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옛 해운대역 모델하우스로 임대
역사적 보존가치 있는 건물 불구, "수익 눈멀어 공익가치 훼손"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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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코레일 부산경남본부가 부산의 한 지역주택조합에 아파트홍보관으로 임대해 물의를 빚고 있는 옛 해운대역사 모습. 김성효 기자 kimsh@ |
- 해운대구 불법 시설 철거 유도
동해남부선의 역사(歷史)를 간직한 부산 해운대구 옛 해운대역사(驛舍)가 아파트 홍보관으로 전락했다.
소유주인 코레일이 임대 수익에만 눈이 멀어 공익적 공간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이는 최근 이슈로 떠오른 동해남부선 해운대 폐선부지 상업개발 논란과 맥락이 같아
폐선부지 활용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역사는 국내 철도역 중 유일하게 팔각지붕 형태로 남아 있다.
1934년 운영을 시작해 1987년 새로 지어졌다.
2013년 12월 열차가 운행을 멈춘 뒤부터 갤러리로 활용됐다.
14일 오후 찾아간 역사에는 옛 모습이 없었다.
팔각지붕에 걸렸던 역 표시판은 사라졌고, 대신 아파트 홍보관 간판과 조감도가 붙어 있었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가 인근에 13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려는
A지역주택조합에 역사를 빌려주면서 벌어진 일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오는 6월 초까지 이곳을 임대하는 조건으로 4000만 원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활용되지 않는 역사를 빌려주고 수익을 내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반발했다.
해운대구의회 유점자 의원은 "눈앞의 이익만 보고 공익 공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운대기찻길 친구들' 최수영 공동집행위원장도 "동해남부선의 역사와 가치를 공부하는 공간이 될 수 있게 부산시가 이곳을 임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이 역사를 빌려 쓰는 것은 불법이다.
해운대구는 철도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쓰려면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를 무시해 건축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구는 단전과 단수 등 강경책을 총동원해 철거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애초 불법에 해당하는지 몰랐다"며 "구의 지적이 계속돼 지난 11일 A조합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A조합은 "개관을 위해 들인 돈이 수억 원대에 이르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한다고 해서 철거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A조합은 계약 만료 기간까지 머문다는 방침이다.
김화영 기자 hongd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