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eJB-ninNVcs
Simon & Garfunkel /
Scarborough Fair & Canticle
우정과 삶에 대하여 .....
🍎 가장 값진 축의금 만 삼천 원
이 철환
10 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리가 없는데 ..... 정말 이럴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 철환씨, 어쩌죠 .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 "
" 왜 뛰어 왔어요 ?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
이마에 땀 좀 봐요 "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 죄송해요... "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거렸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 온 편지를 읽었다.
< 철환아 , 형주다 .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
하루를 벌어야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할 수 없어서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 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워 벌은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잉게 숄의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하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 민들레의 노래' 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 먹기 위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 철환이 장가 간다 .... 철환이 장가 간다.....
너무 기쁘다 ....."
어젯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에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 여행 가서 먹어라.
철환아 ,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거라 .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 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
해남에서 형주가 .....>
편지와 함께 들어있었던 축의금
만 삼천원 .....
만 원 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 형주 이 놈 , 왜 사과는 보냈대요 . 장사는 뭘로 하려고.... "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앂어댔다.
왜 자꾸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되는데 .....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텐데 ....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형주는 지금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 들꽃 서점 ' ......
열 평도 안되는 조그만 서점이지만
가나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울 읽을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여덟 개나 있다.
그 조그만 서점에서 내 책 < 행복한 고물상 >
저자 사인회를 하잔다.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 수 백명의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와는 다른 행복이었다.
나에게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친구에게 말 해주고 싶었다 .
하지만 나는 마음만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 형주야 . 나도 너 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 살며시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그런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
( 지금 해남에 사는 친구는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 들꽃 서점" 을 하고 있고
이 철환 작가는 최근 아버지가 산동네에서
고물상을하며 겪은 아름답고 눈물겨웠던 실제 이야기를 담은 "행복한 고물상" 이란 책을
냈습니다 )
.
.
🍎
당신은 이런 벗이 있는가 ?
첫댓글 왠지
가슴이 찡합니다.
친구의 우정 .
진실입니다.
빛나는 우정! ! !
새겨봅니다.
늘 복 되시고 행복하세요 ^♡^
오래된 이야기지요 ....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
^^*~
많이 좋아지셨는지요 ?
편안한 시간 되소서
소중한 친구의 우정
가슴이 며지네요
저도 글을 옮기면서 눈물이 자꾸나는 걸 참지 않았습니다.
그런 벗 셋 이면
세상 어떤 것과도 바꾸지 않겠습니다
평안한 시간 되소서
진정한 우정
처음엔 짜여진 신파 같았는데 두 번 . 세 번 읽어보니 그 진심이 보이더라구요.
우정의 깊이는 세월에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오분전 네. 저도 그런 비스므리 친구 있습니다
30년이 되가는데...이사 와도 보곤 했는데...코로나 이후로는 가끔 안부만....
서울 가면~자기 집으로 데려가 맛있는 반찬 해주며 저녁 먹여서 보내곤 했는데...
지난달에도 안오냐고 그러던데.. 못갔습니다.
그 친구 생각납니다
@리디아 우정은 오래 묵을수록 더 진하지요 ...^6
오래전에 보았던 이 사연의 주인공이
친구시라구요?
참 대단한 친구분 이십니다.
고맙습니다.
아니지요 .
詩의 바다에서 건져올린 보물입니다.
^^* 제가 알고있는 시인은 호태 경 뿐입니다
멋진 친구이지요 ^^
@오분전 아~~시인 호태님
흔치 않은 우정같습니다.
저런 상황과 글을 않써서 그렇지
아주 없는 것은 아닐 것 같기도 합니다.ㅎㅎ
주위를 살펴보면
의외로 情 깊은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 .
세상은 그래서 잘 돌아가는 것 아닐런지요 .
@오분전 그런 사람중 한분이 아마도 오분전님 같은 분이
아닐까 합니다....ㅋ
@비온뒤 실속없는 놈 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