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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2
기차는 부산을 향해서 아주 멋지게 출발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것이 정말 기분이 최고여야 하는데......
숙과 희와 함께였다면 그랬겠지..
난 조금 미간을 구긴채.
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혹시..사람을 잘못 고른 걸까?
이거 완젼 남자 꼬시러 가는 복장인걸..
아악..
내가 제일 싫어 하는 타입이었던 거야??
처음 봤을 때 조신하고 조심조심 하는 컨셉은
사실 직장인 모드 였던 걸까..
역시 사람은 알고 봐야 하는 건데..
첫 인상만 지나치게 믿고
사실 별 선택의 여지도 없었건만..
그녀의 화려한 원피스가 자꾸만 시선을 끌었고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역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야.
원래 인터넷에서 사람 만나는 걸 하는 나도 아니였는데..
하필...이런 사람이 걸리다니..
후회 막급이었다.
안그래도 역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마다
그녀를 홀깃홀깃 보는 남자들 때문에
조용히 휴가를 보내고 오고 싶은 내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만 같아 한숨이 나왔다.
잔뜩 인상을 쓰고 폰을 만지는 날 바라보던 언니가 물었다.
"아침은 먹었어?"
"아뇨 아직.."
사실 밥 맛도 없었지만..
"그럼 우리 김밥 먹자."
그녀는 가방에서 은박으로 쌓인 김밥 2줄을 내게 내밀었다.
"이거 직접 싼거예요?"
김밥을 한 입 먹으면서 그 맛에 조금 놀라면서
새삼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실 난 그녀를 오해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이거? 이거 오다가 산건데?
맛있지?"
"...예"
그럼 그렇지..
오해는 무슨!
그래도 센스는 있는 모양인지..
한줄은 치즈김밥 한줄은 참치 김밥이라 꽤나 맛이 있었다.
음료 파는 사람이 지나가길래.
커피 2개와 바나나 우유 2개를 샀다.
"자요."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 건내주자
그녀가 내게서 우유를 받으면서 물었다.
"바나나 우유 좋아해?"
"맛있잖아요."
"ㅋ 귀엽네."
왠지 낯간지러워져. 난 귀까지 벌게졌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키득거렸다.
사실 내게 귀엽단 소린 잘 안어울리는 모양이었다.
언제나 사람들은 내게 쿨하다 차갑다 날카롭다.
뭐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으니까..
왠지 낯선 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김밥을 다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딘가 정차 했던지 차에 사람들이 올라 탔다.
역시나 그녀와 나를 홀깃 거리며 바라보면서 타는 우리 또래 남자들의 시선이
결코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도 시선이었지만..
화려하고 야한 여자 같이 보이는 그녀와
지나치게 평범하고 수수한 나의 조합이
대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참으로 .... 기운이 빠졌다.
나도 나름 괜찮은 외모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자기에게 잘 맞게 잘 꾸미고
특히나 이런 화려한 아름다움이 잘 어울리는 예쁜 그녀와 있는 것이
조금 주눅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애써 그런 시선을 외면하고는 그녀와 차창밖의 풍경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두 남자가 우리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설마...
지나쳐 가길 바랬건만...
우리쪽으로 오면서 빙글빙글 웃음 짓는 모습이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
"두분이 오셨어요?"
키가 큰 훈남은 느끼한 웃음을 지으면서 우리에게 물었다.
"..예에."
그는 그녀를 홀깃 바라보면서 내게 물었기에
난 마지 못해 대답했다.
"여행 가시나 봐요?"
"..예"
"어디까지 가세요?
저흰 부산으로 가는데...목적지가 같으면 같이 놀아요.
저희도 둘이거든요."
키가 큰 남자 둘이 서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으니..
좌석 사이 길이 꽉 막히는 듯 했다.
거의 제일 뒷자석이었던 우리 자리 였기에
누군가 문을 열고 비키라면서 그들을 뿌리쳐주길 바랬건만...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
내가 거절한다 한들..
