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또다시 눈이 번쩍, 할 수 없이 밤새 기침하느라 잠 못잔 지인을 위해
아는 사람들과는 절대 찜질방이나 목욕탕이나 온천엘 가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녹차 해수창으로 갔다.
전 날 다녀 온 사람들은 완전히 세낸 것 처럼 해수탕을 마음껏 이용하였다는데 하루 지난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이미 해수탕은 초만원.
안그래도 어느 곳엘 가더라도 이십분 이상 지체하는 법이 없는지라 일찌감치 서둘러 나와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닷가를 산책하였더니 포구가 아닌 관계로 상큼한 바람이 기분이 좋아지고
내친김에 온 몸을 늘려가며 운동에 몰입을 하자니 "오호 유연성이 장난이 아닌데?" 지인의 칭찬 세례.
그렇게 한 시간 반 동안 유유자적으로 해수탕을 즐기던 사람들까지 모두 탑승완료.
숙소로 돌아와 아침상을 받자니 지난 밤에 행복지수를 올려주던 보쌈은 간 곳 없고 다시금 김치 성찬이라
별 수 없이 갓 김치와 파김치로 속을 채우고 나니 오호 애재라, 이번 기행에 식탐은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는 아쉬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전날에 덖은 차를 확인하며 간밤에 스님께서 만들어 놓은 황차를 비롯한 청차와
손수 덖어 만든 녹차까지 포장 완료하고 나니 돌아갈 시간이 이미 많이 지체 되었다.
그리하여 해남 미황사는 다음 기회에 발길을 놓기로 하고 올라오는 길에 전날 다녀간 부안 청자 장인의 집에 들러 작품을 감상하기로 하였다.
알다시피 누군가의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사고팔고의 관계가 이어져야 하는 법이니 마음은 조금 무겁기도 했다.
허나 웬일이냐...아무리 장인이면 뭘 하겠는가.
자신의 몸과 마음이라 할 작품이 전시된 공간이 그렇게 엉망이어서야 어찌 작품이 빛나겠으며
본인은 소중히 여겨 전시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실인지 전시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관인 것을.
열심히 작품 설명에 예우차 귀기울여 들어주었지만 이미 깔끔하지 않은 전시 공간과 작업장에서 마음은 천리 만리떠나고
게다가 여전힌 구태의연한 청자라니...세월이 흐르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이즈음에도 변화의 기류를 따르지 아니하고
독보적인 자존감으로 전통을 고수한다지만 그러다 보면 오히려 청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만 역효과요 시쿤둥한 개념만 심어줄 뿐.
재해석 되어 누구나 편편하게 활용되어질 현대적 개념에 걸맞는 생활도자기를 개발하여도 무방하련만 장인의 이름값에 대한 가격만 높을 뿐
별로 매력적이지는 못했다 뭐 그런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 구입에 대한 부담감은 덜었다.
아무래도 청자와는 친숙하기 어려운 관게로 건너 보이는 갈대를 배경으로 한 컷을 날리자니
개들의 소란이 장난이 아니고 바쁘게 돌아나와 청자에 대한 자부심과 솜씨는 분명히 남다른데 조금은 안타꺼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 또한 관여할 일이 아니니 모르쇠요 이래 저래 아쉬운 마음이 가득.
그래도 막판 뒤집기가 기다리고 있음이니 도착하기 까지는 진정으로 알지 못했다.
그야말로 2박 3일 동안 최고의 식탐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늦은 점심 먹으러 조촐한 식당으로 오라잇.
외양상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정말 오랫만에 만난 완벽하게 추천하고픈 식당을 만났다.
단돈 6천원으로 다양한 반찬과 손님이 들어서자 마자 어부인 아들이 직접 잡아온 다양하고도 신선한 생선을 손질해
즉석에서 잡 어매운탕은 물론 전어회까지 보너스로 챙겨주는 곳, 그리 흔치 않다.
게다가 그 신선함과 생선살의 쫄깃쫄깃함을 어찌 표현할까 만은 다른 사람들이 감탄을 하던지 말던지 그저 먹성 삼매경.
국물의 시원함은 말할 것도 없고 어두일미를 실천하느라 머리까지 완전히 해체하여 잡숴주셨다.
말하자면 음식을 먹는 동안 맛있다. 기가 막히다를 연발하지 아니하고 말 없이 먹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진짜 맛있는 것이므로
곁에 있던 지인이" 와,우 말 한 마디 없이 열심히 먹네" 라고 할 때까지 매운탕에 푹 빠졌다.
