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세요? 나를 잘 아는가 보네
치매에 걸려, 예수님을 잊으신 할머니
왜 우세요? 나를 잘 아는가 보네
할머니는 내가 담임목사가 되어 첫 번째로 세례를 베푼 사람이 되었다. 산을 믿고, 교회에 나오면 매번 방해하던 분이 예수를 믿고, 그 사랑을 깨닫고, 세례를 받고 거듭나게 되었다. 세례를 받고서 할머니는 ‘이제야 사람이 된 것 같네.’라고 하셨다.
목사인 날 사랑해서 하루에도 수십번 전화 하셨다. “목사님, 건강하셔야 돼요.” 뚝.
그후 다시 걸려온 전화, “목사님 힘내세요.” 뚝.
추운 날에는 이부자리 밑에 베지밀을 따뜻하게 넣어두셨다가 “목사님 이거 드시고 가세요.”라며 전해주곤 하셨다.
치매라는 병이 오기 전까지는…. 치매가 심해져, 요양병원에 가신 후에 코로나가 심해지고 면회가 금지되어 뵈러 갈 방법이 없었다. 계속 요양원에 전화하여 면회가 가능할 때를 확인하고 확인하던 차에 드디어 면회가 잡혔다.
면회가 예약된 그 날, 뜻하지 않게 <시골 목사 전원일기> 다큐 팀이 촬영하러 왔다. 그들도 동행한 채로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보고 싶은 마음과 나를 알아보실까? 예수님은 기억하고 계실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1시간을 달려가 만났다.
그런데 할머니는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셨다. 교회 목사님이 찾아왔다고 하자,할머니는 자신은 교회 나간 적 없다며, 산을 믿기 때문에 교회는 안 믿는다고 하셨다. 손도 못 잡게 두 손을 들며 “나는 교회 안 믿는다고,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었다.
내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무엇보다 "예수님 믿는 게 너무 좋다."라던 그 고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산을 믿는다고 말하는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나님, 이 불쌍한 영혼 불쌍히 여겨주세요, 긍휼을 베풀어주세요." 간절한 기도가 터져 나왔다.
할머니가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에 오래전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보여드리기 시작했다. 세례를 받았던 사진, 우리 교회 옛날 사진들, 기억나지 않는 사진 속에서 검은 머리의 자신을 발견하고서도 지금 찍은 거 아니에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서야 치매가 얼마나 큰 고통인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최기수 목사를 좋아하셨던 할머니가 너무도 그리웠다.
울고 있는 나를 보고 "왜 우세요? 누구신데 나를 잘 아는가 보네" 하며 마치 자신의 손을 잡아달라는 듯 손을 내미셨다.
울며 그 손을 잡아드리던 나는 할머니의 한마디에 그만 마음이 무너지고 말았다. "손이 왜 이렇게 차세요?"
아, 그 말은 예배 때나 평상시에 만났을 때 내가 할머니 손을 꼭 잡아드리면 할머니가 "목사님 손이 왜 이렇게 차세요. 장갑 끼고 다니세요." 하시던 말이었다. 그 말은 기억하시는 것 같았다.
하나님 아닌, 산을 믿었다고 그렇게 완강히 거부하시던 할머니의 마음은 어느덧 많이 열려 있었다. 나는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이 영혼 불쌍히 여기시고 이 영혼 하나님나라에 임하게 하여주옵소서! 온전한 정신일 때 예수님을 믿고 고백했던 그 고백을 받으시고 긍휼을 베풀어주옵소서!"
기도하고 돌아서서 헤어지는 순간, 나를 향해 돌아보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나님의 일하심은 세밀하다. 전혀 예상하지도, 계획하지도 않았던 만남이었는데 다큐 영상에 담게 하시고,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에게 울림이 있게 하신 것 같다.