그녀가 원한다면 어찌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내 친구들과 함께 였다면 한마디로 거절했을 테지만..
동행한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으니 쉽사리 행동할 수가 없었다.
"우린 우리 둘이면 충분해요."
갑자기 그녀가 훈남에게 싱긋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상큼한 웃음에 훈남도 더더..크게 느끼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지 말구 우리랑 함께 해요. 저희 좋은데 많이 알거든요.
두분의 미모면 뭐...우리가 다 부담하기로 하죠."
정말 나도 그 미모엔 끼긴 한 걸까..
난 그 와중에도 멍 하니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같이 가기로 정하지 않으면 절대 자리로 돌아가지 않을 테세였다.
질기기도 해라..이런 놈들한텐 강하게 나와야지.
"저..저흰 저희끼리 놀거니까.
신경 ..끄..."
내가 미쳐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그녀가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응?
난 이런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고...
그녀가 내게 슬며시 기대었다.
뭐..?
내 사고가 그녀의 행동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때
그녀가 우아한 동작으로 내 얼굴을 당겨
살짝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
그러고는 내 어깨에 자연스럽게 어깨를 기대어서
남자들을 올려다 보았다.
"우린 우리 둘이면 충.분.해요."
차마..남자 둘의 얼굴을 올려다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꿈적도 하지 않는 남자들이었기에
난 슬그머니 그들의 얼굴을 올려다보았고
그 둘은 완전히 경직되어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나 조차도 그런 심정인데...그들이 오죽할까..
슬그머니 그녀의 손이 내 허벅지를 통해 올라오고 있길래
난 황급히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저..이건.."
이건 오해라구요!!!!!
내 마음 속의 절규를 그들이 듣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들은 그녀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황급히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 갔다.
이건 오해야!!!!!
가지마! 이대로!
엉엉..
정말 울고 싶었다.
그들의 얼굴에 나타난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떡대 같이 큰 남자 둘이 우리 자리를 거의 맊고 있었기에
여기서 일어난 일을 본 사람은 없었다.
바로 뒷 자석도 비어 있었고..
난 정말 쪽팔려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건만.....
혼자서 자학에 자학을 거듭하고 있었건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내게서 떨어져서 창밖을 감상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내...첫키스가.......!!!!!!
정말 울고 싶었다.
한참을 그렇게 말 없이 창을 쳐다보던 그녀가 날 돌아보았다.
"여자끼린 노카운트야 알지?"
날 바라보면서 씨익 웃는 그녀의 웃음이 이젠 미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말 없이 고개를 돌리자..
"설마 첫키스..? 아니지?"
"아니예요!"
첫키스였지만.........
첫키스였지만..........
첫키스였지만.............
"진짜? 첫키스야? 우와 영광인걸."
이 여자 독심술이라도 하는 걸까.
나는 고개를 휙 돌리고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서 폰에 꽂아 노래를 틀었다.
말을 말자 에효.
내 어깨에 슬그머니 기대는 그녀를 밀쳐 내었다.
"삐진거야? 왜에?"
내 이어폰 한 쪽을 빼면서 그녀가 제법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진짜 몰라서 묻는 겁니까?!?!
"저 사람들이 오해했잖아요."
"뭘..?"
"우리가 그런 사이라 생각하게 만든거 아니예요?"
"그게 더 낫지 .. 스스로 포기하게 하는 게 나아."
"왜요? 그러다 나중에 서울서 만나기 라도 하면 어떻해요."
내가 울상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을 있자 그녀가 내 어깨를 토닥거렸다.
"너 아까처럼 거칠게 말해서 남자들 성질 건드리는 건 더 안 좋은 방법이야.
원래 폭행이나 범죄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구..
괜히 심기 건드려서 자존심이 상하게 되면..
남자들은 쉽게 폭력적으로 변하거든..
조심해야해. 차라리 지금처럼 이런 방법이 훨씬 낫지.
