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생산 서쪽 암벽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도종환, 「담쟁이」에서
▶ 산행일시 : 2012년 2월 19일(일), 맑음, 한파주의보보다 더 추운 날씨
▶ 산행인원 : 4명(소란, 신학, 킬문, 산진이)
▶ 산행시간 : 15시간 8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34.6㎞
▶ 교 통 편 : 고속버스. 갈 때는 심야우등버스로 서대구로 가고, 올 때는 구미에서 우등버스
타고 동서울로 옴. 들머리 날머리는 지맥따라 님이 승용차로 수송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를 따랐음)
23 : 1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4 : 10 - 가산산성(架山山城) 입구, 산행시작
05 : 28 - 가산바위
05 : 52 - ┤자 능선 분기, 황학지맥 분기
07 : 02 - 오계산(△466m)
07 : 25 - 소야(所也)고개
08 : 03 - 실봉산(458m)
08 : 43 - 484m봉
09 : 32 - 백운산(白雲山, △713m)
09 : 54 - 매봉산(梅峰山, 623m)
10 : 19 - 다시 백운산
11 : 06 - 황학산(黃鶴山, 758m)
12 : 35 ~ 13 : 12 - 팥재, 중식
14 : 04 - 837m봉
14 : 40 - 유학산(遊鶴山, △792.9m)
16 : 19 - 신동지(新洞池)
17 : 36 - 천생산(天生山, △406m)
19 : 18 - 금전동(金田洞) 구미4단지 하수종말처리장, 산행종료
1. 매봉산 가는 길에서 조망
▶ 가산(架山, 902m), 가산바위
02시 19분 서대구 고속버스터미널 앞 도로. 터미널에는 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 없고 버스는
터미널 앞 도로에다 손님들을 내려준다. 낯선 곳 한밤중이라 더욱 황량하다. 대구도 춥다. 노
상에서 15분 정도 서성이었을까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23시 30분 발 버스 탄 킬문 님이
내린다. 킬문 님을 보자 추위가 한결 가신다. 길 건너 불 켠 가게를 찾는데 대구에 산다는 지
맥 님이 대뜸 우리를 알아본다.
함께 산행하기로 한 지맥 님이 발뒤꿈치가 아프다며 도저히 산행할 형편이 되지 않으니 들머
리와 날머리를 자기 승용차로 모심을 물론 산행 중간 중간 보급이나 담당하겠다고 한다. 가만
히 생각해보니 그건 순전히 우리 산행을 배려한 마음 씀이다. 그것도 미리 얘기하면 우리가
받아들이기 저어할까봐 이제 와서 갑자기 아프다고 맨 몸으로 나와서 둘러댄 것이다. 주말마
다 도상 20㎞가 넘는 산행을 즐기고, 다음 주에는 거제 산줄기 25㎞를 탄다는 그다.
서대구터미널 근처 깁밥집에서 순두부로 새벽밥 먹고(킬문 님이나 나나 이런 때는 으레 빵조
각으로 때우기 일쑤인데 …) 지맥 님 일행으로 역시 준족인 소란 님과 신학 님이 도착하여 들
머리인 칠곡 가산산성 입구로 이동한다. 길도우미의 안내로 한참을 달린다. 꿩사브사브를 비
롯한 먹자동네를 지나자 가산산성 입구다.
눈발이 날린다. 우리를 환영하는 꽃가루로 여긴다. 그에 우쭐하여 보무당당히 입장한다. 등로
는 대로다. 박석 깔린 길 지나고 울퉁불퉁한 돌길이 이어진다. 동문 ┳자 갈림길. 오른쪽은 치
키봉(756.6m)으로 간다. 대로로 산 굽이굽이 돈다. 응달진 곳은 눈밭이다. 헤드램프에 비치는
눈발이 장관이다. 허공은 반짝이 조각이 끝없이 하늘거리고 노면은 무수한 다이아보석이라
도 깔아놓은 양 빛난다.
중문. 높은 곳이다. 가산 정상(901.6m)이 근처라는데 들리지 않는다. 북사면 눈길을 주춤주춤
내린다. 추운 날씨다. 눈꺼풀이 어는지 끈적끈적하여 눈 깜박이는 것조차 힘이 든다. 이정표
에 가산바위가 나온다. 바로 길옆이다. 들린다. 데크계단 올라 너른 암반이다. 매운바람 가득
하고 천지 캄캄한 중 정월 그믐달이 수줍은 듯 살짝 얼굴 내밀었다.
