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혈압이 병원에서 재는 혈압수치보다 중요한 이유
혈압 측정법은 세 가지가 있다. 병원 진료실에서 측정하는 ‘진료실혈압’과 집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가정혈압’, 24시간 동안 혈압을 측정하는 ‘활동혈압’이다. 이 중 가정혈압이 가장 편리하고 경제적이면서 혈압수치 또한 진료실혈압보다 정확하다. 진료실혈압은 측정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혈압이 실제 수치와 다르게 측정될 수 있으며, 활동혈압은 시간별 혈압 변화를 알 수 있지만 24시간 동안 측정 장치를 착용하는 불편함이 있다. 혈압은 처해진 상황이나 장소, 때에 따라 일시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 혈압수치가 잴 때마다 다르게 측정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상태에서 잴 수 있는 가정혈압이 자신의 혈압수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영국·일본·대만, 가정혈압 적극 반영
그래서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가정혈압 수치를 중요시 여기면서 고혈압 진단에 가정혈압 수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2011년 가정혈압 측정이 혈압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다양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고혈압 진단 가이드라인에 진료실혈압과 24시간 활동혈압 혹은 최소 4~7일 동안의 가정혈압 측정 결과가 필요하다는 항목을 추가했다.
특히 백의고혈압(흰 가운을 입은 의사를 보면 긴장하여 혈압이 높아지는 상태) 환자는 고혈압 치료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료실 혈압뿐만 아니라 가정혈압 측정도 함께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014년에 발표된 일본 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진료실혈압과 가정혈압에 차이가 있을 경우, 가정혈압 측정 결과를 기반으로 한 진단을 더 우선으로 한다”고 밝혔다. 대만 고혈압학회도 2015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정혈압이 진료실혈압보다 심혈관 사전 예측력이 강하며, 고혈압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명시했다.
국내에서도 가정혈압 측정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에서는 각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가정혈압 측정법을 쉽고 편리하게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 자료를 개발해 배포에 나섰다. 대한고혈압학회 김철호 이사장은 “가정혈압은 혈압 변화를 직접 확인하여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며, 약물 치료가 증상 개선에 효과적인지 확인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가정혈압, 하루 두 번 재야… 아침 혈압은 기상 후 1시간 이내
정확한 가정혈압 측정의 핵심은 ‘동일한 혈압계로 하루 두 번, 올바른 방법과 자세로 측정하는 것’이다. 정확한 혈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침 2회, 저녁 2회씩 측정해야 한다. 아침 혈압은 기상 후 1시간 이내, 아침식사와 약물 복용 전에 화장실을 다녀온 뒤 5분간 휴식 후에 측정한다.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화장실에 다녀온 후 측정한다. 측정 전 30분 이내에는 흡연 및 카페인 섭취를 금한다.
혈압 측정을 위해서는 검증된 전자 혈압계와 혈압 기록 수첩을 준비해야 한다. 편안하고 조용한 장소에서 등을 기대 5분 동안 앉아 안정을 취하며 측정을 준비한다. 의자에 앉을 때는 등받이 의자를 사용하고 양발이 바닥에 닿아야 하며, 바닥에 앉을 때는 벽에 기대어 앉는다. 다리는 꼬지 않는다.
커프는 되도록 맨팔에 감고 팔꿈치는 테이블에 닿아야
커프(압박대)의 위치는 심장의 높이와 같아야 하며(팔꿈치 안쪽에서 2~3cm 위), 손가락 1~2개 정도가 들어갈 수 있도록 여유를 준다. 커프는 되도록 맨팔이나 얇은 옷 위에 감는 것이 좋다. 손바닥은 위로 향하고, 팔꿈치는 테이블 바닥에 대고 긴장을 풀어준다. 측정 버튼을 누른 후에는 측정이 완료되기 전까지 움직이거나 말하지 않는다. 혈압이 잘못 측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을 기대지 않으면 5~10mmHg, 다리를 꼬면 2~8mmHg, 커프와 심장의 높이가 다른 10~40mmHg까지 높게 측정된다.
측정 중 말을 하는 경우에도 혈압이 10~15mmHg 높게 측정될 수 있다. 측정 완료 후 날짜, 시간, 수축기 혈압, 확장기 혈압, 맥박수를 혈압수첩에 적고 동일한 방법으로 한 번 더 측정하고 기록한다. 가정혈압 측정 시 고혈압 진단 기준은 수축기 혈압 135mmHg, 이완기 혈압 85mmHg로 일반적인 고혈압 진단 기준인 140mmHg, 90mmHg보다 엄격하다.
1. 아침, 저녁 2회씩 측정한다
- 아침에는 기상 후 2회, 저녁에는 취침 전 2회
- 화장실 다녀온 후 5분간 휴식 후 측정
- 약물 복용 전, 식사 전 측정
- 측정 전 30분 이내 흡연 및 카페인 섭취 금지
2. 커프를 올바르게 착용 후 팔의 긴장을 뺀다
- 맨살 또는 얇은 옷 위에 착용
- 손가락 1~2개 들어갈 정도의 여유
- 커프의 위치는 위팔, 심장과 같은 높이에
3.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측정한다
- 의자에 앉는 경우
- 양발이 바닥에 닿는 높이의 등받이 의자에 앉아
팔꿈치 높이의 테이블 사용
- 바닥에 앉는 경우
- 벽에 기대어 앉아 팔꿈치 높이의 탁자 사용
- 측정 중 움직임과 말은 자제
4. 측정 후 혈압수첩에 기록한다
- 날짜, 시간, 수축기, 확장기, 맥박
- 2분 후 동일한 방법으로 한 번 더 측정
/ 이보람 헬스조선 기자
사진 셔터스톡
도움말 김철호(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대한고혈압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