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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연못가로 나와서
버드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데
내 존재를 알아채지 못하고, 바로 가까이서
뻐꾸기가 운다, 조심성 많은 그 날것의
경계 안에 들어있는 느낌이 청량하고 팽팽하다
우리나라 새들은 울음과 노래의 구별이 없다
아니, 우리네 귀에는 새소리가 노래로는 들리지 않고
울거나 우짖거나 지저귀는 것으로만 들렸다는 얘기다
뻐꾸기는 지금 울음으로, 애절하게 짝을 부르는 중이다
이 새벽 연못 일대는 뻐꾸기 구애 이벤트에 가담중이다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는 물론 주변 밭의 감자꽃 참깨꽃
연못에 막 솟아난 연꽃 봉오리도 말없이 응원을 보내고,
황소개구리도 굵은 바리톤으로 가끔씩 거든다
세상에 무엇 하나 저 혼자 되는 일이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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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가에 늘어선 버드나무들, 제법 고목의 티를 내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내 어렸을 적엔 없던 것들이다
여름 한 나절 발갛게 익은 얼굴로
왕잠자리를 쫓아 이 연못가를 맴돌던 시절이 있었다,
청록빛 몸체를 빛내며 유유히 날던 왕잠자리...
바람에 씨가 날아와 저절로 자랐을 이 버드나무들이
그러고 보니 길어야 50여 년의 수령이란 계산이다
나이로 치자면 내가 이 버드나무들의 형님뻘인데
넓은 그늘을 드리운 우람한 나무들에 비해
내 초라한 초로가 무색하고 옹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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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는 저만치 아카시아 숲으로 무대를 옮기고
제비 한 쌍이 연못 위를 날고 있다, 밀월 비행인가보다
제비를 보면 반갑다, 반에 반도 안 되게 수가 줄었지만
아직은 제비가 찾아온다는 게, 무슨 희망의 불씨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