이정록 시인이 ‘더딘 사랑’에서 읊은 윙크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2. 황학산 오르면서 조망
3. 멀리는 팔공산 서봉과 비로봉
4. 앞은 매봉산
5. 앞은 소학산(622m), 멀리 오른쪽은 금오산
▶ 오계산(△466m), 실봉산(458m)
사면의 눈길을 질러가는 듯하여 서문. 대로는 저 아래로 돌고 우리는 마루금 소로로 든다. 안
부 지나 도드라진 ┤자 능선 분기봉. ‘준․희’의 ‘황학산 분기’라는 팻말이 보인다. 왼쪽 능선으
로 내린다. 잡목 숲으로 엄청 가파르다. 빙판까지 섞였다. 헤드램프를 암만 돋우어도 인적이
그리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가파름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자 왼쪽에서 느긋이 오는 뚜렷한
등로와 만난다.
서문 지난 안부에서 사면 돌아 이리로 오는 길이다. 마루금 잡느라 그 길을 애써 외면했었다.
┣자 갈림길. 오른쪽은 모래재로 내린다. 야트막한 봉우리를 자주 오르내린다. 등로 주변의
숱하게 파놓은 구덩이는 6.25 전사자 유해 발굴지이리라.
헤드램프 소등하자 자연 걸음이 빨라진다. 줄달음한다. 산릉의 실루엣으로 유학산을 오계산
으로 잘못 알았었다. 야산인 오계산이다. 나무숲속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돌출하였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이 오계산이 우계산(牛鷄山)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牛
(우)’를 ‘午(오)’로 오독하여 굳었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오계산(午鷄山)이 우계산(牛
鷄山)으로 잘못 되어버렸다고 한다(2009.12.15.자 매일신문). 산 모양이 닭이 앉아 있는 모습
을 닮아 오계산(午鷄山)이라고 한다. 오계(午鷄)는 한낮에 우는 닭을 말한다.
황학지맥 길은 면계(가산면과 동명면) 따라 395m봉 넘어 500m 정도 가다가 왼쪽의 소야고개
쪽으로 직각방향 틀어야 한다. 소야(所也)고개가 가깝다. 다부원고개라고도 한다. 고갯마루
비낀 공터에서 지맥 님이 기다리고 있다. 어묵 끓여놓고.
이제 실봉산이다. 4차선 도로 분리대를 넘는다. 표고 200m 남짓 올려쳐야 한다. 절개지 오르
고 빈 밭 가로질러 덤불숲 뚫는다. 실봉산이 멀리서는 첨봉으로 보이더니 과연 그에 소홀함이
없다. 긴다. 한 피치로 오른다. 정상은 덤불과 소나무 숲으로 둘러있어 아무 조망이 없다. 주
변은 유해 발굴지로 파놓은 구덩이가 아주 많다. 이 산이 6.25 때 시산(屍山)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조망 찾기보다는 부디 고개 숙이고 숙연히 지나갈 일.
실봉산 내리는 길은 울창한 잡목 숲이다. 가시철조망 높게 친 과수원이 나온다. 넘는다. 다시
한 차례 더 철조망 넘어 과수원 아래 현대공원 공동묘지 입구로 내린다. 봉우리마다 오르내림
이 가파르다. 484m봉도 만만하지 않다. 가쁘게 내쉬는 숨이 바깥 차디찬 공기와 만나 뿌연 입
김으로 변한다. 앞을 가릴 지경이다.
6. 황학산에서 조망
7. 유학산 산릉
8. 유학산 산릉 837m봉에서 조망
9. 황학산
10. 앞에서부터 황학산, 백운산, 매봉산
11. 앞 가운데가 실봉산
▶ 백운산(白雲山, △713m), 매봉산(梅峰山, 623m)
도로(徒勞)처럼 뚝 떨어져 안부. 너른 백운산 품에 든다. 긴 오름이 이어진다. 해가 중천으로
올라도 추위는 가시지 않는다. 입과 안면 두른 천의 바깥쪽이 금세 얼어버린다. 소란 님의 배
낭 속에 든 물은 마실 수 없게 얼었다. 계속 흔들리는 물병조차 언 것이다. 내 배낭 속의 물병
은 이중으로 싸서 얼지 않았다.
등로는 완만하다. 너덜지대에서 두 갈래 엷은 능선 중 잘못 골랐다. 주릉에 오르자 정상에서
200m 정도 벗어났다. 배낭 벗어놓고 다니러간다. 백운산 정상은 헬기장이다. 정상표지판은
대구의 김문암 씨가 만들어 나뭇가지에 매달아놓았다. 헬기장 가장자리에 있는 삼각점은 군
위 312, 2004 재설. 산행표지기는 20개. 그 수로는 명산 반열이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백운산 오를 때 킬문 님이 내게(나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를 준비했
다) 왼쪽의 저 뾰쪽한 봉우리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생각 없이 매봉산이라고 대답했다.
