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9일~8월31일(금토일 1무1박3일)
선암사-장군봉-보리밥집-천자암(쌍향수)-송광사-버스환승이동-순천만 용산전망대-버스이동- 선암사
(07시10분 출발~ 21시 숙소 도착, 20여km)
걷고싶은 길에 대한 허증은 얼마나 더 늙어야 비로소 내 안에서 물러설까?
올해 안에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걷고싶어...
순천, 여수, 벌교, 꼬막, 지리산...
지명만으로도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건 아무래도 소설이 안겨준 그리움일게다.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은 나이 삼십에 들어설무렵의 나를 흔들어깨웠다.
둘째 아이 낳은 직후 직장생활과 육아에 전념하느라 어디론지 자꾸 숨어들 무렵
아파트 골목 서점에서 집어든 소설이 바로 태백산맥이었다.
3권까지 사들고 와 단숨에 읽어버리고는 10권 완간할 때까지 목매 기다렸던 기억이 새롭다.
지리산 세석평전, 토끼봉, 피앗골, 거림골... 그 무렵 마음은 지리산을 헤매었는데
정작 지리산 종주를 실천했던건 그로부터 20년도 훌쩍 넘은 50줄이 되어서였다.
그래서일까?
순천이란 지명은 늘 설레임으로 다가오곤 한다.
내 허기진 읊조림으로 여러 산악회 공지를 뒤적였다.
끝내 조계산 공지가 보이지않는데 마침 우리끼리 다녀오자는 연락이 왔다.
금요일 밤 10시 45분 여수행 무궁화호를 타고 밤새 우리는 순천을 향해 달렸다.
5시간만에 도착해 역 광장 한켠을 차지하고 버너에 불을 지폈다.
산행용 압력솥까지 준비해 온 고마운 손길... 누룽지탕이 구수하게 새벽을 가른다.
뜨겁게 빈 속을 채우고 6시10분 첫 차(1번 버스)를 타고 선암사로 향했다.
선암사 입구 민박집에 도착하자 인상좋은 젊은 쥔장이 우리를 맞이한다.
일부 무거운 짐을 맡기고 바로 선암사를 향해 출발이다. (7시10분)
민박집이 썰렁한걸 보니 이미 비수기에 접어든 것 같다.
정갈하고 단아한 민박집은 불편함도 있었지만 쥔장의 따뜻한 배려로 편안하게 묵고 왔다.
조계산 산행과 순천만 트레킹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니 방이 따뜻하다.
새벽녘은 춥기에 난방을 해 두었다는 쥔장의 세심한 배려가 고맙다.
새벽 산사는 언제 만나도 마음을 두드려준다.
선암사의 명물 아름다운 승선교가 먼저 우리를 맞이해준다.
이른 시간이어서 입장료도 면제되는 특혜를 누리며 우리만의 길을 만끽한다.
스님들의 새벽예불 시간이어서 경내는 더더욱 고요하다.
예불소리를 들으며 정갈하고 아름다운 선암사를 둘러본다.
▲선운사 해우소 앞 굽은 소나무(펌 사진)
선암사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장군봉(884m)
선암사에서 장군봉까지 오르는 길은 이렇다 할 조망은 없이 평범하게 이어졌다.
간간히 통나무계단이 이어졌지만 비교적 편안한 오름길이다.
정상석 인증샷을 열심히 찍던 운봉님 손가락에 잠자리가 그새 앉았다.
아.. 가을인가
장군봉에서 하산하는 길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그림 속으로 내가 들어간다.
오름길에선 볼 수 없었던 조망이 하산길에선 이어진다.
조계산 보리밥집
조계산의 또 하나의 명물은 보리밥집이다.
정상에서 보리밥집 방향으로 하산해 이른 점심을 먹는다.
수 없이 산중에 펼쳐진 나무데크엔 수백명이 앉아 먹을 수 있을 규모다.
백구 한마리와 고양이는 절친이다.
서로 얼마나 잘 노는지... 고양이는 귀찮은지 나무에 숨어있고 백구 시선은 고양이만 바라보고 있다.
송광사 3대 명물
1.쌍향수(雙香樹) : 고려시대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중국을 다녀오며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꽂았더니
뿌리를 내렸다고 하며 담당국사는 왕자였지만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고, 쌍향수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처럼 예를 갖춘 모습이다.
2.능견난사(能見難思) : 어느 순서로 포개어도 크기가 오묘하게 딱 들어맞는다는 바루 세트다.
3.비사리구시 : 쌀 7가마(4천명분)의 밥이 들어간다는 비사리구시가 있다.
쌍향수 뒷모습...
천자암에서 송광사로 향하는 길은 힐링의 숲길이었다.
간간히 노란망태기버섯이 눈길을 끄는 길은 좁고도 편안한 8부능선 흙길이다.
