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건설사들의 새 먹거리로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이 떠오르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아껴서 좋고,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민간투자 확대를 통해 경기 하방에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민간투자 때문에 하수처리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는 한계점으로 꼽힌다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은 공원으로 조성되는 대전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 조감도. (자료=한화 건설부문)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375500)는 지난 5일 경기 의정부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 민간투자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노후화된 3개의 하수처리시설을 최신 고도처리기술을 적용해 하나의 시설로 현대화·집약화·지하화하는 사업으로 전체 공사비는 2400억원 수준이다.
이보다 앞서 한화(000880) 건설부문은 지난 1월 총 사업비 7200억원 규모의 ‘대전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을 따냈다. 해당 사업은 이 국내 최대 규모의 하수처리장 민간투자사업이자 최초의 하수처리장 이전사업으로 기록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에는 사업비 2112억원 규모의 ‘평택시 통복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 지난 2019년에는 2122억원 규모의 ‘천안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사업’을 수주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금호건설(002990)도 지난해 10월, 4000억원 규모의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해당 사업은 오는 28일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7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영건설(009410)은 지난해 6월, 2900억원 규모의 ‘춘천 하수처리시설 이전·현대화사업’을 수주했다. 그 전년에는 방글라데시 남동부 차토그람 지역의 하수처리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이처럼 건설사들이 잇따라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민간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들어맞기 때문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하수처리 사업이 하락세에 접어든 주택시장의 일정 부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자체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업을 자체 예산으로 충당할 수 없는 형국이다. 실제 의정부 사례를 보면 시가 신규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가용재원은 268억원에 불과한데 사업비는 2400억원이나 필요해 민간투자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대전시는 “일시에 8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재정사업을 추진할 수 없어 민간이 처리장을 건설해 시에 기부하고 일정 기간 시에서 비용을 상환하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라며 현실론을 언급했다.
중앙정부도 이러한 민간투자로 경기 침체기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우선 도로, 철도, 하수처리장 등 기존 사업 유형에서 13조원 규모의 민자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러한 공공시설의 민간투자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실제 경기도 안성 하수처리장은 지난 2014년 민간투자 방식으로 지었는데 운영 첫해 1t(톤)당 220원 하던 하수도 요금이 4년 만에 1040원으로 5배 가까이 급증하기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