모르겠다고 할 것을. 이름 자 붙은 산이니 매봉산에 갔다 오자고 한다. 백운산에서 매봉산까
지 왕복 도상 2.6㎞다. 간다.
의외로 길이 좋다. 그래도 징검다리 건너듯 빙판 피해 마른 땅 골라 딛는다. 완만하게 길게 내
렸다가 한 피치 바짝 오르면 매봉산이다. 정상에는 조그마한 돌탑과 김문암 씨가 매달아놓은
표지판이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梅峰山’산이라 표기하였는데 어째 억지 한자
표기 같다. 물론 이 산 말고도 우리나라 남한에는 34개의 매봉산이 있는데 7개가 ‘梅峰山’이
다. 나는 7개 다 의심한다. ‘梅’는 ‘매(鷹)’라고.
백운산을 다시 오르고, 소란 님과 신학 님은 먼저 황학산으로 갔다. 북사면 눈길이다. 살금살
금 내린다. 선답의 발자국은 말갛게 얼었다. 그에 내 발자국 맞추지 않고 눈길 새로 낸다. 안
부. 지도에 없는 임도가 스친다. 임도는 황학산 오른쪽 산허리를 돌아 699m 직전 안부를 넘을
것이지만 우리는 못 본 채한다.
12. 멀리는 팔공산 비로봉
13. 유학산 산릉에서 조망
14. 채석장 뒤는 황학산
15. 유학산 전위봉
16. 유학산 정상에서 조망
17. 금오산 와불상
18. 유학산과 가산골프장
19. 천생산(△406m)
▶ 황학산(黃鶴山, 758m), 유학산(遊鶴山, △792.9m)
황학산은 3개 피치로 오른다. 세 번째 피치는 바윗길이다. 바위 오르고 내리고 잔재미 본다.
더구나 바위마다 경점이다. 황학산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망루로 있다. 출근한 감시원이
창 열고 어서 오시라 환대한다. 초소로 들어와서 잠시 쉴 겸 몸을 녹이고 가시라 한다. 등산화
벗기가 귀찮아서 사양한다. 따뜻한 커피를 내준다. 가슴 속 깊이 훈훈해진다. 커피의 온기 때
문만이 아니다.
황악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거침이 없다. 사방 일망무제다. 이따가 올려쳐야 할 유학산 남쪽
사면을 괜히 들여다보았다. 미리 겁낸다. 안녕히 계시라 감시원에게 소리 높여 인사하고 황학
산을 내린다. 임도가 지나는 안부에서 약간 오르면 699m봉이다. 699m봉 내리는 북쪽 사면은
촘촘한 등고선 그대로 1급 슬로프다.
지맥 마루금은 이 슬로프를 내리자마자 왼쪽 사면의 소로로 돌아야 했다. 그런데 한 발 삐끗
하여 길 좋다고 북동쪽 지능선인 △516.2m봉으로 내리쏟는다. 킬문 님만 지맥 길 마루금을
밟았다. △516.2m봉 가는 길은 방화선으로 났다. △516.2m봉 넘고도 그런다. 다부인터체인
지 근처로 떨어진다. 79번 도도 따라 듬티재를 향하다가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지
맥 님에게 전화 걸어 차 몰고 데리러 오라고 한다.
듬티재에서 킬문 님 태우고 팥재휴게소로 이동한다. 휴게소 난로 곁에서 능이칼국수 주문하
여 점심밥 먹는다. 나는 집에서 싸 온 내 도시락 꺼낸다. 이곳 팥재는 명소라고 자랑이 대단하
다. 6.25 때 다부동전투의 현장으로 피아간 아홉 번씩 뺏기고 마침내 뺏은 격전지라고 한다.
팥재의 팥은 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는 이치로 액운을 물리친다고 한다.
명소의 증명이라며 벽에 붙여놓았다.
1. 6.25. 때 대구 이남을 지켜낸 전승지다.
2. 이 고개 위 도봉사는 불공드린 신도 가족 중 고시에 합격한 사례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3. 금오산 와불상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자리다.
