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살쯤 된 노인이 버스를 올라탔다.
그가 자리에 앉는 사이에 그의 주머니에서 지갑이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버스 안내원이 승차권을 발부하기 위해 승객들 사이에 이동하던 중
지갑을 발견하고 집어서 자신의 가방 안에 넣었다.
잠시 후 노인은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그는 소매치기가 지갑을 빼 간 줄 알고 몹시 당황했다.
안내원에게 지갑이 분실된 사실을 말하며
서둘러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자 안내원이 말했다.
"지갑은 내가 주워서 가지고 있소. 하지만 당신에게 넘겨주기 전에
먼저 그 지갑이 당신의 것인지부터 확인해야겠소.
그러니 지갑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말해 보시오.
내용물이 정확히 맞으면 지갑을 돌려 드리겠소."
노인은 지갑 속에 얼마를 넣고 다녔는지 확실히 알지 못해 정확하게 액수를 말할 수 없지만,
지갑에 매우 낡았으며 자신이 숭배하는 시바 신의 사진이 들어 있다고 대답했다.
남자 안내원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힌두교 신자라면
누구라도 지갑에 시바 신 사진을 넣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이
그가 지갑 주인이라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노인이 말했다.
"당신 말이 맞소. 시바 신을 숭배하는 신자라면 당연히 지갑 속에 신의 사진을 넣고 다닐 수 있소.
하지만 내가 사진을 지니고 다니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소."
안내원이 물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오?"
노인이 대답했다.
"이 지갑은 내가 젊었을 때부터 갖고 다니던 것이오.
그때 나는 매우 잘생겼었고, 그래서 지갑에 내 사진을 넣고 다녔소.
지갑을 열때마다 그 잘생긴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소.
시간이 흘러 나는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했고, 지갑에 있던 내사진을 사랑하는 아내의 사진으로 교체했소.
곧이어 첫아이가 태어나자 아내의 사진은 아이의 사진으로 바뀌었소.
세월이 흘러 아이는 자라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소.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나 혼자 남았소."
허리춤에 밸트 가방을 찬 안내원은 물론 앞뒤 승객들까지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이제 나이가 들었고, 삶에서 절대자의 중요성을 꺠닫고 있소.
내가 결국 의지할 대상은 신이라는 것도.
신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으며 일생 동안 늘 나와 함께하는 유일한 동반자라는 사실도.
하지만 그동안 나는 좀처럼 신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외롭거나 고통스러울 때만 그를 떠올렸소."
버스가 덜컹거리며 달리는 동안 노인이 말을 이었다.
"살아오는 동안 나는 우선순위와 중심이 계속 변했고,
그것은 내 지갑 안의 사진에 그대로 반영되었소.
처음에는 나 자신이었고, 그다음에는 내 아내, 그다음에는 자식......
모두 차례차례 내 곁을 떠났고 이제는 나 혼자 남았소.
결코 나를 떠나지 않는, 변함없는 유일한 동반자인 신의 존재를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소.
내가 지갑에 시바 신의 사진을 넣고 다니는 이유가 그것이오."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안내원이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노인에게 건네주었다.
지금 당신의 인생 시계가 몇 시를 가리키고 있든,
지금 당신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100가지 인생 처방 우화 모음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