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이 유다인 곧 모르드개의 민족을 다 멸하고자 하더라
(에스더 3장 1-11절)
1-4.그 후에 아하수에로 왕이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의 지위를 높이 올려 함께 있는 모든 대신 위에 두니 대궐 문에 있는 왕의 모든 신하들이 다 왕의 명령대로 하만에게 꿇어 절하되 모르드개는 꿇지도 아니하고 절하지도 아니하니 대궐 문에 있는 왕의 신하들이 모르드개에게 이르되 너는 어찌하여 왕의 명령을 거역하느냐 하고 날마다 권하되 모르드개가 듣지 아니하고 자기는 유다인임을 알렸더니 그들이 모르드개의 일이 어찌 되나 보고자 하여 하만에게 전하였더라
“그 후에 아하수에로 왕이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의 지위를 높이 올려 함께 있는 모든 대신 위에 두니”
그 후는 에스더가 왕후의 자리에 오른 때로 부터 아하수에로 즉위 12년 되던 해 사이의 어느 기간을 가리킨다.
아각 사람은 사무엘에 의해서 죽임을 당한 아말렉 왕 아각 후손을 뜻한다. 그래서, 하만이라는 인물은 이스라엘 백성들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었을 가능성이 많다.
하나님께서는 아말렉 족속들이 출애굽 직후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대적한 것으로 인하여, 그들을 영원한 진멸의 대상으로 삼으셨었다. 따라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도구로 삼아 그들을 계속 멸절시켜 오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말렉 족속은 완전히 멸절되지 않은 채, 오히려 하나님의 자녀인 이스라엘 백성들을 해하려는 존재로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대궐 문에 있는 왕의 모든 신하들이 다 왕의 명령대로 하만에게 꿇어 절하되 모르드개는 꿇지도 아니하고 절하지도 아니하니”
꿇어 절하는 것은 코가 땅에 닿을 만큼 납작하게 엎드려서 절하는 것을 가리킨다. 고급 관리에 대한 이 같은 경의의 표시는 페르시아 제국 당시의 보편적 관습이었다.
모르드개의 이러한 행동은 하만이 신적인 경배 행위를 요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르드개는 자신이 절하기를 거부하는 이유가 자신이 유일신 여호와 숭배자이기 때문임을 암시할 목적으로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점이다. 모르드개는 하만이 왕의 후광을 힘입어 신적 경배를 요구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유일신 숭배자임을 암시하면서 절하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왕의 신하들이 모르드개에게 이르되 너는 어찌하여 왕의 명령을 거역하느냐 하고 날마다 권하되 모르드개가 듣지 아니하고 자기는 유다인임을 알렸더니”
다른 신하들의 반문은 이상한 행동을 한 모르드개를 조롱하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다. 포로 출신인 모르드개가 그들과 같은 직위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그들은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모르드개 유다인임을 알린 것은 자신이 오직 유일하신 여호와 하나님만을 섬겨야 하는 신분이어서, 신적 경배를 요구하는 하만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간접적 의사 표시이다.
“그들이 모르드개의 일이 어찌 되나 보고자 하만에게 전하였더라”
그들은 모르드개가 여호와만을 섬기는 유다인이기 때문에 하만에게 신적 경배를 드릴 수 없다고 하는 그의 변명이 과연 하만에게 받아들여질지를 알고 싶어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상 모르드개와 함께 일했던 그 관리들은 오히려 모르드개의 변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큰 벌을 받게 되기를 내심 기대했을 것이다.
하만은 모르드개가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지 아니한 사실을 몰랐던 것이 분명하다. 왕명을 거역해가면서까지 자신에게 절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을리 만무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며, 또한 모르드개는 비교적 하위직이었기 때문에 항상 대궐 문에서 일하는 관리 중 뒷전에 위치하여 비록 경의를 표하지 않았더라도 하만의 눈에 쉽게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5-6.하만이 모르드개가 무릎을 꿇지도 아니하고 절하지도 아니함을 보고 매우 노하더니 그들이 모르드개의 민족을 하만에게 알리므로 하만이 모르드개만 죽이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아하수에로의 온 나라에 있는 유다인 곧 모르드개의 민족을 다 멸하고자 하더라
“하만이 모르드개가 무릎을 꿇지도 아니하고 절하지도 아니함을 보고 매우 노하더니(헤마)”
헤마는 뜨거워지다, 뜨겁다'의 뜻을 갖는 야함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이 단어는 아하수에로왕이 와스디에 대해서 나타냈던 감정을 가리킬때도 사용했던 말이다. 아하수에로 왕의 무자비한 성격을 폭로할 때 사용한 그 단어를 하만의 경우에서도 사용함으로써, 하만 또한 아하수에로 왕처럼 무자비한 인물이었음을 암시하려고 한다.
“그들이 모르드개의 민족을 하만에게 알리므로 하만이 모르드개만 죽이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아하수에로의 온 나라에 있는 유다인 곧 모르드개의 민족을 다 멸하고자 하더라”
바벨론 지역 거주한 유대인의 수효를 약70만 명 정도로 많았다. 하만이 이처럼 유대인을 대랑 학살하려고 한 것이 여호와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유대인들이 마치 모르드개처럼 자신에 대해서 도전적 태도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모든 유대인을 학살하려고 한 듯하다.