나중에 써 먹어봐.후훗
그리구..저 남자들 그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또 언제 만나겠니..
만나더라도 저렇게 질 나쁜 헌팅남은 널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게 낫다구..."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난 제법 마음이 풀어졌다.
듣고 보니 제법 일리있는 말이라난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굉장히 말을 조리있게 잘 했다.
겉모습은 전혀 그렇게 안 보였지만...
"저 뭐하시는지 물어봐도 되요?"
"나 심리치료사야."
역시....왠지...그녀와 안어울릴듯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넌?"
"아..전 그래픽디자이너인데...
사실은..거의 컴터로 노가다만 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예요."
"혹시..우리가 만났던 커피숖 옆 건물 T&M 회사?"
헉! 어찌 알았지..
내 표정을 읽기라도 한 것인양.
"ㅋㅋ 그곳에 그래픽관련 회사가 그곳 밖에 없잖아.
그리구 내가 좀 한 관찰력 하거든.."
"...."
좀 무섭단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ㅋㅋ 너 너네 회사 1층 커피숍에서 사람만나는 건 왠지 꺼려지고..
혹시나 싶어서 바로 옆 건물로 온 거 아냐.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자리를 옮길 때 보통..왼쪽으로 움직이거든.
아니면 교차로 쪽으로......
뭐...그런 이론이 있어."
"예에..."
너무 정확한 그녀의 추측에 난 내심 놀라고 또 놀라고 있었다.
왠지 이 여자랑 더 말을 섞으면 날 마구 파헤칠 것 같아 조금 무서워졌다.
"참! 우리 사진찍자. 우리의 시작을 남겨야지."
그녀가 가방에서 정말 그녀다운 귀여운 하얀색의 미니디카를 꺼냈다.
그녀가 카메라를 높이 들었고
난 그녀 옆에 살짝 붙었다.
"더 붙어야지 그러다 잘린다."
그녀의 말에 난 카메라를 보면서 그녀의 얼굴 가까이 붙었다.
갑자기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내 빰에 뽀뽀를 했고
그와 동시에 찰칵! 거리면서 사진이 찍혔다.
내가 벙 쪄 있는 사이
그녀는 디카를 확인하면서 키득거렸다.
나도 보고 싶었지만 보여주지 않고는 자기 가방에 넣어버렸다.
"그 사진 퍼트리면 안돼요."
"걱정마.."
그래도 입술보단 뺨이 낫다고 생각하면서...
난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는 그녀의 옆모습을 슬그머니 바라보았다.
아무렇지 않게 내 손에 깍지를 끼고 있는 그녀의 작은 손도.
버젓이 그런 행동을 저지르고도...
전혀 아무 일 없단 듯 무심히 행동하는 그녀에게
아주 조금은 적응이 되어 가고 있었다.
원래 스킨쉽이 많은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녀의 손이 힘있게 내 손을 쥐고 있는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막연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이대로 괜찮은 거지...............?
정신을 차렸을 땐
나보다 조금 작은 그녀의 어깨를 베고 아주 깊이 잠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최대한 자세를 꼿꼿이 해서 내가 편하게 기댈 수 있게 해 주고 있었다.
내 머리가 앞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손으로 받쳐주어
아주 편하게 잘 잤다.
하지만 조금 미안 하기도 했다.
몸을 일으키면서 차창밖을 내다 보았다.
뜨거운 햇살이 모든 것을 녹여 버릴 듯 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기분이 좋았다.
"어디까지 왔어요?"
"거의 다 왔어."
그녀가 빙그레 웃음지었다.
다시 봐도..참 예쁜 웃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참 잘자더라."
"저 때문에 못잤어요?"
"아니 나도 잠시 잤어."
난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폈다.
한 숨 자고 나니 몸이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졌다.
부산역은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우린 역에 연결된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지하철 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세네 정거장을 더 간 후
걸어서 숙소까지 향했다.
