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북쪽 카스피해의 파도. 2013년 10월 6일 새벽 촬영>
이란 여행기 1
인천에서 테헤란으로
<테헤란 가는 길>
여행 전날 밤은 잠을 설친다. 어른이나 어린이나, 가까운 곳을 가나 먼 곳을 가나 마찬가지다. 2013년 9월 24일 밤은 거의 잠을 잘 수 없었다. 25일 새벽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자명종이 시끄럽게 울렸다. 4시다. 4시 50분 인천행 버스를 타려고 맞추어 놓은 시계다. 여기저기 널부러진 보따리를 60리터 배낭에 꾸역꾸역 쑤셔 넣고, 중요한 소니 컴퓨터와 갤럭시 패드, 그리고 소니 카메라를 작은 배낭에 넣고, 돈과 휴대폰은 어깨에 메는 가방에 넣었다. 어디를 갈 때, 들고 가야할 짐이 두 개까지는 별문제가 없으나 세 개가 되면 하나를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현금이 든 가방은 어떤 일이 있어도 몸에서 떠나 있지 않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샤워를 할 때도 돈 가방은 메고 샤워장에 갈 심산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가지고 가는 짐은 두 개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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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상공에서 촬영>
테헤란에 가기로 되어 있는 동호회 회원은 모두 10명, 시간이 되니 초침처럼 정확하게 착착 도착하기 시작했다. 우리 10명은 스스로 알아서 테헤란에 도착해야했고, 일단 테헤란에 도착하면 '복마니'라는 젊은이가 우리를 마중나오게 되어 있었다. 8시 40분 인천을 출발한 중국 남방항공 비행기는 중국시각 10시쯤 북경에 도착했다. 우리의 짐은 곧바로 테헤란까지 가도록 되어 있으나, 사람은 일단 중국에 입국을 했다가 다시 출국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절차를 마치고 대합실에서 기다리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기서는 그냥 돈을 내고 사 먹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지하철 타듯이 복잡했다. 즉 만원짜리 카드를 사면 8천원의 값이 찍혀 나온다. 그러면 그 카드를 가지고 근처의 식당에서 카드 값을 제외하고 8천원어치만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돈을 다 쓰고 나중에 다시 반납하면 카드 값 2천원을 돌려주는 제도였다. 알고 보면 간단한 방법이나 이런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어리둥절하기 마련이다. 몇 번이나 카드판매원과 음식점 사이를 쥐집 드나들 듯 앵앵 거리면서 헤맨 뒤에야 비로소 음식 사 먹는 법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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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무치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북경을 출발한 것은 현지 시각 2시 30분. 얼마나 갔을까, 잘 알아듣지 못하는 비행기 안내 방송 중, 우루무치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중간에 우루무치의 날씨를 알려주려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영어로 또한 중국어로 우루무치가 계속 나오는 것으로 보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중국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 비행기는 우루무치로 간다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비행기를 잘 못 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루무치라! 때려망치로 얻어맞은 듯 머리가 멍했다. 테헤란으로 가야하는데 왜 우루무치로 가는가? 한국에서 안내를 받을 때는 북경에서 테헤란으로 간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우루무치를 경유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국의 관계자들도 우루무치를 경유한다는 것을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도 말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조급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허탈해하는 일행의 얼굴에 벌레 씹은 표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순간 조금 싸게 가려고 남방 항공을 택했으니, 뭐 하는 수 없는거지, 또한, 이것이 값싸게 다니려는 여행자의 비극이렸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스스로를 위로하여, 비행기 타보는 것이 꿈이었던 어렸을 때를 생각하여 "에이 비행기 원없이 타보니 엄청 좋다"고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위로하려고 해도 위로는 되지 않고, 남방 항공에 대한 원망이 들면서, "너 꼴 좋다. 춘향아 이년아, 네 서방인지 동방인지 남방항공인지 왔다"는 춘향모가 감옥에 든 춘향이에게 사위가 왔음을 알려주는 춘향전의 한 구절이 머리 속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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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무치에서 해가 지고 있다.>
우루무치에서 잠시 기다리는 데, 해가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갈색 하늘에는 가끔 집을 찾는 검은 새가 날기도 하고, 어디 가는지 알 수 없는 비행기도 눈에 띠었다. 노란 하늘은 붉은 빛으로 변했다. 순간 태양은 뭔가 아쉬운 듯 엷은 빛을 대합실 벽에 남기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중국 시간 오후 8:30분에 우루무치를 출발한 남방항공은 이란 시간 10시 30분에 테헤란에 도착했다. 중국과 이란의 시간차가 4시간 30분임을 고려하면 우루무치에서 테헤란까지 6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비행기 탄 시간만을 고려한다면 인천에서 북경까지 2시간, 북경에서 우루무치까지 3시간, 또 테헤란까지 6시간 30분 모두 11시간 30분이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시간을 고려하면 약 20시간 걸린 셈이다. 또한 테헤란 호텔에 도착한 것은 한 시간 뒤의 일이고 잠이 든 것은 두 시간 뒤의 일이므로, 서울에서 내가 일어난 시각부터 테헤란 호텔에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꼬박 24시간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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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길거리>
