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vs박정환 슈퍼매치 제1국
신진서, 박정환에 267수 불계승
4대0으로 기울어져도 또 두어야 한다. 총 7번을 다 두는 것으로 정한 대결의 끝은 가능성이 아주 낮지만 7대0이라는 일방적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냉혹한 승부다. 1ㆍ2국을 연거푸 져서 2패로 출발하기라도 하면 3국 이후의 부담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터. "승부보다 좋은 내용"이라고 누차 밝혀 왔던 각오들은 부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 신진서vs박정환 슈퍼매치'. 7번기의 시작은 신진서 9단이 기선을 제압했다. 19일 오후 경남 남해군의 이순신순국공원 관음루에서 야외대국으로 벌인 제1국에서 신진서 9단은 개시 4시간 40분, 267수 만에 불계승했다.
50수 부근에서 조금씩 우세를 잡아나간 신진서 9단에 맞서 박정환 9단의 추격전은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 그대로 끝을 볼 것 같던 국면은 신진서 9단이 중후반에 빌미를 주었다.
헝세를 정확하게 읽으면서 두텁고 편하게 마무리하려는 의도가 보였으나 갑자기 태도가 바뀌면서 복잡하게 만든 것. 최근에 볼 수 없었던 갑작스러운 난조였다.
불리한 형세에서 차분하게 따라가는 평정심이 돋보인 박정환 9단이었다면 역전을 허용한 후 냉정을 찾은 신진서 9단이었다. 미세하게 흘러간 종반의 반집승부에서 신승을 거뒀다. 두 기사 모두 마지막 초읽기까지 몰린 혈투였다.
이번에도 신진서 9단의 손이 올라갔다. 6연승을 이어간 올해의 상대전적은 8승1패. 지난해까지 4승15패로 크게 뒤지며 자신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던 박정환 9단이다. 통산 전적은 12승16패. 1국 승리로 올해 90%대의 승률을 유지했다(51승5패로 91.1%).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남해군의 주요 명소를 배경으로 펼치는 슈퍼매치의 제2국은 21일 오후 1시부터 상주은모래비치에서 야외대국으로 치른다(우천시 변경될 수 있다_. 매 대국의 제한시간은 90분, 초읽기는 1분 5회.
남해군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이번 대결의 총 규모는 2억9000만원. 매판 승자는 1500만원, 패자는 500만원을 받는다.
"초중반에는 괜찮았고 끝내기 전에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수가 나오면서 역전됐다. 그 후로 어렵다고 봤는데 반집을 운 좋게 남기게 됐다"는 신진서 9단의 국후 감상. 박정환 9단은 "중반의 기회에서 너무 무리하게 두었다. 그 후 미세했지만 끝내기에서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