제법 큰 회사에서 운영하는 리조트형 콘도라 제법 규모가 컸다.
바로 바닷가에 인접해 있어 바닷가 특유의 소금내가
비로소 휴가지에 왔다는 특이한 기분을 심어 주었다.
난 늘상 하던대로
로비로 가서 지갑에서 회원권을 꺼내서 예약한 방 키를 받았다.
늘 상 타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 까지 올라갔다.
사실 둘 밖에 없어 방 사이즈를 줄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한창 성수기라서 여분이 없어 예약된 방으로 들어갔다.
복층 구조로 2층에 방이 하나 화장실이 하나
일층에 거실과 주방 그리고 방이 2개 있는 곳.
언제나 이용하던 곳이라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녀는 바다가 훤히 보이는 정말 멋진 전망과
하얗고 깨끗한 고급스런 구조에 내심 놀란 얼굴로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있었다.
난 거실 쇼파에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 두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아무 방이나 써요."
화장실로 나갔다 오니
그녀가 한쪽면이 완젼 통유리로 된 거실 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주방으로 가서 주전자를 꺼내서 물을 끓였다.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나가야지.
금새 물이 끓어서 난 커피잔 2개를 꺼내서
커피 믹스 2개를 탔다.
시원한 에어콘 밑에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것이었다.
그녀에게 커피 한 잔을 가져다 주고
쇼파에 앉았다.
말 없이 커피를 마시는 날 바라보면서 커피잔을 들면서 그녀가 물었다.
"너 재벌이니?"
"풉!"
정말 마시던 커피를 뿜어낼 뻔 했다.
"이벤트 당첨이라니까요.."
"웃기지 말구..
너 여기까지 올때도 한번도 망설이지 않고
거의 지도도 안보고 지하철타고 바로 버스 갈아타고
..여기 도착해서도
너무 익숙한 듯 로비로 가고..
특히나..네 지갑에서 카드 꺼내서 보여주는 거 나도 봤거든?!?
통유리로 되어 바다 풍경을 바라보면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서도
넌 전혀 감흥 없는 얼굴이었다구..
여기 한 두번 온 게 아니던데 뭘.."
아버지가 하는 작은 사업을 수주해주는 대기업이 이 곳이다.
아버지가 하는 일을 확장하기 위해 대기업의 힘이 필요했고..
로비 겸사겸사 이곳 회원권 그것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것을 구매한 것이다.
아버지는 그러면서 이게 다 남는 것이라고 했지만..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이곳이 당췌 왜 남는 것인지 난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덕분에 나와 내 절친들이 이런 호사를 누리는 특혜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이런 말..... 하자면 너무 길고.. 별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라 난 입을 다물었다.
이래서 모르는 사람과 이런 곳에 오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냥 평범하게 작은 숙소를 예약할 것을 그랬나 보다.
사실은 늘상 오던 멤버들이라 별 신경을 쓰지 않았건만..
"자..장보러 나갑시다."
여전히 궁금해서 눈을 빛내는 그녀의 얼굴을 못본척 하고는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긴 했지만.
조금 먼 거리에 대형 마트가 있어서
참으로 편리한 구조를 갖고 있는 이곳.
역시 대기업의 힘이란...
난 늘상 하듯이 삼겹살에 상추 햇반과...
이런 것들을 카트에 가득 담고 있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내가 넣은 물품들을 하나하나 다시 뺴는 것이 아닌가?
"왜요? 안 먹어요?"
"여기 삼겹살 구워 먹으러 왔니?
여기서 살건 몇가지 없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깐..넌 카트만 끌어."
워낙 숙과 희랑 거의 여름 행사처럼 이곳에 와서
늘상 엠티 온 것 처럼 삼겹살에 상추, 햇반에 김치찌개, 맥주
등등을 먹어 왔던 지라..
아무 생각 없이 넣은 물품들이 그녀로 인해 아주 단촐하게 바뀌었다.
