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유리코의 음악을 처음 알게 된 건 2-3년 전 MBC-FM ‘윤상의 음악살롱’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면서부터였다. 매주 월요일 아침, 클래식 음악을 소개해주는 내 코너의 제목은 ‘어느 멋진 날’(One fine day)이었고, 인서트(오프닝) 음악은 아코디언의 선율과 현의 화음이
로맨틱하게 들려오는 매우 감상적인 곡이었다.
방송 첫 날부터 난 이 아름다운 곡과 함께 미끄러지듯 방송 프로그램 속으로 빠져 들어갔고
그 후 1년 반 동안 매주 이 음악과 함께 월요일 아침 방송을 시작하곤 했다.
이 곡의 제목은 'Le Sourire de Paris'.
(원제는 ‘파리의 미소’, 한국어 번안 제목은 ‘에뜨랑제의 휴일’) 바로 나카무라 유리코의 작품이었다.
이 곡은 특히 나카무라 유리코의 작곡가로서의 창조적 재능
그 중에서도 특히 회화적 재능 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을 들으면 파리 센 강변의 그 섬세한 아름다움과 훈훈한 미소가 바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파리의 거리 풍경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이 곡만 들으면 무심결에 추억에 빠져든다.
이후 나카무라 유리코의 수많은 앨범들 중에서
'Dear Green field'와 어쿠스틱 카페 앨범과 난 인연을 맺었고
천부적인 멜로디 메이커인 그의 순수한 감성과 끊임없는 창작욕 그리고 지성적인 면모를 읽었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려고 하는 나카무라 유리코의 새로운 앨범은
자작 곡이 수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이미 세상에 잘 알려진 명곡들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그의 대표작들과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클래식, 재즈, 영화음악, 뮤지컬, 비틀즈의 팝송, 한국 가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는 곡들이 프로젝트 그룹인 ‘어쿠스틱 카페’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트리오 중심으로 연주되어 편곡의 묘미도 느껴 볼 수 있다.
첫 곡은 주디 갤런드의 노래로 처음 울려 퍼졌던 해롤드 알렌의 곡으로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가인 ‘Over the Rainbow’. 이 오프닝 곡은 이 앨범의 전체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리코 나카무라 음악을 이해하는데 열쇠가 되어준다.
바로 유리코 나카무라의 음악이 갖고 있는 건강성이다.
여타 뉴에이지 계열 작곡가들에 비해 결코 슬픔이나 짙은 감상성을 흩뿌리지 않고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와 음악 세계를 제시하는 그를 대면하게 해준다.
비틀즈 곡으로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함께 만든 ‘Day Tripper' 역시 그러하다.
세 번째 트랙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클래식 작품이다.
라흐마니노프가 말년에 가장 마지막으로 작곡한 가곡집중 마지막 곡은
가사가 없는 곡으로 ‘아’ 모음만으로 부르게 되어 있다.
원 곡은 소프라노와 피아노를 위한 가곡이지만 곡이 너무나 좋기 때문에
피아노 독주, 클라리넷에서 바이올린, 오케스트라 편곡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버전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유리코 나카무라가 연주하는 러시아적 향수는 또 어떤 모습인지 귀기울여 보자.
이외에도 클래식 소품은 다섯 번째 트랙인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안달루사’와
모리스 라벨의 ‘파반느’가 있다.
‘안달루사’는 그라나도스의 ‘12개의 스페인 무곡’중 제5번으로 이 곡 집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안달루사의 풍광을 노래한 이 작품은 ‘파리의 미소’에 이어
역시 풍경화 스케치에 능한 나카무라 유리코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라벨의 ‘파반느’는 원제가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로 라벨이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벨라스케스가 그린 어린 황녀의 초상화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는 설도 있는 곡.
파반느는 16세기 초에 궁중에서 유행한 춤곡으로
공작처럼 우아한 위엄을 갖고 춤춘다는 뜻을 갖고 있다.
특히 이 세 곡의 클래식 곡들은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트리오로 편곡해 연주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나카무라 유리코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고요하지만 새로운 도전 정신마저 느끼게 한다.
나카무라 유리코의 라틴적 감성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연서인 조셉프 카예의 ‘아마폴라’에서도 빛난다.
원 곡은 테너가 부르는 스페인의 성악곡이지만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삽입 후엔 우리에게 연주곡으로서도 낯익다.
이번 앨범에는 재즈 명곡들도 수록되어 있다.
네 번째 트랙은 보사 노바의 창시자이자 황제 안토니오 카를루스 조빔의 불후의 명곡
‘The Girl from Ipanema'.
트리오로 듣는 ‘이파네마에서 온 그녀’가 무척 참신하며
재즈 피아노의 대가 빌 에반스의 곡인 'Waltz for Debby‘도
재즈 곡이라기보다는 클래식에 가까운 편곡으로 담겨있다.
프랑스의 영화 음악 거장 미셸 르그랑의 ‘쉘부르의 우산’의 주제가인 'I'll Wait for you' 와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메들리는
이 앨범이 담고 있는 서정의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있다.
‘원 핸드, 원하트’로부터 시작되어 ‘마리아’ ‘아메리카’ ‘투나잇’ ‘원 핸드, 원 하트’에 다시 다다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메들리에서는 주인공 토니와 마리아의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앨범에는 ‘어쿠스틱 카페’ 멤버들의 자작곡들도 담겨있다.
바이올린을 맡은 노리히로 츠루의 ‘마지막 카니발’이나
피아노와 첼로를 맡은 나카무라 유리코와 오시히코 마에다의 ‘Long Long Ago’는
모두 지난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체 레퍼토리에 조응하는 아름다운 브릿지 곡들이다.
마지막 트랙인 ‘마그놀리아’는 놀랍게도 한국 가곡 ‘목련화’다.
한국 가곡의 왕이라 할 수 있는 ‘가고파’의 작곡가 김동진 선생의 곡으로
처음 이 ‘목련화’를 소개받은 유리코 나카무라는
한국 가곡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2003년 8월 호암 시티 페스티벌에서
이 곡을 앙코르로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유리코 나카무라의 신작 앨범 ‘당신의 추억을 위하여(For your memories)’에 선곡된 곡들은
첫댓글 어쿠스틱 카페
음악이 너무 감미롭네요,,
커피 한잔과 함께
아름다운 음악 들어봅니다
감사합니다
더운 여름
건강 챙기시구요
션~한 시간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보람있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