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 여호와의 증인과의...
전날,
일꾼들 회식자리에서
내 말 한 마디로 인해
졸지에 실업자가 되었다
갑질해대는 68세 반장한테
니 나이가 몇 개고?
ㅇ새끼!
ㅇ새끼!
욕설을 퍼붓고 나니
속이 후련했었다
집에 와서리
한토막 잠을 자고
새벽 이른 시간에 일어나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하다가
안해랑 장산 체육공원까지 산책 겸 운동을 하고 내려와서는
콩나물해장국밥 집에서 뼈다귀해장국이랑 해장술을 했다
안해의 말,
어차피 오늘은 놀게 되었으니
돼지감자 엑기스 한 박스를 당뇨가 있다는 누나한테 갔다주고 오소
그리고 서면에 가서 아람단 단복도 구입해오소
그런다
지하철을 타러가는 길에
각종 틈과
사이에 핀 민들레꽃 사진들을 찍었다
지하철타서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할렘과 아라비안 나이트를 들었다
부산지하철 2호선 가야역 4번 출구로 지상에 올라오니 마침 세 사람이 여호와의 증인 책자가 꼽힌 이동용 가판대의 비닐을 벗기는 중이었다
세차게 봄이 오는 길목이었는데도 바람은 없었고...
그리고 햇볕은 화사했다
조금 떨어져서 책자들을 바라보자니 한 사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예수님에 대해 좀 아세요?
예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광야에서의 40일 단식을 본받아서 저도 해봤어요.
비록 40일은 못하고 30일밖에 못했지만요
그럼 성경을 읽어봤어요?
조금요
집에 성경책이 있어요?
네
몇 권 있습니다
혹시 종교가 있나요?
별달리 없긴 합니다만...
그러시면 이 동네에 사시나요?
아뇨
어디에 살아요? 어디서 오셨나요?
지금은 해운대에서 살아요
여긴 왜 오셨나요?
가야119안전센터에서 일하는 외사촌 누님을 만나러가는 길입니다.
네~~
그러시군요. 하더니
작은 아이패드에 저장된 성경 말씀을 읽어주신다
나보고 같이 읽어보자길레
그 사람 옆에 섰더니 아이패드 화면에 햇볕이 반사되서 글들을 읽으려고 걸음을 옮기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야 했다
그 사람이 한 문장을 읽었다
그런데 그 문장 안에 '참하나님'이란 단어가 나왔었다
아이패드 한 문장을 읽은 사람이 여호와하느님에 대해 이래저래 말하길레 들어주었다
그러고 난 뒤 내게 물었다
사람이 죽고 나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세요?
사람이 죽는 법은 없습니다
육체라는 옷만 바꿔 입는거지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육신으로서의 생명이 끝나면 영혼은 다시 또 사람으로 태어나요
영혼은 죽지 않는다고 봅니다
불교적인 생각을 하시는군요
아니요
불교적인 생각이 아니라요
저 위대한 하느님께서 이 우주를 다 만드셨는데 그 까짓 윤회 하나 못 만들겠어요?라는 어떤 사람의 말이 생각나요
또
그리스 철학자였으나 불교도는 아니었던 플라톤은 <국가>라는 책 끄트머리에서 '에르의 이야기'를 통해
윤회와 영혼불멸을 말하는 것을 읽어본 적 있어요
내 말을 듣더니 성경과 여호와하느님과 참하느님에 대해서 말했다
다 듣고나서 말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하나님은 천지만물의 창조자입니다.
그 하나님, 하느님이 이스라엘 사람만 사랑했을까요?
우리 민족의 조상인 조선 사람들 우리 들의 할배, 할매한테도 사랑을 베푸시어 <천부경>이라는 말씀을 주셨지요.
전 천부경을 처음 들어봐요
그럴거예요
다시 이야기가 성경으로 나갔다가 내게 묻는다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제 생각에 불쌍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봅니다
모두 다 태어나기 전에 이번 생은 이렇게 살아봐야겠다. 이런 체험을 해봐야겠다하고 계획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보니까요.
매년 아프리카에서 굶어서 죽는 아이들이 많지 않나요?
그들도 그런 짧은 인생을 자기가 선택한거라고 봅니다.
그런것처럼 인간의 선택은 자유에요
거지로 태어날 수 있고
노예로 태어날 수 있고
재벌로 태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예전에 우리가 초등학교다닐 때 시험을 치면 수우미양가의 다섯 개 등급으로 점수를 받았어요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데요
하느님이 보시기에 모든 사람들이 다 이뻐보이지 않을까?
예전에 국민학교다닐 때의 연세많으신 교장 선생님들이 공부 잘 하나 못 하나 코흘리개든 아니든 다 귀여운 꼬맹이들이고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새싹으로 보았듯이요
그 사람이 내 말을 수긍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반격해오는 말을 잇는다
지구에는 2만개의 종교가 있다고 해요
우리는 성경의 말씀을 정수만 요약해서 알아보기 쉬운 말로 전세계에 7,240개 언어로 복음을 전하고 있어요
기회되시면 성경을 더 공부하셨으면 좋겠어요
나도 내 주장을 펼쳤다
<천부경> 말씀에 의하면 우리 민족의 하느님은 삼위일체의 하느님이 아니라 삼신 하느님이라고 해요
본체는 하나인데 그 분의 하시는 일, 즉 작용이 세 가지라 삼신이라 하는 거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내 몸은 하나인데 어머니의 아들이고,
아내의 남편이고, 딸의 아버지로 살아갑니다
하느님 당신도 유일자로써 한 분이시지만 세 가지 일을 하신다는 거죠.