우리는 좋아~ 좋아~ 연신 되뇌이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줄줄이 길을 잇는다.
송광사가 가까워오니 대숲길이 펼쳐진다.
비사리구시
송광사 비사리구시는 1724년 보성군 봉갑사 인근마을의 느티나무(귀목)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국가 제사시에 대중을 위해 밥을 담아두는 것으로 쌀 7가마 4,000인분의 밥이 들어간다고 한다.
송광사 경내에 오죽이 보인다.
송광사 해우소도 눈길을 끈다.
해우소 주변에 해자를 둘러 운치를 더 하니 옛님들의 멋이 농익어나온다.
신발을 벗고 입장... ㅎ
조계산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압권이었다.
둘은 비슷한 듯 달랐고 쭉쭉 하늘을 치솟아오른 기백은 닮아 있었다.
이 편백나무숲에서 한번쯤 쏟아지는 별빛 아래 비박하고 싶다.
언젠가는...
순천만 일몰
송광사에서 버스를 타고 순천역까지 와 환승을 해 순천만으로 향했다.
예전엔 오후 땡볕에 들러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한데 오늘은 일몰아래 순천만을 보려고 한다.
흐린 날씨여서 일몰이 선명치는 않았지만 서둘러 간 덕분에 석양빛 순천만을 바라볼 수 있었다.
순천만까지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9시가 넘는 늦은 시간이었다.
간단하게 취사해 저녁을 먹고 비로소 몸을 뉘인다.
얼마나 숙면을 취했는지... 모두 같은 상황이다.
귀농부부집 방문
인연이란 시공을 넘나드는 바람줄기 같은거...
소설과 시로 등단한 문학소년소녀로 만난 이 부부가 사는 모습을 보며 귀농의 환상을 잠시 가져본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살림살이하며 단정하게 꾸며진 서재 안으로 들어오는 산풍경...
지리산병에 들어버린 남편은 이 곳에 와서야 지리산병이 나았다고 한다.
차로 1시간이면 지리산에 도착하니 허기증이 사라진걸까?
소담스럽게 차려진 밥상까지 받으며 이런저런 귀농이야기를 듣는다.
농사를 업으로 삼기보다는 가족들이 먹을만큼의 텃밭만 가꾸며 살고자 하는 부부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게다가 손수 써내려간 함석헌옹의 글과 농사지은 양파 10개 선물까지...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나올무렵이 되자 진돗개(진희) 비로소 얼굴을 내어주며 만지게 허락한다.
녀석도 갈 것을 알고 서운했던 것일까?
멀리 조계산 정상이 보인다.
산중쉼터
미군부대 무기창고로 쓰였음직한 돔이 산 위에 앉아있다.
귀농카페 카페지기라는 분의 비닐하우스 옆 쉼터다.
커피대접 받으며 이런저런 시골이야기... 음 좋다.
이번 여행의 백미로 기억될지 모를 시골집 방문은 3시 기차예약시간에 맞추어 막을 내렸다.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시니 쉽게 순천역으로 출발~
긴 여정은 끝을 맺고 좌석에 앉으니 졸음이 몰려든다.
얼마나 잤을까?
서편 하늘이 붉게 물든다.
좋은 인연들... 서울에 도착해 가벼운 저녁식사를 나누고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첫댓글 지금 너무 배고픈 상태라~~~~ 상차림이 맛나보입니다ㅎ^^
의미있는 여행을 하셨네요^^
잘보고 갑니다^^
그러실것이어요~ ㅎ
우리도 얼마나 맛나게 먹었던지 밥솥 거덜내고 왔답니다.
음식맛도 좋았지만 주인부부의 열린 마음에 순화되어 온 느낌이랍니다.
안개꽃님 흔적 감사드려요~^^
와 멋진 여정, 힐링의 시간이엇네요.
지리산 종주 꿈만 꾸고 있습니다.
즐 감상합니다.
예다미님 꼭 한번은 실현하셔야지요.
쉽지않은 길이지만 형언하기 어려운 지리산 풍경이 내 안에 꽂혔어요.
눈을 감으면 그 걸음걸음마다 벅찼던 느낌이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예다미님 비 오는 밤 행복하세요~^^
후박님 산행과 함께 한 여행 넘 행복하셨군요
산행을 좋아하는지라 그 행복했던 마음 저도 함께 느껴봅니다
6월에 네 번째 지리종주를 다녀왔는데도 또 다시 그리운 지리...
인연이 되면 산에서 만나요
무등산에도 함 오세요~~
해랑님 대단한 산꾼이시군요..ㅎ
무등산 어찌어찌 하다보니 30여산 남은 100대명산 중에 무등산이 끼어 있어요.
