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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지내는 거 어때?”
“좋아요.”
“나는 거의 여섯 살이예요.” 모자수가 끼어들었다. 형이 말할 때마다 나오는 습관이었다. “여기서는 밥을 많이 먹어요. 몇 그릇씩 먹을 수 있어요. 다마구치상은 키가 크려면 잘 먹어야 한대요. 고구마 말고 밥을 먹으래요! 선생님은 밥을 좋아하시나요?” 소년이 한수에게 물었다. “형이랑 나는 오늘밤 목욕할 거예요. 오사카에서는, 물을 데울 연료가 없어서 자주 목욕할 수 없었어요. 센토보다 욕조가 더 작아서 여기서 목욕하는 게 더 좋아요. 목욕 좋아하세요? 물이 매우 뜨겁지만, 익숙해져요. 물속에 오래 있으면 내 손가락 끝이 노인처럼 쭈글쭈글해져요.” “하지만, 나는 어리니까 얼굴에 주름은 없어요.”
한수가 웃었다. 동생은 노아처럼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 그는 자유로워 보였다.
“여기서 잘 먹는다니 기쁘구나. 다행이야. 다마구치상은 너희들이 일을 잘한다고 했어.”
“감사합니다.” 모자수가 말했다. 더 많이 묻고 싶었지만, 그 남자가 형을 부르자 스스로 억눌렀다.
“네가 하는 일은 무엇이니, 노아?”
“여기 마구간을 치우고,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고, 닭을 돌봐요. 시장에 가면 다마구치상을 위해 기록도 해요.”
“학교에 가고 싶니?”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학 문제 풀기, 일본어로 글쓰기가 그리웠다. 공부할 때의 고요함이 그리웠다. 농장에서는 읽을 시간이 없었고, 자신의 책도 없었다.
“네가 매우 훌륭한 학생이라고 들었다.”
“작년에는 학교에 많이 가지 못했어요.”
고향에서, 학교는 자주 취소되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노아는 총검 연습과 공습 훈련을 싫어했다. 큰아버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도시보다는 농장이 더 좋았다. 여기는 안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농장에서는, 비행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폭격 피난 훈련도 훨씬 적었다. 음식은 충분했고 맛있다. 매일 달걀을 먹고 신선한 우유를 마셨다. 깊이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다.
“전쟁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야지. 그러고 싶지?” 한수가 물었다.
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자는 그 때가 되면 어떻게 꾸려갈지 궁금했다. 전쟁이 끝나면, 영도로 돌아가려 했지만, 어머니는 거기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정부가 하숙집 주인에게 세금을 부과했고, 주인을 그 건물을 일본인 가족에게 팔았다. 일하던 소녀들은 만주의 공장일을 얻었고, 이후로 소식이 없었다. 한수가 양진을 찾았을 때, 그녀는 창고 방에서 자면서, 부산의 일본인 상인을 위해 가정부로 일하고 있었다.
한수는 자켓 주머니에서 두 권의 만화책을 꺼냈다.
“여기.”
노아가 어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한글로 쓰여있었다.
“감사합니다.”
“한글을 읽을 수 있니?”
“아뇨.”
“배울 수 있어.” 한수가 말했다.
“큰엄마가 이걸 읽도록 우릴 도와줄 수 있어요.” 모자수가 말했다. “큰아빠가 여기 안 계시지만, 다음에 그를 만날 때는, 깜짝 놀라게 해줄 거예요.”
“너희들은 한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해. 언젠가는 돌아갈 거야.” 한수가 말했다.
“네, 선생님.” 노아가 말했다. 노아는 자신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평화로운 조선을 상상했다. 아버지는 그가 자란 아름다운 도시인 평양과 어머니의 고향인 영도에 대해 말했었다. 영도는 푸른 바다에 어류가 풍부한 조용한 섬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어디 출신이세요?” 노아가 물었다.
“제주. 너의 어머니 고향인 부산에서 가까워. 화산섬이야. 거기서는 귤을 키워. 제주 사람들은 신의 후손이야.” 그가 윙크했다. “언젠가는 너희들을 거기 데려갈게.”
“나는 조선에서 살기 싫어요.” 모자수가 말했다. “나는 여기 농장에서 살고 싶어요.”
선자가 모자수의 등을 두드렸다.
“엄마, 우리는 농장에서 평생 살아야 해요. 큰아빠도 곧 오실 거죠, 맞죠?” 모자수가 물었다.
그때 일은 마친, 경희가 들어왔다. 모자수는 만화책을 가지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이거 읽어줄 수 있어요?”