4. 앞 도로 석적 방향 도로 끝부분에 있는 로또복권 판매점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1등 6회
배출, 최근(9월) 2등 당첨
유학산은 주등로인 도봉사로 오르는 것이 수월하다. 팥재에서 유학산 정상까지 0.92㎞에 불
과하다. 그러나 물을 건너지 않는 지맥 길은 팥재 오기 전 ┣자 갈림길 가운데에서 뻗은 엷은
능선으로 유학산 정상까지 2.2㎞다. 그리로 간다. 'J3 클럽' 산행표지기가 안내한다. 오늘 산
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가시밭길이다. 배병만 씨가 종주하며 달아놓았다는 ‘호국산행
길’이란 표지기가 중의(重義)로 일리가 있다. 호국은 흔히 형극의 길이니.
명감덩굴, 산딸기나무, 산초나무, 두릅나무, 아까시나무 등등 온갖 가시나무는 다 모였다. 무
덤가에는 밤송이가 깔렸다. 소란 님이 선두로 길을 뚫는다. 오지산행의 영희언니만한 여성 준
족을 어디 가서 또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비로소 내 안목을 넓힌다. 지속적인 속도유지와 바윗
길에서 날렵함 등은 이들의 기본이다.
능선이 점점 일어선다. 암릉 사이를 교묘히 비집는다. 너덜지대 오르고부터 수직사면이다. 밑
은 절대 내려다보지 않기로 한다. 볼더링 한다. 홀더는 잡목이나 돌부리다. 오지산행의 기념
비적 무대뽀인 자굴산 북사면 오르던 일이 생각난다. 다 오르고 나면 허전할 것. 아무렴 지금
을 즐긴다. 저 바위 넘으면 어떤 길이 나올까? 궁금해진다.
주릉으로 머리 내미니 837m봉이다. 암반 끝으로 다가가 팔공산 비로봉 알현하고 유학산으로
향한다. 길은 뚜렷하다. 다부원에서 오는 길이다. 바윗길 오르락내리락 한다. 전망 좋은 곳 나
오면 기어이 올라 우리가 여태 온 길 살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너른 헬기장과 무인산불
감시시스템을 차례로 지나면 학이 논다는 유학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구미 25, 2003 재설. 유학정에도 오른다. 분음한 정상주로 창공 훨
훨 나는 학이 되는 기분이다. 서산대사가 내 할 말을 먼저 해버렸다. 萬國都城如垤蟻(만국의
도성들은 개미집 같고), 千家豪傑等醓鷄(천가의 호걸들은 하루살이 같네).
20. 천생산
21. 천생산
22. 오른쪽 능선이 돌고개로 내린다
23. 소란 님. 보기 드문 준족이다
▶ 천생산(天生山, △406m)
유학산 내리는 길은 대로다.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모두 팥재에서 도봉사 거쳐 오른 사람들
이다. 160m 내린 헬기장에서 도봉사는 0.64㎞. 직진하는 길도 대로인 임도다. 안부에서 임도
는 오른쪽으로 빠지고 우리는 산행표지기 따라 소로인 산길로 직진한다. 잠깐 올랐다가 줄기
차게 내린다. 그 반동으로 530m봉(천생산)을 넘는다. 530m봉도 천생산인데 그 대접이 영 소
홀하다. 한낱 산등성이다.
신동지 가는 길은 주의해야 한다. 530m봉(천생산) 다음에 나타나는 봉우리를 직등하면 북동
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이 확연하다. 530m봉을 직등하지 않고 왼쪽으로 우회하면 그대로 새
뜸 학서지(鶴棲池)로 빠지기 쉽다. 앞서 가던 신학 님이 그런다. 하기야 천생산(△406m)을 가
기로는 그편이 더 빠르다.
소나무 숲길이다. 오른쪽 유학산 아래는 9홀인 가산 CC. 한산하다. 석사지(石沙池) 내려다보
며 착실하게 능선 끄트머리로 내린다. 신동지는 사각지낚시터로 변했다. 길 건너 바깥말 능선
자락을 붙든다. 길은 있는 듯 없는 듯. 관계하랴. 막 간다. 표고 200m는 올려쳐야 한다. 가도
가도 울폐(鬱閉)한 소나무 숲이다. 가지 전혀 다듬지 않은 소나무 숲이라서 뚫고 나아가기 고
약하다.
아무리 더킹모션해도 목덜미로 솔잎이 쏟아져 들어와 온몸을 쿡쿡 찌른다. 주릉은 걷기 좋은
오솔길이다. 솔잎 낙엽이 밟기 알맞게 깔렸다. 286m봉을 길 따라 왼쪽 사면으로 돌아 넘고도
이슥하니 가서 ┼자 갈림길 안부다. 오른쪽이 가파른 동쪽 사면을 피해 빙 돌아가는 주등로
다. 그러나 직진한다. 인적이 희미하다. 가파른 사면을 한 피치 오르자 시누대 숲 우거진 너른
공터가 나온다.