꼭 한번은 갈 계획이어요.
특히 무등산의 멋진 암릉들 꼭 보고 싶어요..
무등산 내음 품고 사시는 해랑님 반갑습니다~^^
정말멋진여행였겠어요
저도 선암사 송광사 다가봤지만 등산은 못해봤네요
꼭등산해보고싶은데 힘든코스가 아니였던가요?
넘넘 부러워요^^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넘좋아라해서 아리랑ᆞ태백산맥ᆞ한강 다읽었답니다
긴 댓글 썼는데 휙~ 다운되네요~ㅋ
천천히 시간을 넉넉히 할애해 걸으시면 왠만하면 다 오르실 수 있다고 판단되네요.
조정래님을 좋아하시는 먼로님 고맙습니다.
저도 소장하며 아들들에게 읽히고 싶은데 독서광이면서도 이런 소설엔 접근을 안 하네요.
아마 아들들도 좀 더 나이를 먹어야 하나봐요..ㅎ 좋은 날 되세요^^
잼있게 잘읽었어요
제가좋아하는 선암사 사진이 너무 멋지게 찍으셨어요
산행을 하며 사진을 많이 찍게 되는데요. (디카지만...)
집에 와서 옮기다보면 늘 미흡한 느낌이 들곤 한답니다.
산행 중 마주치는 야생화에게 마음이 가다보니 큰 관엽들을 놓게 되었고
인연처럼 다육이를 품게 되어 이렇게 향기로운날님과도 인연을 맺네요.
저는 처음 선암사를 갔고, 그래서 더욱 진한 느낌으로 다가왔답니다. 향기로운 시간들 보내세요~^^
좋은곳만 다녀오셨군요~예전에 산악회서 송광사~선암사넘어온적있어요,,,
힘들지않아 좋았던기억이나네요,,,선암사는 봄철에 가면 봄꽃들이 환상이지요,,
조경을 아주잘해놨어요,, 전담 조경사가 있나봐요,,스님얘기로,,잘봤어요,,
홍매화가 유명하다는건 알고 있는데 많이 아쉬웠답니다.
천자암 들러서 하산한건 참 잘한 것 같았습니다.
쌍향수 인터넷에서 자주 봐 왔던터라 꼭 보고싶었거든요.
불일암을 들러오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래저래 한번은 더 가야할 것 같아요.. 아이돌님 깊은잠 주무시는 편안한 밤 되세요~^^
송광사는 예전에 다달이 참배했던절이어서 두루두루 답사는 했습니다,,
불일암은 법정스님계셨을적에 갔는데 해외가신바람에 못뵙고 정갈한 부엌에서 누룽지만
훔쳐먹고왔지요 ㅎ 벌써 20년도 훌쩍넘은얘기네요...
@아이돌 아이돌님 많이 부럽네요~ㅎ
서울에서 가기에 만만치않은 거리라 산이 좋아 산을 찾지만 거리 문제로 남쪽 산 갈 곳이 많아요.
월출산, 미륵산, 내연산, 천관산, 팔공산, 성인봉, 홍도 깃대봉, 가거도 독실산, 가야산, 비슬산....
가 본 산이 순식간에 이렇게 떠오르는걸 보니 가긴 많이 갔네요..ㅎ
경주남산... 가까운 시일내 가 보려는 꿈을 갖습니다.
다시 오지않은 선물같은 오늘... 행복하세요^^
산행을 좋아하는 저도 많이 부럽네요. 산을 좋아하긴 하지만 가 본 곳은 많지 않고 근교산만 다니다보니
어떨때는 먼 곳에 긴 산행을 하고 싶을때가 있어요.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다녀오신 분은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현맘님도 산을 좋아하시는군요.. 반갑습니다~^^
근교산행만 하다가 원정산행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는건 순서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북한산만 해도 100여회, 도봉산도 그렇구요.
홀로 혹은 여럿이 또 산악회를 통해 근교산행 참 많이도 했답니다.
우현맘님 산행을 통해 늘 행복한 마음 축적하시고 안전한 산행 이어가세요~^^
저도 우연히 손에 잡았던 태백산맥에 빠져 10권을 몽땅사서 읽고 선암사를 찾아갔던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겨울이라 산사를 찾는이도 없었는데 한적한 길을따라 친구랑같이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던 그길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다시한번 가봐야지 벼르고만 있지요 멋지시네요 글도 잘쓰시고요
잠시나마 그때 그시간으로 되돌아가 있었습니다 ~~^^*
김보언님 반갑습니다~^^
색깔이 비슷한 분 같으세요
저는 벼르고 벼르고나서야
겨우 이번에 발걸음 했네요.
기대감을 저버리지않고 좋았답니다.
친구들과 오손도손 다시한번 다녀오시구요.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