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새 삶을 위해 지은 1억원대 단층집 본문
Vol. / 전원속의 내집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 편리한 환경을 뒤로한 채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일상들. 고민 끝에 내린 도전이었지만 결론은 행복한, 도시 아닌 삶의 대안을 시골행으로 이룬 세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아내와 텃밭을 가꾸며 전원을 즐기는 것이 이제는 직업이라 할 만큼 익숙하고 좋아진 시골 생활. 고민한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부부는 매일 행복한 일상을 누린다. 반려견 낭낭이와 함께.
대지에서 바라본 마을은 스위스 그린델발트의 풍경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따라서 모든 거주 공간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길 원한 부부의 바람대로 집을 배치하고,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밀양 얼음골의 동네임을 고려해 더욱 단열에 만전을 기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가서 멋진 풍광을 바라보며 살고 싶어요.”
정년퇴직을 앞둔 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지만, 사실 이를 현실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막상 도전하려 하면 준비해야 할 것도, 포기해야 할 것도 많은 것이 시골에서의 생활이기 때문이다. 한봉환, 박영미 씨 부부 또한 도심에서 상가주택을 지어 살다 연고도 없는 이곳에 들어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연히 근처에 왔다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동네다운 멋진 산세 풍경에 심취해버렸고, 마침 남편이 은퇴도 앞두고 있던 터라 여기에 집 짓고 새 삶을 시작하면 좋겠단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곤 덜컥 땅부터 샀죠.”
천생 도시인인 부모님이 그곳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던 자녀들은 이주 자체를 반대하며 말려보기도 했지만, 부부의 완강한 결심을 꺾을 순 없었다. 이후 시골행을 위한 두 사람의 본격적인 채비가 시작되었다. 먼저 감각적인 아내가 나서 집을 함께 그려줄 설계자로 ‘밈스페이스’를 택했다.
“VR을 통해 시뮬레이션 된 가상의 공간을 직접 걷고 앉는 등 실제 집에 들어온 듯한 공간감을 느껴볼 수 있게 해준 점이 인상 깊었어요. 서로 소통하며 내외부 마감재 및 조명과 가구 배치까지 설계 단계에서 모든 제품을 확정한 덕분에 시공과정에서의 이견이나 추가 비용 없이 완공할 수 있었고요.”
현관 쪽 모습. 중문에는 그린 컬러를 더해 포인트를 주었다.
하나의 단층 건물이지만, 2개의 매스를 붙이고 외장의 색을 분리하여 규모에 비해 다양하고 커 보이는 느낌이다. 집은 ‘ㄱ’자로 배치하고, 그 중간에는 주방과 바로 연결되는 야외 데크를 두어 동선의 낭비를 줄였다.
집 앞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
거실, 주방, 방, 다락 등 주요 실을 모두 전면에 놓아 멋진 경관을 차경(借景)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전면의 풍광을 담고 싶다는 부부의 요청과 연령대를 고려하여 집은 ‘ㄱ’자 형의 단층집으로 계획되었다. 관리의 편의를 위해 면적은 30평 미만으로 정하고, 불필요한 공간 없이 실용성에 중점을 두어 가족이 모두 모이더라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게 배려했다.
특히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구와 그릇, 조명이 새집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내부는 안과 밖이 그저 배경이 될 수 있게 모던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돈했다. 높은 천장고와 화이트 컬러의 마감은 공간의 확장성을 더하고, 어두운 톤의 바닥재는 집 안 분위기를 차분하게 잡아준다.
대지는 이미 토목공사가 다 되어있는 상태라 시공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외벽은 스터코플렉스의 색상을 구분하여 사용하고, 입구 쪽 면은 청고파벽돌로 마감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들도록 했다.
PLAN
1F – 96.27㎡ ATTIC – 15.91㎡ / ① 현관 ② 거실 ③ 주방 ④ 안방 ⑤ 다용도실 ⑥ 욕실 ⑦ 방 ⑧ 주차장 ⑨ 다락
HOUSE PLAN
대지위치 ▶ 경상남도 밀양시
대지면적 ▶533㎡(161.23평) | 건물규모 ▶ 지상 1층 + 다락 | 거주인원 ▶ 2명(부부+반려견)
건축면적 ▶ 96.27㎡(29.12평) | 연면적 ▶ 96.27㎡(29.12평)
건폐율 ▶ 18.06% | 용적률 ▶ 18.06%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5.8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경량목구조 2×6 구조목 + S.P.F 구조목(벽), 2×10 구조목(지붕)
단열재 ▶ 그라스울
외부마감재 ▶ 벽 – 스터코플렉스, 청고파벽돌 / 지붕 – 컬러강판
담장재 ▶ 단조난간
창호재 ▶ KCC 이지스 47㎜ PVC 삼중창호(외부 랩핑)
에너지원 ▶ LPG
조경석 ▶ 현무암 디딤석
내부마감재 ▶ 벽 – 대우 벽지 / 바닥 – 예림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8WATT, 계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몬세라믹, 8WATT
주방 가구·붙박이장 ▶ 제작 가구 | 조명 ▶ 노르딕네스트, 비츠조명
계단재·난간 ▶ 멀바우 + 목재 난간
현관문▶ 코렐 단열 도어
중문 ▶ 영림도어(비대칭 여닫이 + 필름지 부착 + 망입유리 + 도무스 손잡이)
방문 ▶ 경신창호산업 + 필름지 부착 + 도무스 손잡이
데크재 ▶ 합성목재
구조설계(내진) ▶ 태건엘티디 김일동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 ▶ 밈스페이스(MEMESPACE) 010-7490-1180 www.memespace.co.kr
총공사비 ▶ 1억8천만원(설계비, 조경, 토목공사 제외)
단정하게 꾸민 내부. 문손잡이를 포함해 경첩, 조명, 수전 등 액세서리를 블랙 컬러로 맞추어 공간마다 통일감을 주었다.
전면창으로 환한 빛이 드는 거실. 층고를 높이고 경사 지붕의 천장 기울기를 그대로 사용하여 실제 평수보다 더욱 넓어 보이도록 했다.
SECTION
① 현관 ② 거실 ③ 주방 ④ 안방 ⑤ 다용도실 ⑥ 욕실 ⑦ 방 ⑧ 주차장 ⑨ 다락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다락 계단은 거실이 아닌 다용도실 쪽에 배치해 내부 공간을 방해하는 요소를 줄였다. 이는 겨울철 다락으로 올라가는 열도 잡을 수 있었다.
주방에는 상부장 대신 오픈 선반을 두어 아내의 애착 접시와 그릇 등을 디스플레이하였다. 바닥은 포세린 타일을 사용하여 싱크대 아래 튀는 물기로 인한 미끄럼을 방지했다.
곳곳의 창으로 자연을 들인 방
다락에서 본 계단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도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고, 필요한 물건은 배송받을 수 있으니 시골로 왔다고 해서 딱히 불편함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이곳에 와 우리 부부가 얻은 게 더 많죠.”
집은 완공되었을 때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살아가며 완성해 나가는 것이라는 설계자의 말처럼, 나날이 전해오는 부부의 즐거운 일상은 앞으로 이곳에 쌓일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취재 _ 김연정 사진 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56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