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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북한의 이혼 문화 엿볼 드문 기회죠”
美 저널 올해 최고의 세계 문학 10 ‘벗’ 번역한 임마누엘 김 교수
2015년 저자 백남룡 인터뷰도… “北 안내원, 서서 소설 읽더라”
2020.12.18 03:00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한국문학번역원 행사에 참석한 임마누엘 김 교수.
올해 북한 소설 ‘벗’을 번역한 그는 “북한 생활상이 드러난 단편들도
영어로 번역해 출간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문학번역원
“리혼 수속을... 언제쯤 하게 될까요?”
“리혼이란 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퇴장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북한 작가 백남룡의 소설 ‘벗’은 뛰어난 실력의 예술단 가수가 선반공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된다. 올해 초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 이 소설은 최근 라이브러리 저널이 선정한 ’2020년 최고의 세계문학'에 꼽혔다. 라이브러리 저널은 “전체주의 체제하에서의 일상생활을 엿볼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했다.
‘벗’을 영어로 번역해 미국에 소개한 임마누엘 김(41) 조지워싱턴대 교수를 16일 전화로 만났다. 김 교수는 북한 문학·영화 연구자로 2015년 평양에서 작가인 백남룡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는 “지루한 체제 선전 소설에 지쳐 북한 문학 연구를 포기하고 싶을 때쯤 ‘벗’을 발견했다”면서 “북한 소설에 나타난 가족·여성 문제로 논문을 쓰면서 ‘벗’을 조금씩 번역하게 됐다”고 했다.
“1960년대까지 북한 소설에선 일제나 미군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1970년대부터는 ‘가정 혁명’이란 단어가 등장하면서 나라를 위해 싸우려는 부모와 화목한 가정만 나와 재미가 없죠. 그런데 ‘벗’은 일본이나 미국 때문이 아닌 가족 내부의 문제에 집중한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상투적인 소설에 지쳐 있던 북한 독자들도 인간의 내면과 갈등을 그린 ‘벗’에 환호했다. 김 교수는 “북한에서의 베스트셀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소설을 돌려보고, 주변 사람에게 나눠줬는지가 기준”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탈북자도 많이 만났는데, 1980년대 평양 근처에 살았던 사람은 다들 ‘벗’을 기억하더라고요. 2000년대 초반엔 ‘가족’이라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반향을 일으켰고요.”
김 교수는 “‘벗'뿐만 아니라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88올림픽이 열리면서 남한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잖아요. 아마 북한도 샘났던가 봐요. 북한도 열려 있는 나라임을 보여주려 하고, 문학에서도 세계화를 추구하려던 게 아닌가 싶어요.”
‘벗’에서 이혼 재판을 맡은 판사 ‘정진우’ 역시 남새(야채) 재배 연구를 위해 툭하면 집을 비우는 아내 ‘한은옥’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 아내 대신 저녁밥을 안치며 정진우는 “오십 고개 밑에 이르도록 안해의 연구사업을 위해 언제까지 이런 앞치마 생활을 참아가며 해야 될 것인가”라며 한탄한다. 김 교수는 “북한 소설에선 본 적 없는 캐릭터라 ‘한은옥’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소설 마지막에서야 한은옥이 나타나요. 오래 집을 비운 죄책감 때문에 음식을 잔뜩 차리죠. 그러고는 저녁을 먹으면서 남편에게 말해요. 여보, 나 또 가야 해….”
백남룡 소설 '벗' 영문판.
2015년 북한에 간 김 교수는 백남룡과 직접 만나 인터뷰하기도 했다. 50가지 질문을 미리 건넸더니, 60쪽짜리 답변서를 줬다고 한다. “일하던 작가동맹 건물 1층 사무실이 재판소였대요. 쉬는 시간에 나와 보면 항상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더라는 거죠. 그 이유 중 하나가 이혼이어서 소설 캐릭터의 모델이 된 판사와도 친하게 지내며 ‘벗’을 쓰게 됐다고 했죠.”
북한에서도 소설을 많이 읽는지 묻자 그는 “젊은 탈북자를 만났을 때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인기라 표지가 너덜너덜해진 책을 돌려 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북한 도서관에 갔을 땐,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버튼을 눌러주고는 소설책을 읽더라고요. 북한에도 ‘이북(e-book)’이 있어 요즘 젊은 사람들은 휴대전화로도 많이 읽는다고 하고요.”
