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성상을 모시는 관습을 갖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보이지 않게 우리 곁에 현존하는 예수님과 성모님, 성인들을 성상을 바라보며 연상하고, 흠숭과 공경을 효과적으로 드릴 수 있다.
이런 전통에 따라, 모든 성당 마당에는 성모상이 설치돼 있다.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가기 전 예를 다해 성모님께 인사한다. 특히 성모 성월인 5월이 되면 각 본당과 수도원은 성모의 밤을 준비하며 저마다 아름답게 성모상을 꾸미곤 한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머금어 변색이 일어났거나 군데군데 금이 가고 깨진 성모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울퉁불퉁하게 덧칠한 흔적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성모님을 향한 우리의 신심이 성모상 관리에도 다다라야 함을 보여준다.
고승용(루카) 성미술 작가는 “성상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도 신앙의 표현”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우리 신앙이 닿지 않는 것 같다”고 제대로 된 성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작가는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고미술 복원, 재료학, 연대별 양식 차이 등 이론부터 실습까지 두루 섭렵한 성상 복원 전문가다. 원래 서양화 작가지만, 1990년대 우연한 기회로 오래된 성모상을 복원하는 봉사를 하면서 발을 들였다. 이후 너무 많은 의뢰가 오는 바람에 더는 봉사로 감당할 수 없어, 재룟값을 받으며 정식으로 시작했다. 지금도 성상 복원 작업은 수익이 거의 없고 본업인 작가 활동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방치된 성모상이 안타까워 전국을 돌며 복원하고 있다.
그는 “성모상은 수리하는 게 아니라 복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당을 건립할 때 성모상을 봉헌한 사람의 신앙이 담긴 점을 고려하면 새것으로 교체하기란 쉽지 않고, 대신 처음 느꼈던 감동을 다시 일으키게 하기 때문이다.
복원의 모든 과정에는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성상의 재질과 제작연대를 추적하고 원래 색감을 알아내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손상된 부분을 제거하고 표면조직의 강화처리, 유화 페인팅 작업 등을 거쳐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
그는 “성당과 성지, 수도원 등지에 계신 성모상의 부식을 막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수성 페인트나 래커로 덧칠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성당 벽 칠하면서 남은 수성 페인트를 성모상에 칠해 퉁퉁 부은 얼굴을 한 성모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상에는 유성 페인트를 사용해야 한다. 수성 페인트를 칠하면 유성 계열 칠로 마감된 성상이 이를 밀어내 원래 칠이 갈라지고 성상은 부풀어 오르게 된다. 고 작가는 성모 성월을 기해 모두가 성모상을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는 방침을 세울 것을 권했다.
“성상 복원은 붓질 방향까지 신경 써야 하는 매우 세밀한 작업입니다. 자칫 잘못 손을 대면 이상한 형태로 성모님이 변형되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또 조금만 손을 보면 되는 경우도 많은데, 계속 미루다가 손쓰기 어려운 큰 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부디 우리의 신앙이 성상 관리에까지 닿는 날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