우물, 뜰, 돌탑 등 폐허다. 기암이 병풍으로 둘렀다. 어디로 오를까? 이쪽저쪽 쑤셔본다. 오른
쪽 수북한 낙엽 들추며 암벽 사이 더듬는다. 유일한 길이다. 암문 옆 허물어진 성곽 넘는다.
통나무 계단 올라 평평하지만 정상까지는 300m. 금오산 와불상 빤히 보이는 정상으로 다가
간다. 황혼. 배광(背光)의 와불상을 향하여 공수한다.
자연성곽의 암벽이 모색(暮色)으로 빛난다. 암벽 주위에는 안전을 위한 아무런 철책도 설치하
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의 미관을 고려했음이리라. 해는 와불상 머리 뒤로 진다. 이때까지만
해도 돌고개에 미련을 두었다. 서둘러 북진한다. 오른쪽으로 쌍용사 가는 ┼자 갈림길 안부를
지난다. 암벽 끝까지 간다. 실은 오버한 것이다.
쌍용사 가는 안부에서 왼쪽으로 내렸더라면 사면 돌아 221m봉, 222m봉 넘고 한태재 지나 돌
고개로 줄달음할 수 있을 것을. 그만 지나치고 말았다. 나중에 안 일이다. 밧줄잡고 내리는 절
벽이 나온다. 정작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이곳이다. 장갑 벗는다. 스틱 던져 먼저 내리게
한다. 두 번째 밧줄 구간. 가파른 슬랩이다. 밧줄 잡으려 트래버스 하여 다가가기가 겁난다.
세 번째 밧줄 구간. 바위 포개 놓은 직벽이다. 손맛 느낄 겨를 없이 내린다. 헤드램프 켠다. 절
벽이 또 나타날까 잔뜩 경계하지만 등로는 소나무 숲길로 순하다. 안부 갈림길이 나오면 탈출
하자고 합의한다. 무덤이 반갑다. 성묫길 보탠다. 송전탑 나오고 임도로 이어진다. 머뭇거리
지 않고 곧장 내려가는 임도 따른다.
얕은 지계곡 건너고 도로다. 저만치 왼쪽의 검은 산릉이 우리가 놓친 돌고개로 가는 능선이
다. 아쉽다. 가로등 불빛 모여 있는 동네로 향한다. 공장 부지를 여러 블록 지나고 사거리. '구
미4단지 하수종말처리장 300m'라는 간판이 보인다. 돌고개에서 이제나 저네나 우리 내려오
기 기다리고 있을 지맥 님을 부른다.
24. 소란 님
25. 천생산성 길. 뒤는 신학 님
26. 천생산
27. 금오산 왼쪽에 있는 영암산(784m)
28. 해거름의 금오산
첫댓글 그냥날씨도 아니고 한파주의보속에 너무 고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매봉산뒤보이는 높은봉우리가 도덕산으로 보입니다.. 저희팀원들을 잘이끌어주심 고맙습니다.. 또다른 산정에서 뵙고요 항상 무탈한 산행이어가세요.. 산행기좀 가져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팔공기맥을 걸어가다가,가산바위 건너서 유학산자락을 보았었는데,어렴풋이 기억이납니다.자세한 산행기가 재미도 더해져서,즐겁게 잘 감상하고 갑니다,고생많이 하셨네요.
남자분이 신학님인가요? 마당쇠님이 아니고? 쩝~ 안부에서 꺽어졌어야 했네요. 지형을 이리도 모르니... 추운 날씨에 고생 하셨습니다.
네 신학님이십니다 워낙 동네주민들이 길을 많이 형성해서 어찌보면 당연한것같습니다 특히 밤에는 길찾기가 쉽지가 않죠..
산행기에 정성이 가득 묻어나네요. 잘 보았습니다.^^
담부터는 옆구리 봉우리는 무조건 몰겠다 하세여
엮여서 고생하셨습니다. 20 넘으면 이젠 사양 
ㅎㅎ 나이가 더할수록 엄살만 느시나봐요.저야말로 20안짝에서 놀아야될것같아요
난 옆구리봉은 전혀몰라요ㅎ 오랜경험의 노하우^^*
알겠슴돠. 옆구리 봉우리 땜시 녹아나요.ㅋㅋㅋ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참석하고 싶었지만 근무때문에 ..꼭한번 산행하고 싶네요..
대구까지 오셔서 수고 많이 하셧네요 자세한 산행기록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