테헤란 공항에는 복마니와 복마니의 친구임을 수백 번 강조하는 이란 사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복마니의 친구라는 사람은 겉으로 보아 복마니의 증조 할아버지 뻘은 되는 성 싶었다. 흰 머리, 구부러진 어깨, 툭 튀어나오는 배를 내밀며 나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Bokmani라는 말을 연신 해댔다. 중간의 K의 발음 때문에 "복^마니"로 들려서 무슨 말을 하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가 Bokmani(복^마니)가 아니라 Bongmani(봉마니)로 발음되는 "자음접변" 현상을 "유식하게" 알려준 뒤에야 그의 발음이 "봉마니"라고 자연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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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에서 여자 사진을 찍을 때는 조심해야 하므로 멀리서 당겨 찍었다.>
다음 날 오전은 호텔 근처를 서성거렸다. 왜냐하면 오후에는 야즈드로 가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멀리 가 볼 엄두를 못냈다. 아침에 보는 테헤란의 첫 인상은 외계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우선 가장 두드러진 것이 여자들이 모두 뒤집어 쓴 히잡(머리에 쓰는 스카프)이다. 검은 히잡이 대부분이었으나 신식 여성은 호화로운 색의 히잡을 착용했다. 날은 더웠으나 반바지는 구경할래야 할 수가 없었고, 긴 치마를 땅에 닿을 듯 말 듯 끌고 다니는 여인이 많았다. 젊은 여자들은 바지를 입었는데, 검은 색의 바지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레깅스는 아마 이란인의 집을 방문해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자들은 모두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머리를 가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반드시 목의 살이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웃옷은 반드시 엉덩이를 가리도록 길어야 한다. 이것에 위배되는 사람이 있는지를 몇 시간에 걸쳐서 관찰했지만, 위배자는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이것을 위배하면 사복 경찰이 조용히 불러다가 주의를 준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비하면 남자들은 아주 자유로운 복장이었다. 하지만 남자들도 반바지는 허락되지 않았다.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나라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경제적 문화적 발전이 더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패션이 유행해야 옷도 많이 팔리고 또 경제도 발전할텐데, 모든 것을 종교로 묶어 놓으니 자유와 창조의 정신이 깃들기 힘들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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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떼어먹는 새>
<공원의 동상>
<길에서 만난 테헤란 청년들>
<테헤란 주스 가게 앞에서>
함께 같이 갔던 우리 일행의 여성들도 모두 히잡을 걸치고 엉덩이를 가리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이상한 복장을 한 상대방을 보고 배꼽을 잡던 여성들은 시간이 갈수록 나름대로 이란식 멋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히잡을 사면 덩달아 자신도 구입하게 되고, 그것을 돌아가며 걸쳐보고, 거울을 보고 웃곤하였다. 그러다가 나름으로 완성된 복장을 하고, 별 불평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시간이 좀 지나자 이번에는 이란 패션 경쟁이라도 하듯이 사진기 앞에서 뽐내는 모습이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다방 마담" 같았다. "큰일났네. 이러다가 이 여자들이 한국 안 간다고 난리 부르스 부르는 것 아녀?"라고 한 남자가 외쳤다. "내비둬, 마누라가 이란에서 살면 나는 더 좋아,"라고 다른 남자가 맞받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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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어떤 건물 앞에서>
(2013년 10월 2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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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첫 댓글 이네요...
우여곡절이 있기에 여행은 더 아름답다~ 라면 억지 일까요? 우루무치 한번 더 경유 하신거요....
맨 아래 사진...너무 좋아요.
여러 여인들 중에 유독 날씬(?)한 한 사람에 저를 대입 해 봅니다...ㅎ
발칙한 상상이 끝 없는 날개를 펼치는 아침....
재미나게 보고 그냥 갈 수는 없지요...
예, 영원히 큰장미로 남아주세요.
알겠습니다...그리 하지요...영원한 알바~님...ㅎ
멀리 카스서 잘 보았습니다,,
이란을 1차로 다녀오신 분들의 애기를 꼭 듣고 싶어요,,2차,3차 진행하려면 솔찍한 조언이 필요하거든요ㅎㅎ
그리고 남방을 타야 이란가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알고 있어요,,북경 출발해서 우루무치 아니면 다른 도시에 잠시 들릴수 있다는 애기를 못 드린점은 죄송합니다...
저도 몰랐지만 시간상으로 봤을때 어디든 들르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이어지는 후기 기대하겠습니다ㅎㅎ
글쎄요. 생각나는대로 써 보겠습니다.
히잡이 나름 잘 어울리시네요 ㅎㅎ
히잡을 뒤집어 쓰고, 히죽히죽 웃던 모습이 생각나쟈냐!
항상 선생님의 여행 후기을 보면서 ....
그리움만 내 마음에 남네요..
올리신 글 잘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후기는 ....
다음에 꼭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작년에도 시리즈 ~~~잼나게 읽었습니다. 즐거운 여행기를 ...
이란이란 좀 특이한 나라였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목을 치지말고, 목을 가려라! 에이, 오늘 돼지 목살이나 사다가 막걸리나 먹어야겠다.
수리누나 잘 다녀오셨나봐..^^
수고하셨습니다. 사정으로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글로 여행하겠습니다.
다음 여행에서 뵙기 바랍니다.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제가 꼭 한번 여행하고 싶어하는 지역입니다..
선생님 통해서 대리만족이라도 느껴야할것 같습니다
이란 여성들이 입는 복장은 희잡이라 하지않고 차도르로 알고 있습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한번에 몰아서 정주행을 하리라 마음 먹었지만 역시나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드리스짜시히말이뭡니까?
이드리스는. 무슬림 친구가 지어준 이름입니다. 짜시는 티벳친구. 그리고. 짜시는 네팔친구가 아무튼 좋은 뜻이라네요^^
좋은 글 사진...
감사합니다...
몇년 전 이란을 갔었습니다.사진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몇년전에? 잘 보면 이미 다녀오신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억이 새록 새록...... 여행기 다 읽고 나면 왠지 허무해 질것 같아서... 천천히 읽으렵니다....하루에 하나씩.... 하루 하루를 곽선생님 여행기를.... 기다리면서... ^^ 진짜로 사진 멋져요~~~
글을 뭐하러 읽습니까? 사진이나 보셔요. 30초면 다 보니까요.
@알바트로스(곽영을) 재밌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