‘벗’ 이후 북한 문학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 교수는 “‘벗' 하나로 북한 소설이 변화했다고 하긴 어렵다”면서 “지금도 북한 문학엔 혁명을 위한 가정 이야기가 대다수”라고 했다. “‘벗' 역시도 시작은 흥미롭지만 중반쯤 가면 (선전의) 냄새가 나요. 틀에 박히지 않은 인물을 그렸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고, 이후 문학도 마찬가지죠.” 그는 “김정은 집권 후에는 아무래도 젊은 리더다 보니 대학생이나 신입 사원처럼 젊은 사람들을 다루거나 과학·컴퓨터 발전을 그리는 이야기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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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북한 대표작가 백남룡의 베스트셀러 소설 『벗』
예술단 여배우의 이혼소송을 통해 본 북한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긴 여러 중요한 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마디는 ‘멀리서 평양냉면을 준비해왔다’고 한 자신의 말을 순발력 있게 바로 잡으면서 옆에 앉은 여동생 김여정에게 한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였다. ‘멀리서 왔다.’는 말은 벗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마음에 없는 사람에게 가는 길은 지척도 천 리 같고, 만나고 싶은 벗에게 가는 길은 천 리도 지척 같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을 북한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으로 만들어준 것이 바로 이 소설, 『벗』이다. 북한의 대표작가 백남룡의 『벗』은 1988년에 발표되어 북한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된 장편소설(북한에서는 ‘중편소설’이라고 함)이다. 예술단 여가수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을 통해 북한의 사랑과 결혼, 이혼의 과정을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벗』은 상투적인 소설에 식상해 있던 북한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소설은 여주인공 채순희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법원에서 판사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리혼시켜 주세요.”
이혼하려는 사유를 묻는 정진우 판사에게 채순희는 대답한다.
“그이와는 생활리듬이 통 맞지 않아요.”
“리혼이란 게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퇴장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리유로써는 법률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정진우 판사는 냉정하게 반응하고,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노래실력을 인정받아 예술단의 가수로 화려하게 변신한 채순희는 항변한다.
“생활을 떠난 예술이 없지 않습니까. 가정생활에도 그런 불협화음이 있으면 고통만주어요. 남편은 저를 아주 경멸합니다. 인간적으로 말예요.”
정진우 판사는 소송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도의 고위간부인 채림에 맞서 싸우며 이혼소송의 진정한 원인을 찾아나간다.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을 따라 전개되는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먼저 남한과 너무나 흡사한 북한의 모습에 놀란다. 이혼의 자유가 있는지도 몰랐던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열애 끝에 결혼을 하고, 어느 날부터 갈등의 골이 깊어서 마침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아이의 양육권을 놓고 고민한다. 그러나 우리는 남한과는 전혀 다른 북한의 사법절차와 가치관의 차이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북한에서 이혼 소송을 맡은 판사는 남한에서처럼 법정에서 서류와 변론만 듣고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이웃과 직장, 가족들을 찾아가 직접 만나보고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확인한 다음 이혼 여부와 아이의 양육권에 대해 결정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백남룡
1949년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태어났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66년부터 10년간 장자강기계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였다.
그 후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조선문학》지에 단편 「복무자들」을 발표하면서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
지금까지 대표작 『벗』, 『60년 후』 등을 비롯해 뛰어난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벗』은 북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북한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된
파리에서도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겨레말 소설이 되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출판사 서평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긴 여러 중요한 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마디는 ‘멀리서 평양냉면을 준비해왔다’고 한 자신의 말을 순발력 있게 바로 잡으면서 옆에 앉은 여동생 김여정에게 한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였다.
‘멀리서 왔다.’는 말은 벗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마음에 없는 사람에게 가는 길은 지척도 천 리 같고, 만나고 싶은 벗에게 가는 길은 천 리도 지척 같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을 북한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으로 만들어준 것이 바로 이 소설, 『벗』이다.
