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업, 항로를 잃고 부평초가 되어
물산업이 항로를 잃어버리고 망망대해 부평초가 되어 떠도는 듯하다. 환경부가 상하수도협회에 의뢰한 조사에서 2022년도 기준 물산업 사업체 수는 전년도 1만 7,283개보다 약 1.6% 증가한 1만 7,553개로 나타났다. 그중 물산업 관련 건설업이 8,959개(전년 대비 9.2%↑)로 물산업의 51%를 차지했으며, 다음은 물산업 관련 제품 제조업 5,555개(전년 대비 9.2%↑), 물산업 관련 시설 운영 및 청소‧정화업 1,501개(전년 대비 7.7%↑) 등이다. 2022년도 기준 물산업 매출액은 전년도 47조 4,220억 원 대비 약 4.8% 증가한 49조 6,902억 원으로 국내 총생산(GDP) 2,150조 6천억 원의 약 2.3%를 차지했다. 매출액 규모는 물산업 관련 제품 제조업이 26조 7,401억 원(53.8%)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물산업 관련 건설업이 14조 3,179억 원(28.8%), 시설 운영 및 청소/정화업 4조 3,728억 원(8.8%), 과학기술 및 설계/엔지니어링 서비스업 4조 2,592억 원(8.6%) 순이다. 2022년도 기준 물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2조 556억 원으로, 물산업 매출액이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업종별 수출액은 물산업 관련 제품 제조업이 1조 8,148억 원(88.3%)으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물산업 관련 건설업이 1,421억 원(6.9%)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건설업 부문의 수출 규모가 전체 물산업의 95.2%를 차지한다. 해외시장에 진출한 국내 물산업 사업체는 454개로 전년(445개) 대비 2% 증가했으며. 이 중 물산업 제조업 분야가 412개로 가장 높다는 것이 환경부 통계자료이다.
통계로만 보면 물산업이 순항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대한민국의 물 산업은 환경부가 선장이며 기관장은 한국환경공단, 한국수자원공사가 담당하고 있다. 갑판장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며 통신장은 한국상하수도협회, 조기장은 한국물기술인증원, 조리장으로 한국물산업협의회로 이뤄져 항해하고 있다. 영국이 바다를 지배하게 된 뒷면에는 호레이쇼 넬슨 제독이 있다. 위대한 넬슨 제독도 해사졸업 후 템즈강을 운항하는 수송선 경비함에서 첫 항해를 시작했다.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인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승리하였지만, 우리의 이순신 장군처럼 적의 총탄에 눈을 감고 만다. 넬슨의 용기와 전투 능력, 그리고 존경심으로 영국 해군들은 넬슨의 피가 묻은 럼주를 마시며 존경심을 표했다. 넬슨의 성격은 공격적으로 상관의 지시를 어기면서 자신의 지략을 펼치기도 했다. 과감하고 저돌적인 군사전략이 나타난 대표적인 전투는 아부키르만 해전이다. 이순신 장군이나 넬슨 제독의 공통점은 조국에 대한 충성심과 전투에 나서는 용맹함과 지략 면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작금의 물산업은 전략적인 측면이나 실행 능력,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경쟁력 모두 의기소침해지고 전투력마저 상실된듯한 인상이다. 먼저 선장에 대한 기능점검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뒷이야기만 수런대지 말고 원로 항해사로 격전을 치렀던 대한 상하수도학회나 한국물환경학회가 국가관을 가지고 함선의 이동 경로를 준열하고도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아군의 위태로움을 명증하게 알려줘야 응급치료라도 받을 수 있다. 엔진이 식어가고 조타실에서도 안정적이지 못해 배의 기울기가 심각하다. 선장은 운항 제어시스템이나 운항 추진 장치의 작동 여부, 배기 가스관이 막혔는지 등을 기관장을 비롯한 부서장의 말을 잘 경청해야 한다. 암초가 코앞에 있는데 항로를 바꿀 생각은 없고 선원들은 주저앉아 있으며 주어진 시간표대로 이상 없다는 기록만 남기고 있다. 레이더에 괴물체가 잡혔는데도 무전으로 그냥 화물선이라고 보고한다.
“어떤 제도나 정책이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100% 찬성하는 제도나 정책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역할 중 하나는 국민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자기 의견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민원인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민원의 절반은 해소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민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환경부 차관을 역임한 문정호 석좌교수의 충언이다. 산하기관들이 경영성과는 내고 경영 효율화로 수익을 냈다면 대부분을 돌려줘야 한다. 정부가 다 가져간다는 것은 의욕을 상실시키고 시킨 일의 50%만 할 뿐이다. 정부는 물산업 진흥을 위한 역할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갑판장이 해야 하는지 기관장이 해야 하는지, 조타실이 문제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지향점이 불분명해져 기관별 수행 기능이나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계획이나 수준도 종전의 자료를 복사하는 정도이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한 126개 사가 수출한 금액은 570억 원 정도이다. 입주한 기업의 만족도는 보통에 머물고 있으며 성과가 없다고 판단한 기업도 11%나 차지한다. 수출상담회나 전시회 등의 지원도 좋지만, 기업들은 전시회 참여 실적보다 거래 성사가 더 중요하고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의 절반은 사업확장과 수출을 기대했지만, 불만족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은 소통에서부터 근본적으로 차단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물산업 선박도 다양한 구조와 장치들이 많은데 관련 분야별로 전문가들은 없고, 컨설팅해 준다는 것이 기업들이 충분히 숙지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물산업은 누군가에게 기댈 안정되고 평안한 테이블이 없다. 학계는 연구비에 전전긍긍하고 관련 기관들은 문제점과 대안을 환경부에 제대로 알려주지도 못하고 있다. 잘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민원의 절반을 해결한다고 했다. 환경부는 관련 산하기관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고 여기에 중심을 잡고 속도 조절과 선체의 평행을 이뤄야 한다. 선장의 신호에 따라 엔진 시동을 걸고 그 동력에 의해 크랭크축이 선박 후미에 부착된 프로펠러로 전달하여 추진동력을 이용해 물살을 가르며 배는 앞으로 나간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등 물산업과 관련된 기관(7개 기관)들은 총 12개 기능 193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항로 방향을 누가 설정했고 왜 그리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체 기관별로 중복된 사례가 많으며, 조타실과 기관실 등 상호 유기적인 교감이나 소통도 없는 실정이다. 작금의 항해는 동력이 꺼진 상태에서 조류에 떠밀려 항해하는 기분이다. 항로 결정부터 기관장을 비롯한 주요 책임자들에게 대한 정밀한 분석으로 적재적소에 합당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환경부가 강력하고 역동적인 추진력을 발휘할 이즈음이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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