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1월의 일기, 작은 다짐
“서울 가면, 보고 싶은 친구들이 있는데...”
2022년을 마지막 보내고 2023년을 새롭게 맞는 그 이틀을 함께 하다가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카니발 우리 차를 같이 타고 가던 영희가, 우리 일행들 다 들으라고 그렇게 말을 끄집어냈다.
그런데 말 뒤끝을 흐리고 있었다.
그래도 연장인 내 눈치를 봐서 그러는 것 같았다.
“오라 캐!”
단도직입적으로 그리 답해 버렸다.
누구를 보고 싶어 하는지 묻지도 않았다.
궁금할 것도 없었다.
누가 되었건 간에, 어차피 거절할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그 답에 힘을 얻었던지, 뒷좌석의 영희가 즉각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속닥속닥 거리고 있었다.
사실은 영희니 옥련이니 해서, 서울에서 내려와 그 연말연시의 이틀을 쭉 같이한 일행들은 따로 서울로 올라가게 하고, 우리는 고향땅 문경에 떨어져 있으면 그만이었다.
지난해인 2022년의 마지막 날에 문경새재 옛 과것길을 해발 650m의 백두대간 영남대로 제 3관인 조령관(鳥嶺關)까지 오르고, 올해인 2023년의 첫 날에 해발 273m의 돈달산에 올라 해맞이를 한 것만으로도, 나와 아내로서는 할 일을 다 한 셈이 되기 때문이었다.
“안 돼요. 서울 같이 가요. 가서 시무식도 같이 하셔야 해요.”
영희와 옥련이 그 둘이 한 목소리로 해대는, 그와 같은 등쌀을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또 한데 어울려 서울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무식 핑계로 가게 된 것이, 영희네 동네인 서울 강북 수유리의 명문 고깃집인 ‘문가네’였다.
영희가 보고 싶다고 했던 친구들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재경문경시산악회가 창설되면서 인연이 된, 문경 고향 후배고 학교 후배인 김철식이고 고창훈이고 그랬다.
특히 그 둘 중에 선배가 되는 김철식 친구는 지난 연말에 내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송년 인사까지 했었다.
다음은 그 인사말이다.
‘선배님 덕분으로 올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즐겁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짧지만, 정이 철철 넘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직접 연주한 클라리넷 연주곡을 파일로 덧붙여주기까지 했다.
매년 연말이면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Auld Lang Syne’이라는 곡이었는데, 그 영상에는 참으로 귀한 편지까지 담겨 있었다.
다음은 그 편지글 전문이다.
다시 한 해가 가네요. 돌아보면, 속상하고 아쉬웠던 일들도 많았습니다. 때로는 슬픔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절망감에 낙담하여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남몰래 눈물을 훔친 시간도 너무 힘겨워 주저앉고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중한 당신이 곁에 있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주셨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흘러가는 시간이 허무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도 보았습니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 가슴 벅찬 봄날이 있었고, 힘겹지만 비뚤어진 나라를 바로잡는 성과를 내기 시작 했지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보내는 임인년 해에 아픔도 슬픔도 서운함도 절망과 상처 미움도 불쾌하였던 기억들도 다 보따리에 꽁꽁 싸서 실어 보내세요. 그리고 오직 아름다웠던 기억들만 간직하세요. 이제는 당신의 새해를 축복합니다. 건강하시길 빕니다. 행하는 모든 일 위에 부처님과 하느님의 은혜가 가득하시길 빕니다. 무엇보다도 가정에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소망으로 가득 찬 새해의 출발을 빕니다. 그리고 새해의 모든 날들이 보람으로 가득차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올 한해 당신이 있어서 행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22년 한해를 보내면서...Adieu! 2022 Goodbye... Adieu! 2022!! 김철식 드림 2023 Happy New Year 감사합니다. 김철식//
연주도 감동이었지만, 그 편지글은 더 감동이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그 둘을 맞았다.
“여기는 제 나와바리입니다. 아무도 나서면 안 됩니다.”
영희가 일찌감치 그렇게 이날 고깃값을 덮어쓰고 있었다.
질펀한 저녁 판이 되어 질 수밖에 없었다.
그 끝판에, 내 이렇게 다짐했다.
“올 봄에 있을 산악회 시산제에는, 내 꼭 갈게.”
2023년 새해 첫날에, 내 공개적으로 털어놓은 작은 다짐이었다.
첫댓글 딜다 보다가 수유리에서 문가네 정육식당에서 지난
일요일 오르리산우회서
하산주와 식사를
한 곳인데 문가네 정육식당과 어떤 인연인가?
울지도않고
잘들놀고있네.
우리는 점심먹고
날씨가 좋아 영강변 걷고 있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만들어가요.
휘덕아,
혹 술 한 잔 한 친구 있으면,
데불고 문경 온나.
내 오늘 술 한 잔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