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절 구원받는 아힝사카
1 이때의 일이다. 사위성에 한 박식한 바라문이 있어,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고, 또 오백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의 우두머리 제자는 아힝사카라는 사람으로서, 체력이 굳세고 지혜가 뛰어나며, 성질이 순박할 뿐 아니라, 얼굴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느 날, 그 스승의 아내는 남편이 집을 나간 틈을 타서, 일찍부터 연모해오던 아힝사카 곁에 가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하소해 불의의 즐거움을 맛보러 했다. 아힝사카는 놀랍고 두려워 끓어앉아 말했다.
"스승이 아버지와 같다면, 그 부인은 어머님이십니다. 도가 아닌 것은 마음의 고통일 뿐입니다."
"굶주린 자에게 밥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는 것이 어째서 도가 아닐까?"
"스승이 중하게 여기는 부인과 간통하는 것은, 독사를 몸에 감고, 독약을 마시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힝사카의 단호하고도 격렬한 이 말에, 부인은 할 수 없이 제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모욕을 당한 원한을 풀 길이 없어, 흰 옷을 찢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침대에 쓰러진 채,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당신이 늘 칭찬하시던 저 어진 제자에게 무서운 욕을 당했습니다."
부인은 거짓 울음으로 남편에게 호소했다. 스승은 이 말을 듣자 질투의 불길이 가슴에 치밀었다. 그러나 아힝사카는 힘이 세었다. '차라리 다른 계획으로 사람을 죽이게 해서, 살아서는 형벌을 받고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게 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힝사카를 불러
"그대의 지혜는 이제 극치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만 마지막으로 해야할 일이 한 가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아힝사카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스승은 엄숙한 얼굴로
"칼을 들고 네거리에 서서, 하루 백 명의 사람을 죽여라. 그래서 한 사람에게서 손가락 한 개씩 잘라, 백 손가락을 엮어 목걸이를 만들어라. 그래야만 진정한 도가 갖추어질 것이다."
라고 명령한 뒤, 한 자루 칼을 내주었다.
2 아힝사카는 칼을 받아 들자, 먼저 놀랍고 두려워 깊은 근심에 잠겼다. '스승의 명령을 복종하면 의리를 잃게 될 것이요, 스승의 명령을 어기면 좋은 제자가 될 수 없다. 깨끗한 행실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남에게 착하며, 그릇됨을 버려 바름으로 나아가고, 마음은 부드럽고 정이 깊은 것이 바라문의 법이라고 듣고 있는데, 어쩌면 스승님은 이처럼 잔인한 가르침을 내게 내리시는가?' 스승의 앞에서 물러나온 그는, 이제 면할 수 없는 모순에 끼어, 죽을 것같이 몸부림치며 고민했다. 그러나 그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네거리로 나선 때에는, 마음의 안정을 잃자 동시에, 고민은 큰 분노로 변했다. 눈의 핏발은 불꽃처럼 빛나고, 머리털은 거꾸로 서며 숨결은 격렬해졌다. 칼을 빼어 들고 길가는 사람을 핏줄기와 함께 쳐눕히는 꼴은 마치 악한 귀신 나찰 같았다. 내왕이 번잡한 네거리에는, 어느새 송장이 산더미같이 쌓이고, 온 거리에는 아우성과 분노와 두려움이 들끓었다. 그 중에는 어느 새 왕궁에 달려가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엮어 목걸이를 만들어 차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들 지만指蔓이라 불렀다.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걸식을 나왔다가 이 소문을 듣고, 기원정사로 돌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비구들이여, 나는 지금 가서 그를 구원하리라."
부처님은 곧, 그곳으로 향하였다. 도중에서 말먹이 풀을 수레에 싣고 오던 사내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이 길로 가셔서는 안 됩니다. 무서운 살인자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온 세상이 내게 칼을 들고 와도 두려울 것 없거늘, 하물며 한 사람의 도둑쯤이야."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고 태연하게 걸어가셨다. 한편, 아힝사카의 어머니는 그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못해, 밥을 싸가지고 마중을 나갔다. 아힝사카는 그때, 사람 아흔아홉 명을 죽이고, 아흔아홉 개의 손가락을 엮어 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있으면서, 마지막 한 사람을 찾아 텅 빈 거리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마침 그 어머니가 오는 것을 보자, 달려들었다. 그때 부처님은 조용히 그 앞을 막아섰다. 그는 좋아라 하고 칼을 휘두르며 부처님에게 뛰어들려 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의 힘은 빠져 한 발도 내딛지 못했다. 그는 문득 외쳤다.
"사문아 거기 있거라!"
"나는 처음부터 여기 있다. 돌아치는 것은 네가 아니냐?"
"도대체 이것은 웬일일까?"
아힝사카는 꿍얼댔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너는 어리석기 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해치고 있지만, 나는 끝없는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거리에 있어도 마음은 고요하다. 나는 이제 너를 불쌍히 여겨 여기에 왔다."
그 말소리는 시원한 물과 같아서, 아힝사카의 불붙은 가슴에 뿌려졌다. 그는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신이 돌아와, 칼을 던지고 땅바닥에 엎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원컨대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해 주소서. 저는 손가락을 모아 도를 얻으려고 했습니다. 부디 저를 구제하셔서 제자로 삼아 주소서."
이렇게 해서, 아힝사카는 부처님을 따라 기원정산로 돌아와, 다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곧 도를 얻어, 길이 나고 죽는 속박에서 벗어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