어 글을 잘 알지는 못하나 들으면 꼭 써먹어 보고야 마는데 어느 날 아들이,
"오늘 밤 몇몇 친구가 모이게 되어 있어 그냥 보내기 뭣하니 간단한 술상을 차려 주십시오“
하고 아뢴다.
어머니는 부탁대로 술상을 내놓고 창밖에서 우연히 아들 친구들의 취중 담화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딸도 같이 듣는 데서 아들에게 물었다.
"어제 밤 창밖에서 너희들의 문자 쓰는 것을 들은즉 모두 유식하여 가히 들을만 한데, 다만 용두질(龍到質), 비력질(臂力質), 요분질(搖奔質) 등에 이르러서는 그 문자와 뜻을 알 수가 없던데, 그것들은 어디에다 쓰는 말들이냐?"
대체로 용두질이라 함은 수음(手淫)을 말하며, 비력질이라 함은 남자끼리의 교합을 말함이요,
요분질이라 함은 남녀가 교접 시 여자가 몸을 움직임을 이르는 말인지라, 아들이 기가 막혀 대답할 말이 없어 거짓으로 꾸며 말했다.
"용두질, 비력질은 친구들 간에 담배를 피우거나 노름을 할 때 쓰는 말이며, 요분질은 바느질을 이를 때 쓰는 말입니다“
그 어머니는 그런 줄만 알고있던 중 딸이 출가한 후 사위와 함께 인사차 찾아왔다. 어머니는 상을 잘 차려 대접하고 나서 사위에게 말했다.
"사랑방에 나가 처남과 더불어 용두질, 비력질을 하면서 종일 잘 놀다 가게나." .
그러자 딸이 나서며 말했다.
"그러면 그사이에 비록 이렇다 할 솜씨는 없으나 어머니 대신 요분질만은 제가 해드리지요"
신랑이 들은즉 해괴망측 한지라 묵묵히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를 쫓아내 버렸다. 딸이 왜 쫓겨 왔는지 그 연고를 알 수 없던 차 아들이 짚이는 데가 있어 어머니에게,
"어제 매부가 왔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요?"
하고 여쭌즉,
"이러 이러 했을 뿐 다른 말은 없었느니라."
한다.
아들이 들은즉 참으로 낭패스럽게 되었거늘 매부를 찾아가 말했다.
"이번 일은 여차여차 한즉 모두 나의 과실이니 부디 마음에 두지 마시게나".
이를 들은 매부는 크게 웃으며 곧 가마를 보내어 아내를 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