모자수는 그들이 의자로 사용하는, 개 놓은 이불 위로 그녀를 이끌었다. 경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야, 이리 와. 이걸 읽어줄게.”
노아가 재빨리 한수에게 인사하고 그들에게 갔다. 선자를 남겨두고, 양진도 노아를 따라갔다. 선자가 일어서려 하자, 한수가 그녀에게 앉으라는 몸짓을 했다.
“앉아봐.” 한수는 심각해 보였다. “잠시만 있어 줘. 네가 어떤지 알고 싶어.”
“난 괜찮아요. 고마워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엄마를 모셔와서 감사해요.” 선자가 말했다. 할 말이 더 있었지만, 어려웠다.
“네가 엄마 소식을 물었고, 그녀를 여기로 모셔오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 일본 사정이 매우 어렵지만, 조선은 지금 더 나빠. 전쟁이 끝나면, 나아지겠지만, 안정되기까지 상황이 더 안 좋을 거야.”
“무슨 뜻이죠?”
“미국이 이기면, 일본이 어떻게 할지 몰라. 조선에서 쫓겨나겠지만, 누가 조선을 지배할까? 일본을 지지하던 조선인들은 모두 어떻게 될까? 혼란스러워질 거야. 유혈사태가 더 있을 거야. 너는 그런 곳에 있고 싶지 않을 거야. 아이들도 그런 곳에 두고 싶지 않을 거야.”
“당신은 어떻게 할 건데요?” 그녀가 물었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나 자신과 내 사람들을 돌볼 거야. 내가 내 삶을 정치인 무리에게 맡길 것 같아?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 신경도 쓰지 않아.”
선자는 이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마도 그 말이 맞겠지만, 왜 그녀가 그를 믿어야 할까? 그녀가 손으로 땅을 짚자, 한수가 머리를 가로저었다.
“나랑 얘기하는 게 힘들어? 제발 앉아봐.”
선자가 앉았다.
“나는 아이들을 돌봐야 해요. 그걸 이해해주세요.”
아이들은 만화책에 몰두하고 있었다. 경희는 감정을 넣어 읽었고, 심지어 문맹인 양진도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우스운 것들에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었다. 그들은 만화책에 빠져들었고, 평화로운 것처럼 그들의 얼굴도 다소간 더 부드러웠다.
“널 도와줄게.” 한수가 말했다. “돈 걱정은 하지 마.”
“나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지금 당신이 우리를 돕고 있잖아요. 전쟁이 끝나면, 내가 일해서 그들을 돌볼 거예요. 지금도 그래서 일하고 있구요.”
“전쟁이 끝나면, 내가 집을 찾아주고, 아이들을 키울 돈을 줄게.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해. 소똥이나 치우지 말고. 너의 어머니와 경희도 함께 살 수 있어. 요셉에게 좋은 일자리를 찾아 줄 수 있어.”
“당신에 대해 가족들에게 설명할 수 없어요.” 선자가 말했다. 항상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무슨 생각일까? 그녀는 궁금했다. 분명,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먹이고 가르쳐야 할 두 아이가 있는 스물아홉 살의 과부다. 그녀는 아직 젊지만, 선자는 어떤 남자도 그녀를 원하리라 상상할 수 없었다. 전에도 결코 아름다웠던 적이 없지만, 지금도 매력적이지 않다. 그녀는 시골스런 얼굴의 평범한 여자이고, 그녀의 피부는 햇볕에 그을리고 주름이 생겼다. 그녀의 몸은 강하고 단단하며, 소녀 때보다 더 커졌다. 그녀의 삶에서, 두 남자가 그녀를 원했다; 다시 그런 일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때때로, 그녀는 언젠가는 쓸모가 다하는 튼실한 농장의 가축처럼 느껴졌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그녀가 죽기 전에, 아이들이 잘 지내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했다.
“당신도 아이들이 있잖아요. 그쵸?”
“딸 셋.”
“당신 딸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할까요? 우리에 대해서?” 그녀가 속삭였다.
“우리 가족은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알아요.” 선자가 입이 말라 침을 삼켰다. “이런 기회가 생겨 감사해요. 일하고 안전하게 지내고요.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다른 일을 찾아서 아이들과 어머니를 부양할 거예요.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까지 일할 거예요.”
선자는 바닥에서 일어나 일바지에서 건초를 떼어냈다.
숨을 고르기 어려워서, 그녀는 그에게서 돌아서 황소들을 보았다. 영원한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 그들의 무심한 검은 눈을. 다른 사람들이 둘의 대화를 알아챘을까? 그들은 만화책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선자는 두 손을 포갰다. 씻어내도, 그녀의 손톱 밑은 여전히 흙으로 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