이 우주를 창조하고, 가르치고, 다스리는 일을 하신다고 하셔서 삼신 하느님이라고 해요.
저도 천주교 성당을 다녔었는데 삼위일체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봐요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이 세상에 심부름꾼으로 보낸 거예요 어떻게 아버지와 아들이 같을 수 있나요?
'여호와의 증인'에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설은 인정하지 않군요.
네.
성경을 보면 예수님도 하나님 아버지에 대해서 모른다, 모른다 그런 말씀을 몇 번이나 해놓으셨어요
그리고 성경은 그냥 쓰여진게 아니예요
영감을 받아서 쓰여진 거예요
내가 말했다
윤회나 영혼불멸을 제가 여기서 증명해드릴 수 없듯이 영감으로 쓰여졌다는 그대의 말씀도 역시 증명할 수는 없는 영역이네요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들이 양보없는 평행선을 달리긴 하지만
아무튼 저는 하느님의 은혜로 오늘 하루를 살수 있고 제 목에 숨이 붙어있다는 그 점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이렇게 길거리 복음전파에 열심이신 그대와 더 큰 공유를 나누었지 않나 싶습니다
낮의 볼 일을 다 보고
집에 와서 예전에 썼던 시 한편을 다시 읽어보았다
제목; 수우미양가.
학교 가서 처음으로 한글을 배우던 시절이 있었지.
요샌 학교들어가기 전에 알고 간다네.
그래서 세월 좋아졌다고 하는데.....글쎄?
또 누구나 자기 어릴 때 보고 들은 게
제일 좋은 법이라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도 모르겠어.
하여튼 그 시절에는 입학해서
한글 깨치고 구구단 외웠어.
그 땐 그게 당연했으니까.....
그 시절 이야기인데 말야.
시험을 치면 언제나
‘수우미양가(秀優美良佳)’로 등급을 매겼어.
성적이 ‘우수수’하면 귀염받았고,
‘양’이 많고 ‘가’도 보이면
영 학교 가기 싫어지는 거지.
그 때는 이 다섯 글자에 희비가 엇갈리곤 했지.
왜? 지금 그 때 생각이 날까?
내 안의 우는 촌아이 때문일까?
아마 그럴지도 몰라.
무슨 말을 해도 들어주는 귀가 있어서?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아냐.
그냥 문득 설핏 이라고 해두자.
빈 하늘의 복소수(複素數)공간을 생각해봐.
거기엔 저마다 유일(唯一)하고
저마다 소중하고
저마다 위대한 자리잖아.
이 땅도, 이 세상사도
하늘 아래 일이라
존귀와 서열을 그대로 둔 채
무등불변(無等不變)이야.
하느님 보시기에
수(秀)를 받아 우쭐대는 아이도,
우(優)를 받아 아쉬워하는 아이도,
미(美)를 받아 본전 생각하는 아이도,
양(良)을 받아 기죽은 아이도,
가(佳)를 받아 가마득해 하는 아이도,
다 이쁜거야.
그렇지 않아?
우에서 하시는 말씀인즉,
“높낮이가 뭐 그리 중요해?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야.
네 학창 시절의 등급은 말야
일종의 기억 회상장치였어.
니가 잊고 살지만
네 안에 말야.
빼어난 기품의 선풍수인(仙風秀人)이 있고,
훤출 뛰어난 지혜의 광명우인(光明優人)이 있고,
아름다운 맘씨의 청옥미인(靑玉美人)이 있고,
착하디 착한 천상양인(天上良人)이 있고,
하염없이 마냥 좋은 이화가인(理化佳人)이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수우미양가'로 한거야.
몰랐지? 메롱!“
삭제된 댓글 입니다.
웃으셨다니 기분좋아요.
감사합니다
잊었던 기억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까꿍!
제가 아이들 같이 순수하지도 않은데 그렇게 해주시니 기분이 아주 좋아요.
전율이 오는 느낌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ㆍ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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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원래 초기 카톨릭에서는 신비주의 범신론과 수도하는 수행자도 있었고 윤회설도 있었지만 로마의 황제가 카톨릭 수장이 되고 나서는 다 삭제되고 없앴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보고 오늘 오후 내내 일하면서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했답니다.
평소에 쓰지않는 욕설과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말이 순간적으로 입에서 나왔고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로가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그 분은 아예 팀 자체를 해체하고 모든 일정을 취소해버렸고 저도 제 모습에 놀랐습니다.
어?
내 안에 투사가 살고 있었군.
이랬으니까요.
갑질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욕먹을 겁니다.
그리고
민들레꽃 사진찍다 보니
정말 즐거워지더군요.
감사합니다.
@무애자 네~~
감사합니다. ^^
글을 읽으면서 즐거웠습니다
사진도 글도
사람을 미소짓게 하네요
고마워 유 ^^
이래저래 좌충우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즐거우시고 미소지으셨다니
저도
기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 민들레꽃들도 이미 홀씨가 되어 날아갔겠네요.
다들 알아서
자기들 자리를 잡았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