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공천 개입, 경기 용인 갑에도 있었다
대통령실 전직 비서관 김대남의 충격 증언
조하준 기자 입력 2024.09.24 03:32
23일 밤 9시 본지와 서울의소리, 저널리스트가 동시 송출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추가 정황에 대해 보도했다.(출처 : 본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23일 밤 9시 본지와 서울의소리, 저널리스트가 전직 대통령실 비서관 김대남 씨와의 5시간짜리 전화 통화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영상은 최근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논란을 불러 일으킬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영상을 통해 뉴스토마토가 최초로 보도했던 경남 창원시 의창구 외에도 김 여사가 여러 곳에 공천 개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드러났기에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녹취록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대통령실 김대남 전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 간 통화에서 비롯됐다. 김대남 전 비서관은 재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일을 시작해 작년 10월 말까지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다. 그는 지난 22대 총선 당시 경기도 용인시 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비서관을 사직했다.
그런데 그는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친분이 있는 선후배 지간으로 작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년 동안 통화를 주고 받으면서 올해 2월 자신이 출마하고자 했던 경기도 용인시 갑에 김건희 여사가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을 공천하기 위해 공천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용인시 갑에 출마를 준비했던 김 전 비서관은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고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공천을 받았는데 이 또한 김건희 여사의 작품이라는 주장이다.(출처 : 본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2월 20일 김 전 비서관은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이원모 전 비서관 공천을 위해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이었던 이철규 의원을 수족(手足)으로 삼아 공천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원모가 잘못되면 이철규가 날아가..."라고 일러주었다.
경기도 용인시 갑은 용인시 처인구 전역을 관할하는 선거구로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이우현 전 의원이 당선됐고 21대 총선에서도 미래통합당 정찬민 전 의원이 당선되어 3연속으로 보수 정당이 승리했기에 보수세가 강한 지역구로 평가받고 있다.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의 아내 신 씨는 김건희 여사와 각별한 사이로 재작년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스페인순방 당시 전용기에 탑승해 논란이 된 바 있다.(출처 : 본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또한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사단에 속한 인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으로 영전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에게 패배해 낙선한 후에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돼 다시 대통령실로 복귀했다.
그 밖에 이원모 비서관의 아내 신 씨는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의 딸로 김건희 여사와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작년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에 순방했을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서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 바로 그다. 김대남 전 비서관의 말에 따르면 이원모 전 비서관 부부를 이어준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이라 한다.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 이철규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수족이라는 김대남 전 비서관의 증언.(출처 : 본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원모가 잘못되면 이철규가 날아가..."라는 그의 말은 곧 공천 과정에서 김 여사의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윤핵관'인 이철규 의원조차 목이 날아간다는 섬뜩한 내용이다. 그의 말이 사실일 경우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은 경남 창원시 의창구 뿐 아니라 경기도 용인시 갑에서도 자행됐다는 것이 된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이 갈고 닦았던 지역구에서 쫓겨날 판이 되자 김대남 전 비서관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를 향해 김건희 여사가 경기 용인시 갑에 '사천(私薦)'을 자행 중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는 투의 보도를 해달라고 종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이철규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이거 보도한다"는 식으로 겁을 주라고도 했다.
김대남 전 비서관이 직접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를 향해 이철규 의원에게 보내라고 지시한 문자 메시지 내용.(출처 : 본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하지만 그러다가 돌연 심경 변화를 일으켰는데 이명수 기자에게 10분 만에 다시 전화를 걸어 다른 전략을 얘기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밉보였다간 큰일 날 수 있으니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며 일단 아무 것도 모르는 척 공천을 받은 이원모 후보를 잘 해주는 척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얘를 갖다가 도움 주고 내가 여사 하나 저쪽에다가 보험 들어서 내가 하나 받아가야 돼"라며 "어디 공기업 사장이 됐든 아니면 다시 용산을 넣어달라고 해서 용산에 들어가서 다시 비서관 역할을 하든지. 뭔 보험을 들어야 할 것 아니야"라고 했다. 즉, 공천을 주는 것도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을 챙겨주는 것도 다 김건희 여사라는 뜻이다.