상추와 쌀 2키로 짜리.
그리고 양념장 작은 거 하나와 김치,
과일과 마른 안주 몇개
그리고......양주 1병. 갖가지 병맥주 열댓병 정도?!?
응?
"이거 둘이 다 어떻게 먹어요?"
"다 먹을 수 있어."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는 그녀의 모습에 어떤 의구심도 들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자신만만함이 보였지만...
혹시...
"혹시 남자들 만나서 이곳으로 데리고 와서 같이 놀려는 건 아니죠?"
그녀의 계획이 이거라고 한다 해도
난 처음부터 그것을 차단할 목적으로 그녀에게 날카롭게 물었다.
내 물음에 날 돌아보는 그녀의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난 너랑 마실건데?"
그 맑은 얼굴에 어떤 의뭉스러움도 없었기에
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근데...식사용 먹거리는 하나도 없었다.
"근데..우리 식사는 뭐 먹어요?"
"자갈치 시장 가서 생선 사 와서 먹자. 회도 좋구 . 부산까지 와서 그런 걸 먹어야지 삼겹살이 뭐니.."
"자갈치 시장은 너무 멀어요.
차 타다 시간 다 간다구요."
내가 볼멘 소리를 하자 그녀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해맑게 웃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해산물 파는 곳이 없겠어?"
"그냥 마트서 사갖고 가요. 귀찮아요."
"아냐 마트보다 수산 시장이 질이 좋다니까.."
마트에서 장 본 것을 그녀와 나 반반씩 들고 가기로 했지만..
뾰족한 샌들을 신은 그녀에게 무거운 것을 들기엔 내가 봐도 무리였다.
결국 그녀는 상추 등등 가벼운 것들을 들고
운동화를 신은 내가 병맥주 10개 이상이 든 정말 팔이 빠져나갈 것 같은 무게를 양손 가득 들고는
그녀를 따라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어쩜 저리 요리조리 구석진 곳을 잘 들어가는지..
30분 넘게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나서
내가 폭발하기 직전에 그녀가 골목에 주욱 들어서 있는 작은 시장을 발견했다.
워낙 관광지로 발전된 곳이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난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힘든 것도 잠시 잊고는 시장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후둑후득 흘러 내리는 땀을 그녀가 간간히 닦아 주었고
시원한 슬러시 같은 불량식품을 어디서 샀는 지 사 갖고 와서는
자기도 한 입먹고 나도 한 입 먹여 주었다.
내 머리만큼이나 큰 문어가 산채로 붉은 대야에 담겨 있는 모습도 징그럽긴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갖가지 모양의 생선들과...
무슨 껍질 벗겨 놓은 몽둥이 같이 생긴 꾸물텅 거리는 요상한 생명체도 무진장 신기했다.
난 구경만 하는 것이 충분한데..
그녀는 참으로 호기심도 많고 겁도 없어서
주인장에게 이것저것 묻고는 덮석 손으로 잡아 올려 내게 내밀어서 기겁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고는..
축축한 손을 내 티셔츠에 닦아내는 이것은..대체 무슨 행동인고..?
그녀의 화려한 원피스엔 닦아내기 어려울 것 같아..
내 헐렁한 셔츠에 닦는 것을 딱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사실..내가 말 하기 전에 이미 더럽혀진 내 티셔츠를 더 이상 사수하는 것도 웃긴 일이 었다.
그렇게 두 팔이 빠질듯한 통증에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 올 때 쯤이면..
그녀는 귀신 같이 맛난 집을 발견해서
우린 시장 한 귀퉁이 좁은 의자에 앉아
물회 국수도 먹고
요상한 튀김도 몇점 먹었다.
생긴 것과 다르게 몹시 맛이 있어 신기했다.
그렇게 시장 투어(?)를 마치고...
서서히 하늘이 어두워 져서
우린 시장에서 산 횟거리와 삶은 문어랑 찌개거리를 모두 내 봉투에 넣고는 시장을 벗어났다.