반드시 서해안 고속도로를 거쳐갈 기회가 생긴다면 내려가는 길에는 부안 나들목으로 올라 올 때는 줄포나들목을 이용해
어정가든 063 584 4314, 010 8810 4986에 가서 확인 사살해 보시라.
혹시 모르겠다...청자 장인이 소개해 주어서 더욱 잘해 주었을지.
그러나 본래도 그날 그날 어획 작황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한다는 후문이고 보면 육천원의 행복은 반드시 누리게 될 터.
그나마 어정가든 덕분에 든든하고 즐거운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었으니 천만 다행이다.
자, 이제 돌아오는 길에 교통체증만 없으면 금상첨화겠다 싶은 바람으로 고속도로를 진입하고 보니
여전히 세월호 사건의 후유증이 큰 탓에 도로가 한산하고 관광 버스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잘하면 원하는 시간에 집에 도착하겠다 싶었지만 돌발상황, 꼬이는 일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
기사님이 서해안 고속도로을 잘 달리다 당연 코스 천안 논산간 민자 고속도로를 올라서길래 "와우, 아저씨 세련이야" 라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웬일이니 잠깐 지인과 이야기 하느라 한 눈 파는 사이에 이 아저씨, 대전행으로 꺽어 주셨다.
젠장, 제길헐...욕이 뛰쳐 나온다.
아니 도대체 왜 돌아가느냐고..이쪽으로 가면 한 시간을 족히 돌아가는 길인데, 기가 막히다를 연발하지만
처음부터 운전엔 엉망이엇던 기사님인지라 게거품 물어도 소용이 없고 돌아돌아 신탄진, 청주 거쳐 천안 휴게소에 잠시 쉬자니
억수같은 비님까지 부아를 보태주신다.
마구잡이로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참아야 하느니라. 곧 내리게 되느니라.
본래 진행자도 아니고 해서 체면 치레로 나름 아무 것도 아닌 양 우아 떨며" 2박 3일 동안 즐거웠어요,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라고
웃으며 나머지 사람들과 작별을 고하지만 울화통 터지기는 여전히.
뭐 지금이야 그럴 수도 있겠지. 무사히 돌아왔으니 됐잖아 라고 위로하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분통 터지는 일.
허나 그것도살다 보면 별 것 아니다 싶어 글 한자락 휘리릭 올리며 속내를 털어놓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그래도 집 나가는 일은 언제나 설렘과 기대감이 있어 좋긴 하다.
비록 집 나간 후에 개고생을 하더라도 여전히 코에 바람 들어가면 신나는 것을 어쩌랴.
첫댓글 어찌 이리 입담이 좋으슈!!!
오늘 내게 책이 도착한다는데 그대에겐 보내지 않아도 되겠지요?
아들이 그 출판사에 잇는데
설마 엿장수가 자기 엿가락 하나 못떼어줄꺼나...
ㅎㅎㅎㅎ 책 표지 보았어요. 봄날이더라구요.제목도 좋구요.
" 당신은 내 봄날입니다"인가...축하드리구요 대박나면 좋겠네요.
책 받으면 사인 받으러 갈게요.
사실 무설재에서 행사하려던 것이 겸사겸사였는데 아쉽게 취소되어 좀 그렇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조촐하게 기타 치며 즐거운 하루를 맞아봅시다.
세월호 사건도 조금씩 진정되고 무겁던 마음도 한꺼풀 벗게 되네요.
총체적 난관에 너무 우울하니 그것도 조금 버려야 할 듯...헌데 아직도 유색옷을 챙겨 입기엔 미안한 마음.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차밭 다녀 오셨네요~~~
안 그래도 가서 만날 수 잇겠지 했더니만 그게 아니었네요.
두 분 모두 궁금햇습니다...분위기 메이커가 빠지니까 영 그랬어요.
@햇살편지 저흰 그날 순천 절에 가기로 약속이 되있어 거기서 2박 3일 하고 왔어요 그렇잖아도 일욜에 서울로 출발 한다고 명의샘이 연락 왔더라구요 무설제님께서 차밭에 오는 줄은 몰랐어요 다음주 금욜엔 명의선생님이랑 원주 판화박물관에 가요
만족치 않은 여행, 글 잘 읽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것 또한 여행이란 설레임으로 감수해야할 일.
덕분에 차만든 길따라 저도 잘 다녀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