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의지의 갈림길-카오스이론
영화 쥬라기공원은 어느 호박광산에서 시작된다. 호박광산의 책임자는 주인공에게 물방울을 손등에 떨어뜨리면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즉 손등에 난 작은 솜털 미세한 바람 등이 물방울이 흘러가는 길을 결정하게 된다. 즉 매우미세한 차이가 커다란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가지론이다.
그러나 컴퓨터는 급속도로 발달하고 만약 이러한 미세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대입할수만 있다면 물방울이 어떠한 경로로 어디로 흘러갈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운명론이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인류의 모든 학문에서 항상 의지론과 운명론이 대립되어왔는데 운명론이 항상 승리하여왔다. 불교의 연기론이나 업 그리고 뉴우톤의 작용반작용의 법칙 등은 이세상이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운명이고 숙명임을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운명론이 아닌 의지론이 맞다고 주장하려고 수없이 노력해왔지만 이제까지 밝혀진 모든 과학이론들은 결국 운명론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기계론이란 운명론을 말한다. 원인이 있고 그 원인에 의하여 결과가 나오는 것. 처음 카오스 이론은 기상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의 기상상태를 아무리 정확하게 입력해도 내일의 일기예보가 자주 빗나가는데, 당시의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이 원인에 의하여 정확한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연계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컴퓨터의 발달로 인하여 인간은 고도의 복잡한 계산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1950년대 로랜츠는 기상학자였다. 그는 기상학자였으면서 동시에 컴퓨터에 미친 컴퓨터광이기도 했다. 그는 과거의 기상현상을 모두 컴퓨터에 입력하여 그것들을 그래프로 만들기로했다. 기상현상은 일년단위로 정확하게 똑같은 모양의 그래프를 그려내었는데 마치 8자를 옆으로 누인 무한대 기호 같은 것으로 나타났고 그 모양은 마치 나비와 같았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나비효과라고 불렀다. 즉 그래프는 거의 비슷하지만 아주 조금씩 다른 수없이 많은 나비곡선을 그려낸 것이다.
로랜츠는 그 불규칙적이고 아무런 법칙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카오스적인 세계에서 어떤 고도의 복잡한 규칙성을 찾아내었다. 그래서 엄청나게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입력해 준다면 내년의 특정한 날의 날씨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내일이나 모래의 날씨 뿐 아니라 내년의 날씨까지도 이미 정해져 있다면 이 세계는 우연이나 의지는 없는 분명 원인에 의해 기계적으로 결과가 도출되는 세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많은 반대증거들에 부딪힌다. 만약 태초의 빅뱅에 의하여 우주가 생성되었다면 동일한 원인에 의하였기 때문에 모든 행성은 현재 동일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지구상에 생명체가 단세포생명체로부터 출발했다면, 그 원인에 의해서만 결과가 도출된다면 현재 지구상에는 오직 하나의 종만이 살고 있어야만 한다. 현제 지구상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이 살고 있으며, 그 종들 중에서도 개체 하나마다 각기 개성을 지니고 있다. 만약, 이 세계가 동일한 원인에 대하여 동일한 결과를 산출하는 기계적인 세계라면 동일한 원인에 의하여 이토록 다른 다양성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제시하여주는 이러한 세계는 분명 획일화되고 엄격히 기계적으로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카오스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의지라고 생각하는 부분들까지도 하나의 패턴에 의해 움직이는 이미 도식화된 운명이라는 것이다. 일리야 프리고진은 그의 앤트로피 법칙과 반대되는 네겐드로피 이론에서 모든 존재들이 진화를 하고 있으며 나름의 생명활동인 의지를 지니고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의지가 실행되는 임계점이라는 것도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 '의지' 자체도 거대한 시각에서보면 원인에 의한 결과니 운명이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원인이 없는 결과가 있을까? 그것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 한 우리는 운명론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본인이 연구해 온 바에 의하면 인생이나 그 모든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운명일 수 밖에 없다. 나도 운명이 아니고 의지에 의하여 인간의 인생은 바뀐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해왔지만 결국 결론에 다다른 것은 운명론이었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진실이다. 운명이라는 것이 아무리 교묘하게 위장되고 아무리 정교하고 복잡하게 얽히어 있다해도 우주의 모든 존재는 그 그물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존재들인 것이다.
첫댓글 어떤 식으로든지 프로그램 된 인생
메트릭스의 세상...
글쎄요.. 운명이 원인에 의해 결과에 도달하는 것을 총칭한다면 분명히 우리 삶은 그런 모습을 띠고 있지요. 그러나 여백은 늘상 있습니다. 즉. 새로운 동기에 의해 원인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겠지요. 모든 존재는 큰 테두리안에 결정된 존재임은 분명하나 각기 개성을 가진 독특한 생명체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지구환경에 맞추어 변화를 모색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모습조차도 구태의연한 뉘앙스를 주는 운명이라는 단어로 엮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생명이 자신을 발현하고 진화내지 진보해가는 과정은 상당히 유기적이고 창조적이며 여백이 꽤 넓은 전혀 새로운 미지의 창조도 포함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