바깥을 걸어다는 것은 등이 축축히 젖을 정도로 더웠다.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해안가에 와 있었다.
두 손 가득한 짐이 거추장 스러워 난 숙소로 바로 가고 싶었지만..
어느새 샌들을 두 손에 쥐고는 백사장으로 쪼르르르 달려 가 버리는 그녀.;;;
하는 수 없이 나도 짐을 들고는
그녀를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한 여름이라 저녁이라도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아무래도 거의 해가 져 가는 시점이라 많은 사람들이 돌아간 뒤였다.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와 땀을 식혀 주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짐을 모래 사장 위에 올려두고는
샌들을 들고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몹시 경쾌해 보이고 몹시 활달해 보이는 그녀는 참 아름다웠다.
아이 같아 보여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다.
내게 오라고 마구 손짓을 보내길래..
나도 운동화를 벗고 양말을 벗고는 청바지를 무릎까지 올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시원한 물이 발에 닿자 생각보다 차가운 느낌에 조금 머리카락이 쭈볏거렸다.
조심조심 발을 물에 담그는 날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녀가 자신의 샌들을 물 바깥쪽으로 멀리 던지고는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최대한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둥거렸지만..
그녀가 거의 강제로 잡아 끌어 결국 허리까지 물에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우린 물장난을 했다.
숙과 희랑도 이곳에 자주 왔었는데..
우린 이렇게 논 적이 거의 없었다.
우린 조용히 백사장을 거닐거나...
아니면 발 정도 담그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뭐...이 정도도 우리에겐 충분히 재미있었고 우리에게 참으로 잘 어울리는 놀이 방식이엇다.
누구 하나 과 할 정도로 오버해서 놀 사람 없이
우린 모두 비슷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물론 작정하고 물에 들어갈 때는...
수영복을 입고 그 위에 티셔츠 같은 것을 입고 물에 들어갈 만만의 준비를 갖춘채
사람들이 많은 대낮에 그랬지
이렇게 어두운 밤에 그런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녀는 몹시 아이처럼 내게 물을 뿌려대었고
마구마구 뿌려대는 물에 코까지 물이 들어가 컥컥 대던 나도 오기가 나서
그녀에게 마구 물을 뿌리면서 우린 정말 초딩처럼 신나게 놀았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던지..
조금 몸이 추워졌다.
"나 업어줘."
"싫어요."
"업어줘 업어줘.."
때쓰는 그녀였기에 난 못이기는 척 그녀를 업었다.
물 속이라 그런지 그녀가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키 크다. 170 넘겠는데..?"
"안 넘어요."
"좋겠다."
"전 좀 작았음 좋겠던데.."
"왜?"
"귀엽잖아요."
"나처럼?"
"...."
"에잇. 우리 아기 얼마나 컸나 볼까?"
꺄~~
갑자기 그녀가 장난 스럽게 내 가슴을 움켜 쥐었기에
난 화들짝 놀라면서 그녀를 물 속으로 떨어뜨렸다.
물에 푹 빠졌다 올라오면서 그녀가 쿨럭 거렸다.
"나 익사할 뻔 했어."
"이정도 오는 물에 익사하다니 그게 말이 되요?"
내가 도끼눈을 뜨면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웃었다.
"또 삐졌어? 그럼 내것도 만져."
빵빵한 가슴을 내게 내 미는 그녀의 행동에 급 당황한 나는
그녀를 버리고는 서둘러 물 밖으로 나갔다.
"어디가? 장난이야."
"추워요. 이제 들어가요."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리의 묵직한 장 본 것을 챙겨 들고는 자리를 떴다.
그녀도 어느새 신발을 챙겨 들고 내 옆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맨발로 가는 것은 무리였기에
난 그냥 축축한 발에 모래만 대충 털어내고 신발을 신었다.
그녀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오거나 말거나 상관 없이 난 성큼성큼 숙소로 향했다.