김건희 여사의 입김에 밀려 공천을 못 받았다고 이명수 기자에게 푸념하는 김대남 전 비서관의 모습.(출처 : 본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리고 그 통화가 있고 엿새 뒤인 올해 2월 26일 이원모 후보가 경기 용인시 갑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받았고 이 날 김대남 전 비서관과 이명수 기자 간 통화가 있었다. 김 전 비서관은 이 기자에게 "끝났다"며 "내가 그랬지. 여사님이 세긴 세다. 끽소리도 못하고 끝났네"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공천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여사만을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런 김대남 전 비서관이 취한 전략은 김영선 전 의원이 취했던 전략과도 유사하다. 지난 20일 SBS 단독 보도로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 경남 김해시 갑 지역구로 옮겨갈 테니 공천을 해달라면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마치 둘이 짠 것처럼 취한 전략도 비슷하고 여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가 김건희 여사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다만 김 전 의원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싸웠고 김 전 비서관은 서울의소리 뒤에 숨으려 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김대남 전 비서관은 앞서 자신이 밝힌대로 이원모 후보 지지 선언을 했고 8월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김대남 전 비서관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올리려 하자 용산에서 "일단 공천은 받아야 되지 않느냐"고 개입했다는 증언.(출처 : 본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김대남 전 비서관의 충격적인 증언은 또 있었다. 지난 1월 이른바 윤·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즘 국민의힘 후보들은 선거 전략에 고심하고 있었다. 김 전 비서관 또한 당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자 그걸 빼고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올리려 했는데 용산에서 "일단 공천은 받아야 되지 않느냐?"고 은근슬쩍 압박을 넣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도 대통령실 출신이니 윤석열 대통령과 찍은 사진으로 대형 현수막을 걸었는데 문제는 걸자마자 본인 지지율이 폭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지율을 떠나서 우선 공천을 받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올리지 않은 걸 잘했다고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현수막에 윤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는 사실을 왜 김건희 여사에게 보고하려는 것인가?(출처 : 본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런데 여기서 김대남 전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찍은 현수막 사진을 빨리 김건희 여사에게 보내야겠다는 이해하기 힘든 발언을 했다. 도대체 김건희 여사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눈치를 보는 것인가? 결국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 것에 있어 '중요한 것은 김건희 마음' 이른바 '중김마'가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빌미로 전국 각지를 돌며 선심성 공약을 내뱉어 관권선거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 중에서 특히 용인시만은 2번 방문했다. 또한 노골적으로 이원모 후보의 공약을 신속하게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원 약속도 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노골적으로 이원모 후보의 공약 지원 약속을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출처 : 본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하지만 이런 보람도 헛되이 이원모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후보에게 43.83% : 50.22%로 약 6.4%p 정도 격차로 패배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총선 직후 김대남 전 비서관은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는 짓거리가 개박살나게 한 짓거리를 한 거지"라며 노골적으로 비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어 그 X발 여사가 왜 끼어들어 가지고. 공천을 이원모를 줘"라며 노골적으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을 원망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그의 말 속에 담긴 심리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으로 인해 '죽도 밥도 안 됐다'는 불만으로 읽힌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한 김대남 전 비서관의 모습.(출처 : 본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후 장인수 기자가 지난 20일 김 전 비서관과 접선을 시도해 질의하려 했지만 그는 이상하게 자신이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했던 말을 모두 부정했다. 김건희 여사와 이철규 의원, 이원모 비서관에게도 입장을 물어봤지만 이들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김대남 전 비서관은 23일 오후 경인일보와 통화에서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단순히 고향 후배라서 공천에 떨어진 뒤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넋두리 삼아 했는데, 자기네들이 코너에 몰리니까 나와 이명수 간 대화 녹취를 이용해서 뒤통수를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장인수 기자의 브리핑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이 본래 이원모 전 비서관은 서울 강남구 을에 출마하려 했던 인물인데 김 여사가 그렇게 파워가 세면 거기 그대로 공천하면 되지 왜 용인으로 빼느냐는 취지의 반박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 기자는 본래 그 지역구는 외교부장관 출신 박진 전 의원의 지역구인데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40대 중반의 비서관을 꽂기엔 너무 정치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 반박했다.
또 지난 총선 당시 대통령실, 검사 출신 인사들이 자꾸 양지에만 가려 들어 윤석열 대통령도 "왜 자꾸 쟤들이 양지에만 가려고 드냐?"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당초 대통령실, 검사 출신들이 '개혁'을 표방하며 출마해놓고 양지만 찾아가는 꼴이 부담스러워 한 발 빼고 용인으로 선회한 것이라 덧붙였다.
이런 내용을 보면 단순히 '넋두리'였다는 김 전 비서관의 주장은 뭔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아마도 아직 윤석열 대통령의 힘이 완전히 빠진 상태가 아니기에 김영선 전 의원처럼 정치적 부담을 느껴 발을 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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