북한 대표작가 백남룡의 베스트셀러 소설 『벗』
예술단 여배우의 이혼소송을 통해 본 북한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
북한의 대표작가 백남룡의 『벗』은 1988년에 발표되어 북한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된 장편소설(북한에서는 ‘중편소설’이라고 함)이다. 예술단 여가수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을 통해 북한의 사랑과 결혼, 이혼의 과정을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벗』은 상투적인 소설에 식상해 있던 북한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소설은 여주인공 채순희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법원에서 판사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리혼시켜 주세요.”
이혼하려는 사유를 묻는 정진우 판사에게 채순희는 대답한다.
“그이와는 생활리듬이 통 맞지 않아요.”
“리혼이란 게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퇴장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리유로써는 법률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정진우 판사는 냉정하게 반응하고,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노래실력을 인정받아 예술단의 가수로 화려하게 변신한 채순희는 항변한다.
“생활을 떠난 예술이 없지 않습니까. 가정생활에도 그런 불협화음이 있으면 고통만주어요. 남편은 저를 아주 경멸합니다. 인간적으로 말예요.”
정진우 판사는 소송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도의 고위간부인 채림에 맞서 싸우며 이혼소송의 진정한 원인을 찾아나간다.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을 따라 전개되는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먼저 남한과 너무나 흡사한 북한의 모습에 놀란다. 이혼의 자유가 있는지도 몰랐던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열애 끝에 결혼을 하고, 어느 날부터 갈등의 골이 깊어서 마침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아이의 양육권을 놓고 고민한다. 그러나 우리는 남한과는 전혀 다른 북한의 사법절차와 가치관의 차이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북한에서 이혼 소송을 맡은 판사는 남한에서처럼 법정에서 서류와 변론만 듣고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이웃과 직장, 가족들을 찾아가 직접 만나보고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확인한 다음 이혼 여부와 아이의 양육권에 대해 결정한다.
가장 폐쇄적인 나라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문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파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코리아 소설’
『벗』은 2011년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코리아 소설’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문’이라고 소개된 것처럼 『벗』은 북한 사회의 일상과 사회 시스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북한에 대해 모르기는 우리도 프랑스와 다를 것이 없었다. 공장노동자가 예술단 가수가 되고 대학생이 되는 과정을 아는 남한 사람은 거의 없다. 북한 사람들이 어떠한 생활의 고뇌와 아픔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사랑’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자연스런 감정을 어떻게 껴안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없다. 『벗』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놀라운 편견’과 ‘경이로운 무지’을 깨뜨려줄 인물과 구체적인 생활상, 생생한 이야기들로 가득 찬 소설이다. 특히 벗과 같은 판사 정진우는 북한 이외의 사회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독특한 인간형이다.
인민의 가짜 벗과 맞서 싸우는 진정한 ‘벗’
‘친구’와 ‘동무’로 갈라져 반쪽이 되어버린 ‘벗’의 참뜻을 놀랍게 되살린 소설
백남룡은 분단과 함께 ‘친구’와 ‘동무’로 갈라져 반쪽이 되어버린 ‘벗’의 참뜻을 놀랍고도 완벽하게 소설로 되살려냈다. ‘벗’을 사귀고 대하는 마음가짐 대신 서로의 연고만을 강조하는 ‘친구’나 체제를 함께 건설하고 유지해가는 이데올로기적인 호칭이 된 ‘동무’가 빠뜨린 것을 백남룡은 날카롭게 주목한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인간관계는 주로 동무라는 호칭으로 상징된다. 겨레말에서 동무의 사전적 의미는 ‘함께 자라는 벗’이지만 남북이 분단되면서 남한에서 ‘동무’라는 어휘는 자취를 감추었다. 동무의 어휘에 이데올로기가 부여되는 순간 본디 가지고 있던 고유의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백남룡은 공동체의 삶에서 동무가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관계를 발견했고 그것을 ‘벗’으로 호명한 것이다.
