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도를 거꾸로 보면 미래가 보인다.” 시원하게 뚫린, 무한에 가까운 자원을 품은 바다는 문자 그대로 ‘블루오션’임이 분명하다. 해상왕 장보고가 그랬듯 일찌감치 바다를 벗 삼아 해양시대를 개척해나간 이들이 있다. 수산어업을 비롯해 해운물류 항만 해양과학·관광·환경·안전 분야에서 새로운 자산을 창출해내는 바닷사람들이다. 내일신문은 연속기획 ‘바다에서 희망을 찾다’를 통해 해양자원을 캐내고 있는 ‘장보고의 후예’를 만난다.
전남 완도군이 해양산업을 육성시켜 ‘제2의 청해진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해양생물산업과 해양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해 1200년 전 장보고 대사가 건설했던 찬란한 청해진 역사를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완도군은 2004년부터 ‘해양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기획하고 연구역량과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장보고 정신은 그 근간. 해마다 장보고 축제를 열고 청해진 본영이 있던 장도 유적지를 발굴·개발하고 있다.
해상에 무역중심지 건설한
장보고 대사처럼 바다활용
완도군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다’다. 장보고 대사는 바다를 이용해 해상무역 중심지 청해진을 건설했다. 완도 주민들도 그동안 바다를 활용해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다.
바다산업은 이제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핵심 주도산업’으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미래 국가 해양전략 ‘오션 비전(Ocean Vision) 2016’을 수립, 현재 10위권인 해양력 수준을 세계 5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2016년까지 해양부분의 국민경제 기여도를 국내총생산(GDP) 10% 수준까지 높여 연간 부가가치 180조원, 신규 일자리 470만개를 만들 생각이다.
완도군은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예측하고 지난 2004년 ‘해양생물산업’ 육성에 눈길을 돌렸다. 해양생물산업 육성을 위해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연구소와 연구 인력 확충이 필수조건이었다. 완도군은 지난해 조선대학교와 공동으로 100억원을 투입해 해양생물산업 요람인 ‘해양생물연구센터’ 착공에 들어갔다. 조선대도 안정적인 연구인력을 제공하기 위해 내년에 해양과학과를 신설한다.
2007년 완공 예정인 해양생물연구센터에는 상주 연구인력 40명을 배치해 신 의약품과 신 물질, 유용한 에너지 자원 등을 개발한다. 여기서 개발한 신 기술과 신 물질은 해양바이오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는 벤처기업에 제공해 곧바로 상품화에 들어간다.
완도군은 이같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해양 바이오 창업지원센터’와 ‘노화방지종합연구소’ ‘해양생물자원뱅크’ 조성 등을 서두르고 있다. 전남도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에는 2015년까지 총 사업비 3000억원이 투입된다.
완도군은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생산유발효과 5300억원, 8100명 고용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되자마자 해조류에서 기능성 원료를 채취하는 등 관련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체가 생겨났다. 주식회사 해림바이오는 지난달 항암과 성인병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푸고이단’ 가공공장을 전국 최초로 완도군에 세웠다. 해림바이오는 미역 다시마 3000톤에서 연간 10톤에 달하는 푸코이단을 추출해 건강보조식품이나 음료 등으로 시판할 계획이다. 이정식 해림바이오 사장은 “푸코이단 건강보조식품이 시판되면 1000억원대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체류형 해양관광으로 승부
세계적 관광지로 도약한다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완도군은 국내 6대 도서지역 중 하나. 54개 유인도에 무인도 147개로 모두 201개 섬으로 구성돼 있다.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돼있어 명사십리 등 전국적으로 이름난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장보고 유적지와 윤선도 유적지 등이 관광유적자원도 풍부하다.
완도군은 지난 2004년 장보고 대사의 일대기를 담은 드라마 ‘해신’ 촬영으로 일약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해신 세트장은 광개토대왕 일대기를 담은 ‘태왕사신기’ 촬영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드라마 해신이 뜨면서 관광객 500만명이 올해 완도군을 방문했다. 지난 2002년 227만8000명이던 관광객이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완도군은 최근 드라마 세트장으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해신 세트장 이외에도 청산도에는 서편제와 ‘봄의 왈츠’ 세트장이 조성돼있다.
빈약한 숙박시설이 ‘체류형 해양관광 1번지’로 변신하려는 완도군 발목을 잡았다. 군은 숙박시설 현대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120억원 규모로 해양 펜션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주)KL하우징과 투자합의각서(MOA)를 교환했다. 명사십리 해수욕장 인근에 들어설 해양테마 펜션단지는 고급형 펜션 9동 72실(17~37평형), 방문객센터와 문화센터 각 1동, 해수사우나·찜질방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다. 군은 민박마을 조성과 한옥 민박사업도추진 중이다.
새로운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사업도 시작됐다. 전남도와 공동으로 진행중인 ‘건강의 섬’ 조성사업이다. 폐 염전을 활용한 건강체험공간 구성, 등산로 확충 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군은 체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해 1년에 한차례 무인도 체험행사와 ‘신나는 고기잡이 바다체험’ 행사를 1년에 다섯 차례 개최하고 있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완도군민 전체가 장보고 대사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무기로 새로운 해양산업 개척에 매진하고 있다”며 “서남해안의 작은 섬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관광·생물산업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