머리 꼭대기 부터 발끝까지 물에 빠진 생쥐꼴로
숙소에 들어서자 우리는 힐끔힐끔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어째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당당한 걸까.
여전히 샌들을 손에 쥔채 맨발로 아무렇지 않게 숙소까지 들어오는 그녀를 홀깃 바라보았다.
난 장봐 온 것을 주방 식탁에 올려 두고는 바로 욕실로 향했다.
"2층 욕실 써요. 전 여기서 씻을 거니까."
난 갈아입을 옷만 챙겨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찝찝한 옷을 일 초라도 빨리 벗어버리고 싶었다.
물에 젖은 축축한 옷은 잘 벗겨지지 않아 불편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는
뜨거운 욕조를 받아 들어가니 천국이었다.
차가운 몸이 뜨거운 물에 풀어지는 듯 기분이 좋아지려 할 때..
벌컥 욕실 문이 열리더니...
알몸의 그녀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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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여행가고파요. ㅠㅠ
근데 넘 바빠요. 흑.
첫댓글 7월초에 부산 다녀왔는데...
정말 재미 있었어요~~ ㅎㅎ 자갈치 시장에 가서는 놀랬지요...정말 생선들만 있더라구요..ㅎㅎㅎㅎㅎㅎㅎ
냄새 나서 정말이지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요..
ㅋㅋ 부산 잼있죠. 저두 좋아해요. 멀어서 그렇지..;;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머지 않아 입술보다 뺨이 낫다는 생각이 바뀌겠지요?
여기 휴가 못가는 사람이 재밌게 읽고 가요. ㅎㅎ
ㅎ 휴가 못간 사람 생각보다 제법 있네요. 전 저만 못간 줄 알구..
유진에 빙의해서 부산 여행 중입니다.ㅎㅎ;; 슬프다.
앜ㅋㅋㅋ진짜저여자짱이에욬ㅋㅋㅋ점점세뇌되는느낌......ㅋㅋ
ㅋ 세뇌...제 특기죠..캬ㅎ하하하하 뭐래??
휴가 못가 슬픈 복숭아입니다. 흑.
크헉ㅋㅋㅋㅋㅋ 역시 선수였군용!! 오옷~~ 재밌네용ㅋㅋ
ㅎㅎ 과연 어찌 될지...잼나게 지켜봐 주삼.
우와... 선물 받은 느낌으로 글 읽었어요. 뭔가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을 보는 듯해요
ㅋㅋ 잼나게 읽어주시면 저도 만족이랍니다.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ㅎㅎㅎ 너무 절묘해서 엄지 척!
진짜 재밌고 귀여워요 ㅋㅋㅋㅋ
ㅋ 감사합니다. 체인지님.
캔맥주도 아닌 병맥주를 10병씩이나 들고 다니게 하다니...진짜 느무하시다~ 팔아프게 1편에서 운동했냐고 물어본 이유가 이병맥주 들게하려고? 헐~~~~
제인이 이편으로 온 느낌? 당신 두탕뜀? 출연료 많이받삼 ^^
지금 비가 내리고 있어요. 바쁜게 좋기는 한데...조가리 시간이 라도 낼수가 없는건가요?
님 목까지 열심히 놀고 왔다고 하면 위로가 아닌거죠? ^^:
ㅎㅎㅎ 쩡님 상상력도 날이 갈수록 커지네요 너무 웃겨 한참 웃었어요.
제인...두탕??ㅋㅋㅋ
여핸 후기 좀 올려봐요 부러워하면서도 빙의라도 해 보게..;
손놀림이 너무 익숙해요 방2개 있으면 뭐해요 같이 옆에서 잘것같은데요 ㅋㅋㅋ 잘읽었습니다^-^
ㅋㅋㅋㅋ 현주 무섭지 않으신가봐요?
다른 곳에서 연재할 때 현주 무섭다고 난리였는데...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