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이 구상준인 구상(具常·1919〜2004)은 아버지와 동갑이셨습니다. 함남 문천이란 곳에서 태어나 1947년 홀로 월남 후 이듬해 두 번째 시집 『초토(焦土)의 시』를 발표하는데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지요. 그는 인간의 존엄성과 구원의 가능성에 대해 평생 시를 쓰셨습니다. 몇몇 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내셨고 대학에서 시론을 강의하셨습니다. 금관문화훈장을 받으셨고 병상에서 투병 중이던 때 장애인 문학지 〈솟대문학〉에 2억 원을 쾌척하셔서 그 종잣돈으로 《구상솟대문학상》이 제정됐지요. 요즘에도 종종 그의 시 「오늘」을 읊조립니다.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에 구상문학관이 있습니다. 그의 집 명패는 ‘관수재(觀水齋)였는데 그것은 ‘관수세심(觀水洗心)’의 뜻으로 낙동강변이 바라보이는 집에서 물을 바라보며 마음을 닦는다는 자세로 시를 쓰고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쓴 명칭입니다. 죽마고우로서 화가 이중섭이 있고 구대준 신부가 그이 형이셨지요. 경기도 안성의 가톨릭묘지에 안장됐습니다.
첫댓글 "네 자리가 꽃자리다" 라는 말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