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 갤러리 개관 기획전 '50대 작가 28명이 모인다' 5028, 사람 그리고 景 2007년 9월 3일 ~ 9월 28일 illum Gallery |
참여작가 : 강용석 구본창 권태균 김광수 김녕만 김대수 김석종 김아타 김장섭 김정수 김태균 민병헌 배병우 손영자 오상조 우종일 이갑철 이상일 이순심 이주용 임양환 전흥수 정창기 정혜진 최광호 최병관 탁인아 하봉호 |
아마, 이 전시회 타이틀을 관심 있게 보시는 분들은 조금은 의아해 하실 줄 믿습니다. ‘사람 그리고 景’ 은 짐작이 가지만‘5028’은 또 뭔가? 제가 답하겠습니다. 50대 사진가 28명이 모여서 하는 전시회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28이란 숫자는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이 이 전시회에 참가 동의를 한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과문한 탓에, 몰라서 미처 연락을 못 드린 분들도 계시고, 이런 저런 개인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한 분들도 계십니다. 그 분들에게는 송구하고 안타깝습니다.
이런 질문도 있을 수 있습니다. 왜 하필 50대 전이냐? 이것 역시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지나간 겨울부터 몇몇 50대 사진가들이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나눈 이야기가 현실화 되었을 뿐입니다. 50대란 나이가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숫자가 시간의 퇴적을 계수화 한 것이기에,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습니다. 50대 인생을 한편의 소설로 비유하면, 이미 절반을 읽은 셈이고, 남은 절반은 안 읽어도 그 결말이 예측되는 부분이 많기도 합니다. 인생을 진지하게 반추해야 할 시기도 된 것 같습니다. 인생을 비추는 태양이 일몰(日沒)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입니다.
|
|
구본창 / 함부르크 국립조형미술대학 / Vessel(국제 갤러리) 외 다수 현 사진가 |
소설가 김훈의 초기 기행산문집 「풍경과 상처」의 서문을 보면 얼마나 나이를 의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문장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 내 초로(初老)의 가을에, 상처라는 말은 남세스럽다. 그것을 모르지 않거니와.....
그 때가 46살 때입니다. 40대 후반은 상처라는 말을 입에 담기도 쑥스럽고 부끄럽다는 전언에 한동안 멍했습니다. 그래서 구입해서 읽은 것이 철학자 황필호의 수상록 「나도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같은 책이었고, ‘다만 나이를 먹을 뿐 늙지는 말라’같은 문장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 보았습니다. 얼마 전, 배병우님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이 분은 필자보다 세 살이 윗길이니 58 살입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60 살도 안 되신 분이‘나이 60이면’을 후렴처럼 자주 쓰시는 거였습니다. 마음속, 세월을 강하게 의식하고 계시는구나. 라고 생각했지요. 나이를 먹으면 너그러워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어디 험 없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말투였지요. 살고 있는 집, 작품, 책들도 본인 것이 아니라는 말에, 50대라는 나이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애증이 수시로 교차하는 가을 같은 계절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산했지요.
|
|
우종일 / portland college / nude & nudity(박영덕 화랑) 외 다수 현 : 스튜디오 운영 |
이러한 생각을 필자만이 가지고 있었다면, 동료 사진가들에게 전시회 참여를 권면한 제가 부끄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것은 이분들과 동시대를 호흡하고, 어깨를 걸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함께 갈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게 이 전시회의 으뜸가는 덕목이고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슨 기획이 그러느냐고 힐난해도 할 수 없습니다. 애초부터 무슨 광나는 전시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진보다도 이들과 나눌 차 한 잔과 대화가 그리웠기에 찻상을 차린 것입니다.
중늙은이의 허튼 소리가 마음에 안 드실 분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끼리의 대화중에, 스스로의 위치 몇 가지를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
|
최광호 / 오사카 예술대학 및 뉴욕 대학교 대학원
선물(인사아트센터) 외 다수 / 현 사진가 |
50대는 대학의 정규과정으로 사진을 배운 첫 세대 먼저 전후 1 세대라고 규정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50대 후반은 6.25라는 전쟁 중에, 필자 같은 중반은 종전과 더불어, 전반은 전후 복구에 힘쓰며 안정을 찾아가는 시절에 태어났지요. 남루함을 벗 삼고, 미국의 구호물자에 생활을 의지했던 세대들입니다. 옥수수 빵으로 점심 끼니를 때우고, 건조 된 각 우유를 배급받기 위해 마을 성당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기억은 호출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흑백 TV 앞에 모여 김일의 박치기를 보는 날이면, 가난 따위는 한 방에 날려 보낼 수 있었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또래는 영상 1 세대들이기도 합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영상을 익히면서 성장한 세대들이기 때문입니다.
