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과 함께 살아가야할 저희가
주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세상일에만 마음을 쓴다면
그것은 당신을 거듭 넘어지게 하는
걸림돌이 되는 것입니다.
넘어지신 당신께서 다시 일어서실 수 있도록
저희는 모두 당신의 가르침대로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저희 역시
숱한 어려움과 주위의 무관심 속에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기도 하지만,
다시금 용기를 내어 일어서고자 합니다.
저희가 걷는 이 험난한 선교의 여정 속에서,
하늘나라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당신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깊이 묵상할 수 있는 은총을 주소서.
어제 반주 봉사를 갔는데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는 생각에
매우 속상했다.
지난 4월 개인적으로 심히 힘들었던 사순시기를 거쳐
기쁨의 부활절을 맞았었다.
부활절 다음날 자매님으로부터 반주봉사자를 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당일 반주를 다급하게 원하는 상황이라
부족하지만 자동으로 땜방 반주자로 나섰다.
그리고 어제도 점심쯤 성가 곡을 받아 저녁에 봉사를 했다.
지난달 저녁식사 때 술자리언급이 있었던지라
미사 후 도망을 가려는 나에게 식사만이라도 하고 가라고 붙들었다.
식사장소로 이동하여 착석을 했을 그때까지
아무도 나에게 앞으로의 봉사자 변경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나에게 급히 부탁하며 계속해달라고 했던 이도
피아노를 옮기느라 일찍부터 나와 대면했던 총무님도
반갑게 인사를 했던 회장님도 나에게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그런데 식사 직전에 회장님이 금일봉전달과 함께 박수를 쳐주신다.
무료봉사를 약속하고 시작했기에 극구 사양하는데 받지 않으면
여러 사람이 불편할 것 같은 중압감에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며 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옆자리의 총무님이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인사와 함께
앞자리에 앉아있는 딸 같은 자매가 원래반주자였고 다시 왔다고 안내를 하신다.
신부님의 깜짝 놀라는 표정을 읽는 순간 재빨리
‘저는 대타였어요. 또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신부님과 함께 주변의 형제님들과 반주자가 활짝 웃었다.
내 자신의 속마음은 당혹스럽고 심히 눌렸지만 놀라운 먹방을 선보이며
딸 같은 반주자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반주자가 무슨 죄가 있을랴.
오히려 오늘 반주를 하려고 왔었을 텐데 내가 둔해서 비켜주질 못했구나.
내 아들보다 어린 아이인걸~~
홀로 귀가하면서 섭섭하고 혼란스런 생각들을 재빨리 정리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그럴싸한 유혹 속에 침체되기 싫어서...
지난주 금요일 토요일 치명자성지를 오르면서 십자가의 길을 할 때
‘제 7 처’가 와 닿았었다.
얼른 ‘제 7 처’를 붙들었다.
사람의 아들 예수님도 쓰러지고 또 쓰러지셨다.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도록...쓰러지셨던 주님께 매달렸다.
예수님을 따르던 그 많은 무리들, 심지어 함께 동고동락했던 제자들,
수제자 베드로까지도 골고타를 향하여 십자가 형틀의 길을 걸으시는 예수님을 쉽게 떠났다.
사람에게 마음 상했다.
어쩜 세상적인 마음이 이미 나를 잠식했기에
심히 속상하고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이 든 것 일거다.
이번 일도 주님께서 개입하신 계획속의 한 과정이라면
내 마음이 불편해하고 섭섭한 것은 세상적인 것이겠지.
이 속상한 상황을 식탁에서는 삐치지 않고 넘길 수 있었던 만큼
어쩌면 내가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갔으며 믿음이 성장한 것이겠지
예전에 부탁을 받고 토요일 반주를 땜빵 할 때에 주일반주까지 부탁했었다.
주일에 일찍 가서 연습을 하는데 미사 직전에 학생하나가 왔다.
나에게 부탁했던 이가 학생에게도 반주부탁을 해서 왔다고 말하는 순간
고심할 필요도 없이 자리를 비워줬다.
부탁했던 이는 전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무표정으로
당신이 학생한테 부탁했노라~하신다.
두 번이나 그런 상황을 당한 나는 다른 핑계를 대고 반주를 내려놓았었다.
주님의 기도응답일랑 상관도 없이 내 마음이 심히 상했다고
일방적인 넉두리 기도만 퍼붓고...
그런데 1년도 되기 전에 내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더 힘든 교중미사반주자리에 앉게 하신 주님
당신의 의중은 듣지도 않고 내 멋대로 반주봉사를 던져버린 것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듯이 앙갚음을 하시는 듯했다.
급히 반주를 하라고 할 땐 언제고 급히 빼앗는 기분,,,
촛대를 옮기시는 것일까?
소심 복수를 하시는 것일까?
내 멋대로 하지 말라는 경고인가?
어릴적의 서원을 갚도록 찬스를 주심인가?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이토록 어렵다니...
그나마 고맙고 감사한 일은
영적으로 말하면,
지혜롭게 ‘저는 대타예요’ 대답하여 주변인들과 함께 주님의 자녀다움을 보였고
금일봉을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겸손히 받아 들었고,
주님의 거룩한 도구의 마음을 헤아려 편케 했으며,
어린 반주자를 평화로이 집까지 데려다 주는 사랑의 실천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육적인 견해로 풀이 한다면,
순발력 있게 눈치껏 ‘저는 대타예요’ 대답하면서 주변사람모두를 즐겁게 했으며,
고맙다는 인사로 주는 손을 부끄럽지 않게 했으며,
어르신 공경심을 발휘하여 심기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살폈으며,
어린 반주자를 마냥 기쁘게 했다는 점이다.
어제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기도문을 받았다.
지난번에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에 관한 쎄미나를 들었다.
레지오 선서식에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을 받았다.
엉클어진 내 마음을 풀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