노동자 출신의 채순희가 예술단의 중음가수로 화려하게 변신한 뒤에 선반공인 남편 리석춘과 갈등하지만 정진우 판사는 함부로 채순희를 단죄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계급적 순결성만을 강조하는 계몽에서 벗어났다. 작가는 정진우를 통해 ‘남편과의 부부생활에 지성적 요구의 수준이 높고 성취도가 강한 여성’으로 채순희를 평가한다. 그리고 한 눈 팔지 않고 기계에만 매달려 사는 것을 긍지로 아는 리석춘에게 ‘자기 계발에도 힘쓰고, 극장에서 채순희가 출현하는 예술공연도 관람하는 문화적 창조성도 가진’ 아내의 벗이 되라고, 벗으로서 조언한다. 그는 말로만이 아니라 이혼 소송으로 예술단에서 외톨이가 된 채순희에게 배역이 돌아가게 하고, 리석춘이 기계제작에 필요한 모래를 직접 짊어지고 공장으로 찾아가며 두 사람이 다시 벗이 될 수 있도록 ‘동무’가 아니라 ‘벗으로서’ 애쓴다. 반면 재판에 개입하여 이혼 판결을 내리도록 압박하는 인민의 가짜 벗인 채림과 맞서 싸우며 진정한 ‘벗’들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남과 북이 ‘벗’임을 일깨워주는 겨레말 소설 『벗』
그대는 인생의 벗이 있는가?
『벗』은 남과 북이 원수가 아니라 ‘벗’임을 페지(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끼게 만든다. 백남룡이 구사하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어휘들은 분단으로 생긴 것이 이산가족만이 아님을 절감케 한다. 북에서만 쓰는 단어나 남에서는 사전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단어들을 그는 마술처럼 복원시켜내고 있다. 바늘잎나무(침엽수), 눅거리(싸구려), 왕청같은(전혀 엉뚱한), 봉절(개봉)... 백남룡의 소설은 부군부군하고(보드랍고) 말큰말큰한(연하고 말랑한) 어휘들이 어울려 곳곳에서 모국어의 향연을 벌인다.
6.15민족문학인 남측협회 집행위원장으로 13년째 지연되고 있는 남북작가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소설가 정도상은 『벗』이 “북한이라고 하는 매우 독특한 사회공동체의 풍경을 담아낸 겨레말 소설”이라며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이 소설을 그저 북한 소설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벗』은 겨레말 문학의 한 범주이며 동시에 아시아 문학의 중요한 성과로 유럽이나 일본 문학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창작의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벗』은 북한의 한 산간 도시 이야기지만 삶의 온전성을 보듬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벗』을 던지는 질문은 어쩌면 너무나 간명하다.
“그대는 진정한 벗이 있는가?”
이 질문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남북의 모든 사람들에게 유효하다. 어떠한 이념을 함께 지고 갈 ‘동무’나 서로의 이익을 도모할 연고를 가진 ‘친구’는 있을지 모르지만 ‘서로 도우며 바른 길을 함께 갈’ 진정한 벗이 있는가.
이제야 채우게 되는 아시아 문학의 빈칸
북한문학선
지난 12년에 걸쳐 ‘아시아의 내면적 교류’를 지향하며 문예지 《아시아》, ‘아시아 클래식’ 시리즈와 ‘아시아 문학선’을 꾸준히 발간해온 아시아 출판사는 그간 빈칸으로 남겨두었던 북한의 대표소설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아시아 문학선 16권과 17권으로 북한 대표작가 백남룡의 『벗』과 『60년 후』를, 18권과 19권으로 남대현 작가의 『청춘송가 1, 2』를 차례로 선보인다. 그리고 20권으로는 『북한단편소설선』이 출간된다.
‘생활리듬’이 서로 맞지 않아 등을 돌린 『벗』의 남녀주인공들처럼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이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를 진정한 ‘벗’으로 대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상대가 딱한 처지에 있을 때 외면하지 않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고 상대가 어려울수록 더욱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미는 것이 벗이다. 한 사람은 왼손을 다른 한 사람은 오른손을 내밀어 깍지 끼고 서로 도우며 먼 길을 함께 가는 것이 바로 벗이다. 오른손과 오른손, 왼손과 왼손을 서로 맞잡고는 나란히 걷지 못한다.
[예스24 제공]
책속으로
“한 부엌에서 끓여먹고 아래웃방에서 갈라 자고… 한심한 일이지요. 만약 리혼을 시키지 않아서 동네를 더 소란스레 하고, 치정관계를 빚어내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더 나아가서 폭발적 성격을 띠여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판사 동무는 알아두시오.”
“위협입니까? 아니면 그 어떤 담보를 받자는 겁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을 예견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도 재판소가 할 일이 아니겠소.”
“불행을 당겨오지 마십시오. 법적 근거가 충분하면 리혼을 시킵니다. 기다려주십시오.”