|
|
김아타 / 창원대학 / ON-AIR(ICP) 외 다수 현 사진가 |
50대의, 이전 사진가들과 변별점은 대학의 정규과정을 통해서 사진을 배운 첫 세대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에도 여러 교육기관을 통해서 교육되어 왔지만, 대학과정은 처음이었습니다. 이것이 디딤돌이 되어, 1970년대 하반기부터 유학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1978년 이후는 미국에서 뉴웨이브 운동이 막 시작할 무렵이었지요. 이즈음에 지금의 50대는 가슴에 꿈을 담고, 미국과 유럽,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것입니다. 그리고 80년대 후반 귀환하여 그동안에 배운 사진 보자기를 풀었습니다. 첫 열매가 88년 워커힐 미술관에서 열린 「사진·새 視座」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문 번역이「The new wave of the photography」이지요. 세계의 새로운 흐름이 한국으로 그대로 밀려 온 것 같았습니다. 생경하고 당혹스러웠지만, 그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세계의 중심 사진과 신세대 사진의 프로토콜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동안의 한국 사진과 일정한 선을 긋게 된 것입니다. 공모전 중심의 살롱 사진과 1950년대 「인간 가족」전 이후 사실주의 사진으로 부터 벗어 날 수 있었습니다.
|
|
이갑철 / 신구대학교 / 충돌과 반동(금호 미술관) 외 다수 현 사진가 |
사진은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사실을 찍는 것 뿐 아니라 만들기도 했고, 서로 다른 매체를 뒤섞기도 한 것이지요. 그들이 50대입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고 참여 사진가 모두 사진계의 중추적 사진가로 자리매김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당시의 사진가 대부분이 다시 모였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1991년 「11월 한국 사진의 수평전」으로 이어져, 사진과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50여명의 젊은 아티스들이 잠자던 한국 사진을 흔들어 깨웠지요. 이 전시를 기획했던 사진가들 또한 중진 사진가로서 「5028, 사람 그리고 景」에 참여한 것은 뜻 깊은 일입니다.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전시회가 93년도에 개최된 「관점(Intervention)과 중재(Observation)」입니다. 스트레이트 포토를 지향하던 사진가들이 「11월 한국 사진의 수평전」에 이의를 제기한 전시회이지요. 한정식 선생님은 ‘스트레이트 포토그라피 전망’이라는 글을 통해 소위‘만드는 사진’이 새로운 사진이라는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고 스트레이트 포토그라피의 가치와 당위성을 피력하셨습니다. 이번에 당시의 젊은 사진가들이 반백이 되어서 참여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약 20년 만에 서로 다른 지향점을 보여준 사진가들이 만나서, 지나간 세월을 총괄하고, 변증법적 융합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들이 묵직한 감동을 자아내는 것입니다.
|
|
오상조 / 중앙대학교 사진과 및 대학원 / 청학동 사람들(송원 갤러리) 현 광주대학교 교수 |
50대는 또한 해외시장을 개척한 첫 세대 50대는 해외 시장을 개척한 첫 세대들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1급의 미술관, 화랑에 작품이 걸리고, 유명 아트 페어에서 사진이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경매 시장에서 고가로 낙찰 되었다는 것이 문화란 핫뉴스가 됩니다. 예술품 수집가들이 이들의 사진을 소장품 목록에 올리기 시작했지요. 주요 화랑에서 전시를 위한 러브 콜이 쇄도합니다.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 시장 개척의 일등 공신은 50대 사진가들입니다.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싸들고 이 나라, 저 나라의 화랑들의 강고한 벽을 두드려서 얻어 낸 값진 성과입니다. 그래서 현대 한국 사진에서 큰 자긍심을 가져도 남세스럽지 않은 세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명세를 타고, 돈 많이 벌고, 존경받는 세대가 50대 사진가 중에 많다는 사실이 필자를 또한 덩달아 기분 좋게 만듭니다. 이제 다음 세대가 이 작은 성취를 이어 갔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50대와 같은 가시밭길을 걷지 않았으면 합니다. 없는 길도 걷다보면 길이 열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50대가 조금 길을 냈습니다. 이제 후배들이 더 넓은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왜 세 가지만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쯤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
|
김녕만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및 신문방송대학원 격동 20년(일본 히가시가와 문화예술관) 외 다수 현 월간사진예술 대표 |
다만, 글을 끝내기 전에 인생의 후반부를 즐겁기 보내기 위한 조건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이지만 꼭 제게 하는 소리 같아서, 공감이 가서 옮겨보았습니다. 50대 이후에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첫째 건강, 둘째 남에게 궁색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물질, 셋째 항상 만날 수 있는 친구, 넷째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등입니다.