그 영상을 본 많은 사람이 코로나 핑계로 차갑게 식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나는 예수님 몰라요, 나는 교회 다닌 적 없어요, 나는 사역한 적 없어요."라고 말하는 자신을 보며 울고 계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많은 사람이 회복되었다고 감사 전화를 하셨다. 교회를 찾아와 한없이 울며 기도하고 돌아가는 분들도 있었다. 교회에 상처를 받아서 10년 넘도록 교회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도, 30년 동안 상처 때문에 믿음을 잃어버렸다는 분도 영상을 통해 돌이켜 집 근처 가까운 교회에 다시 등록하고 예배를 회복했다고 하셨다.
그런 고백을 들을 때면 하나님의 일하심은 단 한 순간도 쉼이 없으며, 하나님은 약속하신 대로 이루시는 신실하신 분임을 다시 깨닫게 되곤 했다.
우리 주님이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한 영혼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주님은 여전히 그 영혼이 그분께로 돌아오기를 원하신다. 그리고 반드시 그에게 회복을 명하시고 그를 회복시키실 것이다.
하나님, 무어라 기도해야 할까요
방송 이후에도 할머니를 몇 번 찾아가 뵈었다. 평소에 좋아하시던 떡과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는 베지밀을 준비해서 찾아뵈었는데 그날은 내가 "어머니, 제가 누구예요?" 하자, 마치 기억이라도 하시는 듯 "목사님"이라고 대답하셨다.
"어머니, 예수님만 부르세요."
"예수님, 예수님."
육신의 장막이 벗어지는 그 순간까지 간절히 부르고 붙들고 싶은 그 이름 '예수'. 나는 너무도 간절했다. 그렇게 면회를 마치고 담당 선생님께 할머니에게 필요한 것을 여쭤보았더니 자녀들이 면회를 안 와서 속옷과 여벌의 옷이 없어 함께 계신 어르신들 것을 얻어 입는다고 했다. 나는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번에 찾아갈 때는 떡과 베지밀 외에 속옷과 옷도 준비해 갔는데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나오시는 거였다. 얼마 전 할머니가 침상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무릎뼈가 부러지는 상해를 입었는데 연락을 받은 자녀들이 할머니의 치료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요양원에서는 자녀들의 동의가 없이는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깁스조차 하지 못하고 보호대 정도만 조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무릎뼈가 부러져 굽은 상태 그대로 굳어진 다리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얼마나 아프실지...굳어진 다리는 걷지 못함은 물론, 휠체어 발판에 발을 얹을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우리 부부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에 눈물로 기도할 뿐이었다.
요양원에 요청을 드렸다.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방문예배가 회복되면 그 일에 나를 불러달라고. 1주일에 한 번이나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그곳에 계신 어르신들 70여 분의 영혼이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 믿고 천국에 가실 수 있도록 복음을 전하고 예배를 드리고 싶다.
할머니는 지난 날은 기억하지 못하시지만, 나를 기억하신다. "면회 오는 목사님"으로.
가슴에 사무치도록 기도가 되었다. 간절히 바라기는 육신의 장막이 벗어질 때까지 믿음 잃지 않고 예수님 잘 붙들고 평안히 주님 품에 안길 수 있길 기도할 뿐이다.
-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최기수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첩첩산중에서도 순종하는 한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주님의 역사
규장최기수
† 말씀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 빌립보서 4:6,7
그런즉 그들이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 로마서 10:14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 요한복음 14:6
† 기도 하나님, 때로는 다른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다가 지치고 낙심이 됩니다. 안되는 것 같아서요. 그러나 일을 행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에 결과는 좋으신 주님께 맡겨드리고, 주님의 사랑을 구하며 끝까지 기도하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오늘은 가족과 친척 또 떠올려주시는 믿지 않는 영혼들을 위해서 기도하기로 결심합시다.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주인님으로 모시고 구원 받을 수 있도록요. 우리 역시 누군가의 중보로 예수님을 만났을 테니까요. 계속 기도하며, 사랑 안에서 진리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기도합시다. |
첫댓글 건강해요.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