채림은 일어나 양복 앞섶의 단추를 채우고는 정진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 습관적 례의(예의)는 친절한 의미에서의 악수라기보다 이야기가 끝났다는 의사 표시 같았다.
---「그들의 사랑」중에서
“석춘 동무… 난 판사로서보다 나이 많은 벗으로서 충고하고 싶소. 이제부터라도 시대청년다운 열정과 진취성을 가지고 자기 매력을 개발해보오. 근실한 령감(영감) 티 나는 기능공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소유한 멋쟁이 기능공 청년답게 외모에서부터 쭉 빼고 다니오. 공장대학에도 가고… 일요일엔 아들애를 데리고 극장에 가서 안해가 출연하는 예술공연도 관람하고… 이런 것을 생활에서 겉치레로 여기는 건 수치요. 그런 보수성과 결별하시오. 우리 그때 가서 다시 만나는 게 어떻소.”
“사람의 지성과 인격은 결코 직위나 직업이나 자격과 외모 같은 데서 나오는 게 아니요. 숭고한 목적을 위해 투쟁하고 생활하는 사람, 그런 인생관을 소유한 사람이 진실로 높은 지성을 가졌고 인격자라고 볼 수 있소. 순희 동무는 좀 아프긴 하겠지만 그런 거울에 자신을 비쳐보시오… 예술을 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고 스스로 고상해지지는 않는 거요.”
---「두 생활」중에서
정진우 판사는 눈굽이 찡해났다. 그래, 결혼식을 하면 다정해지고 부모의 밝은 그늘 속에서 너도 기쁘고 살기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겠느냐. 너의 부러움을 자아내는 저런 결혼식은 일생에 한 번만 있다… 혼인관계의 사회상을 리해할 수 없는 아이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으랴.
정진우는 호남이를 내려다보며 마음 속으로 달래였다. 걱정하지 말어라.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시 결혼을 할 게다. 혼례식은 없어도 새 가정을 꾸릴 게다. 정신적 결혼을 말이다.
일요일을 즐기는 사람들의 물결이 흘러간다.
가정을 이루거나 가정 속에 사는 사람들이다. 가정을 떠난 사람은 없다. 가정은 인간의 사랑이 살고 미래가 자라는 아름다운 세계이다. ---「가정」중에서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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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벗, 백남용
2020. 9. 29. 9:15
<벗> 백남용, 아시아
최근 있었던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인해, 북한은 도대체 어떤 생각과 사상을 가진 사람들인가 궁금해졌는데, 마침 집에 북한 소설이 있어 읽게 되었다.
위와 같이 약간은 삐뚤어진 시선으로, 또 비난의 마음을 담아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는 귀감이 되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이혼이 답인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쉽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일-가정을 떼어놓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들이 그랬다.
처음 읽어보는 북한 소설이라 신선했다. 정도상 작가의 평처럼 다른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국가라는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소설이 구성되는 것 같았다.
처녀 총각이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가정을 이룰 때에는 법기관에 등록해야 합니다. 가정의 형성은 법이 보증합니다. 그것은 가정이 국가의 개별적 생활단위이기 때문입니다. 이 국가의 단위가 파괴되는 일을 간단히 볼 수 있겠습니까… (134p.)
그러나 공장에서와 같은 성실성 일면만을 가지고 가정생활을 할 수는 없소. 가정은 작지만 사회와 련결된 자기의 세계가 있는 거요. 어제날의 감정들을 보존하면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감정, 정서와 리상을 펼치면서 변화 발전하는 세계지. (193-194p.)
결혼할 때 나누었던 인생의 고상한 목적을 저버리는 인간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안일과 향락을 위한 결혼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십 년 전 결혼을 하던 눈 덮인 3월의 그날들이 그처럼 아름다왔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216p.)
남북이 분단되면서 남한에서 '동무'라는 어휘는 자취를 감추었다. 동무의 어휘에 이데올로기가 부여되는 순간 본디 가지고 있던 고유의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백남룡은 공동체의 삶에서 동무를 뛰어넘는 어떤 관계를 발견했고 그것을 '벗'이라고 불렀다. (소설 '벗'에 대해서 중-정도상, 2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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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10. 16:46
벗
저자 백남룡
출판 아시아
발매 2018.04.25.