우리는 몇 가지나 가지고 살고 있는지요. 모든 것에서 조금씩 부족하게 살아도 이 전시회를 통해서 ‘항상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봅니다. 그것이 어떤 의미보다도 절실하다는 것이 단순히 나이 때문이겠습니까? 우리들 살림살이가 그런 것이지요. 참여를 흔쾌히 승낙해준 동료 사진가분들의 속 깊은 우정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전시 기획 : 최건수 (사진평론가)●
|
|
이상일 / 경북산업대학교 및 부산대학교 대학원 / 메멘토 모리(영광 갤러리) 외 다수 현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교수 |
|
권태균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과 및 대학원 / 움직이다(환경재단) 외 다수 현 사진가(왼쪽)
하봉호 / 오사카예술대학 및 동경 일본대학 한국현대사진의 흐름(국립현대미술관) 외 다수 현 스튜디오 운영(오른쪽) |
|
정혜진/ 이화여자 대학 및 베르사이유 보자르/ 갤러리 아트사이드 개인전 외 다수 현 홍대 및 한양대 출강(왼쪽)
김태균 / Blue in Blue(갤러리 잔다리) 외 다수 현 사진가(오른쪽) |
|
이순심/ 홍익대학교 산미대학원 / SPACE Ⅱ(니콘 살롱) 외 다수 현 갤러리 나우 대표 |
|
최병관 /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및 파리 8대학 조형예술대학원 Plants(갤러리 온) 외 다수 현 상명대학교 교수(왼쪽) 전흥수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일본 TAMA 미술대학원 산과 산( 갤러리 아트앤드림) 현 신구대학 교수(오른쪽) |
|
임양환 / 중앙대학교 및 일본 국립자바대학원 빛과 물감이 풀어낸 풍경(갤러리 온) 외 다수 현 상명대학교 교수 |
|
김장섭 / 홍익대학교 / 풍경으로부터-서울 STUDY 1(한기숙 갤러리) 외 다수 현 한성대학교 교수 |
|
손영자 / 중앙대학교 사진과 및 상명대학교 대학원 다가섬의 미학(프레스 센터) 외 다수 현 한국여성사진가협회 회장 |
|
이주용 / Brooks 사진대학 및 대학원 / Art & play(예술의 전당) 외 다수 현 한국종합예술대학 교수 |
|
정창기 / TOKYO VISUAL ARTS The poppy- 그 진홍빛 끌림(갤러리 와) 외 다수 현 사진가 |
|
김석종 연세대학교 및 Southern illinois state University meditation(토포하우스) 현 갤러리 NaRu 대표 |
|
탁인아 / 상명대학교 예술대학 미완의 공간(토포하우스) 외 다수 현 사진가 |
|
김대수 / 홍익대학교 및 Pratt institute 하늘, 명상(와이트 월 갤러리) 외 다수 현 홍익대학교 교수 |
|
김정수 / 오사카예술대학 및 대구 예술대학원 기억의 단편(타임 스페이스) 외 다수 현 대구예술대학교 교수 |
|
강용석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및 Ohio 대학원 동두천과 매향리(SK 포토 갤러리) 외 다수 현 백제예술대학 교수 |
|
배병우 / 홍익대학교 및 대학원 갤러리 오즈(파리) 외 다수 현 서울예술대학 교수 |
|
민병헌 / 홍익대학교 Snow Land(카이스 갤러리) 외 다수 현 사진가 |
|
김광수 / 신구대학 사진과 my clouds(금호미술관) 외 다수
현 사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