7-11.아하수에로 왕 제십이년 첫째 달 곧 니산월에 무리가 하만 앞에서 날과 달에 대하여 부르 곧 제비를 뽑아 열두째 달 곧 아달월을 얻은지라 하만이 아하수에로 왕에게 아뢰되 한 민족이 왕의 나라 각 지방 백성 중에 흩어져 거하는데 그 법률이 만민의 것과 달라서 왕의 법률을 지키지 아니하오니 용납하는 것이 왕에게 무익하니이다 왕이 옳게 여기시거든 조서를 내려 그들을 진멸하소서 내가 은 일만 달란트를 왕의 일을 맡은 자의 손에 맡겨 왕의 금고에 드리리이다 하니 왕이 반지를 손에서 빼어 유다인의 대적 곧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에게 주며 이르되 그 은을 네게 주고 그 백성도 그리하노니 너의 소견에 좋을 대로 행하라 하더라
“아하수에로 왕 제십이년 첫째 달 곧 니산월에 무리가 하만 앞에서 날과 달에 대하여 부르 곧 제비를 뽑아 열두째 달 곧 아달월을 얻은지라”
이같은 행동은 유대인들에 대한 학살을 실행하기에 적절한 길일을 택하기 위해 취해졌다. 이처럼 제비를 뽑아 신의 뜻을 알아내려는 관습으로서, 하만은 상당한 권세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마치 왕이 그랬던 것처럼 개인적으로 점성술사 혹은 점쟁이를 데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만이 아하수에로 왕에게 아뢰되 한 민족이 왕의 나라 각 지방 백성 중에 흩어져 거하는데 그 법률이 만민의 것과 달라서 왕의 법률을 지키지 아니하오니 용납하는 것이 왕에게 무익하니이다”
바벧론에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과 그 후예들 중에는 고래스의 칙령에 의해서 팔레스틴으로 귀환한 백성들도 있었지만, 경제적 기반을 제대로 다진 사람들 등 상당수는 여전히 바벨론과 페르시아 전역에 흩어져서 살고 있었다. 하만은 페르시아 정부가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에대해 호의적 태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다 민족이라는 말 대신에 '한 민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우상 숭배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규범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하만의 이 같은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전통적으로 페르시아 제국은 종교적인 측면에서 피정복민에게 관용적 정책을 취했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의 법률을 거역할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하만의 말은 모르드개 한 개인이 자신에게 경배를 하지 않은 일을 온 유대인이 왕의 법률을 거역한 일로 확대시켜 무고하고 있는 것이다.
“왕이 옳게 여기시거든 조서를 내려 그들을 진멸하소서”
신하들이 왕에게 어떤 제안을 하기에 앞서 왕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상투적인 술어이다.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문제는 너무나도 중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왕의 구두 명령으로는 제대로 시행되기 곤란하였다. 그래서 하만은 문서화된, 그리고 왕의 도장까지 찍어서 결코 변개될 수 없는 명령의 하달을 왕에게 간청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은 일만 달란트를 왕의 일을 맡은 자의 손에 맡겨 왕의 금고에 드리리이다 하니”
하만의 제안은 아하수에로 왕이 최소한 재정적 문제로 인해서 유대인 학살에 관한 자신의 간청을 거절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이다.
사실 아하수에로 왕은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하므로서 발생할 세수 손실에 대해서 염려치 않을 수 없었으므로, 하만의 기부금에 마음이 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 은 일만 달란트는 하만의 개인 재산에서 바쳐지는 돈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많은 돈은 유대인으로부터 탈취할 재산을 염두에 둔 것인 듯하다. 실제로 왕의 조서에는 유대인 대학살과 더불어 그들로부터의 재산 탈취도 허용하는 내용이 명문화되어 있었다.
“왕이 반지를 손에서 빼어 유다인의 대적 곧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에게 주며 이르되 그 은을 네게 주고 그 백성도 그리하노니 너의 소견에 좋을 대로 행하라 하더라”
반지는 왕의 조서가 절대적 구속력을 지닐 수 있도록 거기에 날인하는 데 사용됐다는 점에서, 이러한 행동은 곧 하만에게 한 민족에 대한 학살과 관련한 전권을 위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하수에로 왕이 유대인들의 생명뿐만 아니라 재산까지도 하만의 손에 넘겼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의 은은 하만이 왕에게 기부하려고 했던 은 일만 달란트가 아니라, 아하수에로 왕은 유대인들의 재산을 그들에게서 탈취 행위를 하는 자의 상급으로 허용한 것이며, 그 탈취물들 중 무려 은 일만 달란트나 되는 액수가 자신에게 당연히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유대인들을 완전히 몰살시키고 아울러 그들의 재산을 철저히 탈취해도 좋다는 허락을 한 것이다. 아하수에로 왕은 여기서 그 같은 재산의 처분권을 하만에게 완전히 위임한 것이다.
(요약 정리)
에스더 3장 1-11절은 영적으로 하나님의 백성(모르드개)과 세상의 영(하만) 사이의 타협 없는 영적 전쟁을 보여준다. 모르드개가 하만에게 절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불복종이 아니라, 우상숭배를 거부하고 거룩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신앙적 결단이었다.
하만은 이스라엘의 오랜 숙적인 아말렉 족속(아각)의 후손이었다. 성경에서 아말렉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력을 상징한다. 하만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악의 세력 앞에 타협하는 것을 의미한다.
왕의 모든 신하가 하만에게 엎드려 절할 때, 모르드개는 유다인임을 밝히며 끝까지 절하지 않았다. 이는 하나님의 계명과 거룩한 자존심을 더 중요하게 여긴 믿음의 표현이었다.
에스더가 왕후가 되고 모르드개가 왕의 문에 앉아 평안을 누리던 때에 하만이 등장한 것이다. 하만은 아하수에로 왕을 충동질하여 유다 민족을 몰살하려 했고, 그 대가로 은 십 달란트를 바치겠다고 제안했다. 세상은 돈과 권력으로 하나님의 백성을 멸하려 하지만, 악인의 계획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영적 전쟁은 끊임없이 신도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며, 하나님 백성으로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자로서 세상적 타협보다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함을 말해준다. 비록 손해가 나더라도 목숨보다 더 귀한 신앙의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