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벗씨와 신천에서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서공원 여기저기에 많이 심겨져 있는 맥문동이란 화초가 눈에 들어왔다.
밤이었지만 보라색 꽃이 만발하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손을 잡고 걷던 벗씨가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며 말을 꺼냈다.
지난번에 루도비꼬의 집에 자원봉사 활동을 갈 때 들은 얘기란다.
대구흥사단 임모 회장님과 같이 차를 탔는데 그분이 직접 겪었던 얘기라면서...
“한날 제가 등산을 갔는데요. 어느 고즈넉한 곳에서 난초 군락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요?”
“순간 너무 기쁜 나머지 제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그 친구는 당시에 난초에 푹 빠져서 거의 1억 원어치 정도의 난초를 모으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요?”
“바로 전화를 했죠? ‘야, 친구야! 기쁜 소식이다. 내 지금 산에 왔는데 신기하게도 그 귀한 난초가 천지삐까리다.’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요?”
“당장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폰카로 사진을 찍어서 보냈죠.”
“그래서요?”
“사진을 보더니 흐릿해서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요?”
“다음에 바로 날 잡아서 둘이서 직접 현장으로 또다시 달려갔죠. 흥분된 마음으로 낑낑대면서.”
“그래서요?”
“산에 올라가서 현장을 확인시켜 줬더니, 그 친구 하는 말이 내, 원, 참...”
“그래서요?”
“‘야, 이 친구야! 이건 맥문동이잖아! 너는 난초하고 맥문동도 구분 못 하나?’ 이러는 겁니다. 내, 원, 참...”
“그래서요?”
“뭐가 ‘그래서요?’ 래요? 그랬다는 얘기죠.”
나는 벗씨한테 이 얘기를 듣자마자 웃음이 터져서 입이 째지는 줄 알았다.
참으로 재미있으면서도 허탈한 얘기였다.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돌아오기가 바쁘게 이렇게 적고 있다.
대구흥사단 임모 회장님이 누구신지 궁금하시죠?
저도 아직 잘 몰라요.
맥문동이 귀한 난초라...
히히.
2010년 8월 3일
멋진욱 서.
첫댓글 그 흔한 맥문동하고 닮은꼴 취급당한 난초님의 자존심께서 팍 상하셨겠는걸요? 낄낄
꽃 이름이 동네 이름 같아서 어울리지 않은 느낌을 받았어요. ㅎㅎ
맥문동이 난초 아닌가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너무 흔해서 난초 축에 안 낑가 주는가 봅니다. 히히.
제가 알기로 맥문동은 백합과이고요... 난초는 난초과입니다. 푸르고 쭉뻗은 잎이 난초랑 많이 닮아서 예전에 난초로 속이고 팔기도 했다는 전설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