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가구는 가구가 아니다?
앞 장에서 멍청한 공무원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공무원들이 멍청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주택보급율입니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율은 2006년 기준으로 107.1%, 2007년에는 108.1%로, 현재 남아도는 집이 8%가 넘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럴까요? 주택보급률은 집이 필요한 가구(주택공급 대상가구) 중 집에 살고 있는 가구(주택수)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식으로 나타내면,
주택보급률(%) = 주택수/보통가구수(혈연가구)*100
으로 계산합니다.
[표] 시도별 주택보급률(2006년 12월31일 기준)
그런데. 이 주택보급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맨먼저, 1인 가구는 가구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혼한 사람이 혼자서 살면 이사람은 독립 가구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기준으로 1인 가구수는 317만 가구가 되는데, 이 317만 가구는 주택보급률을 계산하는데, 빼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말이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1인 가구수는 1990년 102만에서 2005년 317만으로 3배나 증가하었고, 전체 가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에서 19.9%로 증가했는 데, 주택보급률에서는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는 소설에 나오는 사랑방 손님처럼, 1인 가구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의 사회변화와 주거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 거주 단위가 아니라 소유 단위로 계산하는 주택수
문제는 여기에 끝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주택 수를 계산할 때, 거주 단위가 아닌 소유 단위로 계산합니다. 조금 쉽게 설명하면, 다세대 주택의 경우 여러 세대가 살지만 소유자는 1명입니다. 예를 들어 10가구가 사는 다세대 주택의 경우 거주 단위로 계산하면 주택 수가 10개이지만, 소유 단위로 계산하면 1개가 됩니다.
2층이나 반지하를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는 단독 주택과 다가구 주택, 상가 주택도 마찬가지 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오피스텔도 주택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주택 수에서 제외 시킵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주택보급률을 계산할 때에는 1인가구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 거주 단위로 주택수를 계산합니다. 이렇게 계산하였을 때, 미국의 주택보급률은 108.5%(2003년 기준), 일본은 109.3%(2004년 기준), 프랑스는 120.5%(2004년 기준)입니다. 즉 이런 나라들은 실제로 빈 집들이 남아 돈다는 이야기입니다.
■ 새로 만들어진 주택보급률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사는 보통의 사람이라며 주택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일생의 가장 중요한 2,30대에 집을 사려고, 수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저축하거나 은행빚을 갚는데 사용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사람들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가 주택 구입일 것입니다. 전 국민이 주택 구입에 목숨을 거는 이런 나라에서,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경제발전을 이룩한 나라에서, 주택보급률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 공무원입니다. 그런데도, 그 잘난 장관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주택보급률을 가지고 우리나라 주택이 남아도네, 어쩌네하고 이야기하는 꼴이 너무나 웃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도 2008년12월30일 국토해양부는 1인가구와 다가구주택의 거처호수를 포함한 새 주택보급률 산정방식을 마련하였습니다.
새로운 주택보급률 계산 방식을 따라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주택수는 240만호가 늘어나고, 1인가구수는 317만가구가 늘어납니다. 따라서 2007년 전국 주택보급률 추계치는
1,635만채 / 1,641만7천 명 X 100 = 99.6%
가 되어, 현행 산정 방식의 108.1%보다 무려 8.5%가 낮아집니다.
■ 새로 만들어진 주택보급률의 문제점
하지만, 이 또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 방식에 따르먼, 다가구주택은 가구수 만큼 주택으로 산정하지만, 거주용으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하면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게 됩니다.
[표]주택/거처수와 1인 가구수
더우기 거처가 구분되어 세를 놓는 단독주택이나, 고시원, 고시텔, 쪽방, 옥탑방 등을 보면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지만, 선진국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거주 단위가 됩니다. 이런 곳을 모두 감안하다면 주택보급률은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현재 서울시내 고시원은 몇 천 곳에 이릅니다.
물론 고시원, 고시텔, 쪽방, 옥탑방 등은 사람이 거주하기에 열악하기 때문에 주택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이러 주택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지표로 삼아야함에도 불구하고, 무능한 공무원들은 이러한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하는 정기간행물 '국토' 6월호에 실린 ‘최저 주거기준의 의의와 기준 미달가구 규모 추정’을 보면 전국 1588만7천가구 가운데 13%인 206만2천가구가 최저 주거기준(면적기준으로 1인 가구 12㎡)에 미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추정치일 뿐, 고시원이나 쪽방 등에 사는 이들의 규모가 정확하게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 서울의 주택 보급율은 100%가 넘는다?
새로 만든 선진국형(?) 주택보급률 계산방식으로 2007년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을 계산하면, 91.8%에서 93.2%로 1.4%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떤 주택 전문가들은 서울의 주택 보급율이 이미 100%를 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주택을 산정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다가구와 단독주택의 거주 단위를 반영하고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수에 포함시킬 경우, 주택보급률은 2005년 97%, 2006년 98%가 되고, 2007년 말 서울시 주택보급률은 100%를 기록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 1000명 당 주택수의 허실
현재 인구 증가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주택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근거는 1000명 당 주택수입니다. 우리나라의 1000명 당 주택수는 266채로, 미국 425채, 영국 417채, 프랑스 490채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측은 주로 건설업계나 부동산이 오르기를 원하는 부동산 업체들인데,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선진국에 비해 주택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주택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주택보급률이 100%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를 살펴보면 이 또한 산정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나라의 주택수는 위에서 말한 소유 단위로 계산한 반면, 선진국은 거주 단위로 계산하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나라도 거주 단위로 계산한다면, 2007년 기준으로, 337채(= 1,576만 채 / 4,846만 명 X 1000명) 정도가 됩니다.
■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은 충분한가?
이상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우리나라의 주택보급율은 약 100%정도이고, 1000명당 주택수는 337채로, 주택 보급률이나 1000명 당 주택 수는 모두 선진국에 비해 모자랍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이런 수치들이 낮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현재 주택이 모자란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후진국일수록 주택보급률이나 1000명 당 주택 수는 적고, 선진국일수록 큽니다. 선진국일수록 주택보급률이 높은 이유는 소득이 높기 때문이고, 1000명 당 주택 수가 많은 이유는 1~2인 가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비교한 선진국들은 1인당 국민 소득이 4만불 내외로 우리나라보다 2배나 많고, 또한 1~2인 가구 비중이 우리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리고 서구 국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나가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문화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현재 주택수가 그리 적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 우리나라의 주택은 크게 모자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남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 |
첫댓글 저도 예전에 이자료 봤어요 ^^ 주택보급율의 문제점에 대해서 잘보여지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여기는 제대로 나타나있지 않지만~ 1인가구의 수입대비 집을 구입할수있는 능력이 떨어지기때문에..실제 앞으로 일인가구의 증가가 주택수요층으로 편입시킬수는 없을겁니다..
1인가구를 보급률에 넣지않아 문제란 이야기여요...1인가구도 보급률에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죠...분모에 혈연가구만 산정하므로서 보급률이 높아졌다는...
님은 ^^ 주택보급율의 문제점에 대해서 잘보여지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구선...1인가구는 주택구입 능력이 없기에 주택수요층으로 편입할수 없다니 앞뒤가 안맞아요~!
아 그렇게 되는 군요.. 요즘 부쩍 주택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그냥 집 한채니 오르든 내리든 별 신경쓸 여유가 없었거든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