20180730
내가 진행한 책이다.
왜 이렇게 내 차례가 빨리 오는 듯한 느낌이지?
세월이 ㅋㅋㅋ날아간다.
여튼 이번 책은 내가 좋아하는 군산에 있는 독립서점 '마리서사'인스타에서
사장님의 소개글을 보고 가서 바로 산 책이다.이렇게 써놓으셔서 골랐다.
이때는 한창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 하고 기대에 차있는 모습이어서
나도 덩달아 들떠있었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 이렇게 자유롭게 북한책을 읽을 수 있을때가
흔할까? 라는 생각에 고민 없이 샀다.
그런데 사고 보니 ㅎ.ㅎ 다른 읽을 책들에 밀려 책을 잘 못읽고 있었다.
그런데 ㅋ.ㅋ 딱! 내가 책 진행을 할때가 되어
선생님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싶어 선정했다.
먼저 작가는 백남룡씨다. 북한에서는 스테디 셀러 작가라고 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소개한 내용에선 이런 문구가 있었다.가장 폐쇄적인 나라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문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파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코리아 소설'
벗은 2011년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코리아 소설'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문'이라고 소개된 것 처럼 벗은 북한 사회의 일상과 사회 시스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북한에 대해 모르기는 우리도 프랑스와 다를 것이 어빗었다. 공장노동자가 예술단 가수가 되고 대학생이 되는 과정을 아는 남한 사람은 거의 없다. 북한 사람들이 어떠한 생활의 고뇌와 아픔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사랑'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자연스런 감정을 어떻게 껴안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없다. 벗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놀라운 편견'과 '경이로운'무지를 깨뜨려줄 인물과 구체적인 생활상, 생생한 이야기들로 가득 찬 소설이다. 특히 벗과 같은 판사 정진우는 북한 이외의 사회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독특한 인간형이다.
책 진행을 위해 두가지 질문을 정해갔다.
1. 우리랑 비슷한 듯 하면서 어쩌면 더 나은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와 우리랑 진짜 다르다 라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눈에 띄었떤 장면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2.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비슷하지만 다른 '북한말'이다. 어쩌면 그 북한말이 참 아름다운 말도 있던데 혹시 인상 깊은 북한말이 있으신지 함께 나눠주세요.
질문이 두가지 뿐이라 오늘도 책모임이 빨리 끝나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북한말 퀴즈도 준비해갔다.
공식질문처럼 묻게 되는 오늘 책 어떻게 읽으셨어요? 라는 질문부터 불꽃이 튀기 시작했고, 내가 첫번째 질문을 하기도 전에 선생님들 그 질문에 대한 답들을 자연스럽게 얘기하셨다.
특이한? 낯선? 멋진? 북한의 모습
1.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
2. 성평등이 어느정도 이루워져 있다.
3.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려 노력한다.
4. 책 내용이 뭔가 시민들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듯한 메세지를 강하게 담고있다.
(쌤들은 계몽주의 소설이라고 하셨다.)
5. 생각보다 북한이 못살지 않구나. 북한 문화나 생활모습에 대한 편견을 깨는 책이었다.
등등 다양한 생각들을 나눠주셨다.
나는 이책이 처음에는 엄청 흥미로웠다.
뭔가 북한에선 불가능 할 것 같은 이혼에 대해 다룬다니 신기했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뭔가 그러면그렇지 이러니 북한의 검열?을 통과할 수 있었겠지
하는 식으로 엄청 도덕적이고, 해피하고, 바른 결말이었다.
내가 그동안 너무 자극적인 소설에 노출이 많이 되었었나보다.
한가지 더 인상깊었던건 북한 말이다.
00쌤도 '아마 북한과 우리나라가 통일을 하게되면 가장 덕볼것은 언어일것 같다.' 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정말 그렇다 이책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순 우리말로 정말 그 단어의 뜻을 굳이 유추하지 ㅇ낳아도 될만큼 단어단어를 잘 표현했다.
특이하고 뭔가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된
소설 '벗' 읽기
쌤들과 또한번 편견을 깨뜨렸다.
편견은 깨도 깨도 계속 생긴다.
오늘도 유익한 책보세![출처] <책보세>북한소설 '벗'|작성자 슝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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