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의 비밀
김윤선
대문 앞에 들어서면 둘만 아는 비밀 신호로 소통을 한다.
주인 만 알 수 있는 자물쇠는 비밀을 통해 입을 열지만, 어쩌다 실수하면 입을 꼭 다물고 시치미를 뗀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 못 하는 밴댕이 속이다. 실수! 하며 잘못했다고 하면 좀 천천히 기다리라며 닫혀있던 입을 서서히 열어 준다. 무거운 쇳덩어리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취를 감추고 자기만의 문자를 눌러 입을 열게 한다.
사람의 입도 금고와 같다. 금고 열쇠는 이중 삼중 잠겨있어 신중하게 열어야 한다.
마음에 담아둔 언약이나 재산 문서 등 모든 것이 금고에 들어있다. 입을 잘 사용하면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잘못 열었다간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국민의 혈세로 살아가는 권력자들, 사회의 거물급들은 입 안에 담아둔 비밀 자물쇠를 잘못 열었다간 천지개벽이 일어날 수도 있다.
입은 칼과 도끼가 되어 흉악범이 되었다가 때로는 일확천금을 창출해 내는 재벌이 될 수도 있고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옛 속담도 있다.
지난 전두환 정부 시절 부하 장세동은 내 입을 열면 세상이 다 뒤집혀 진다고 했다. 무슨 비밀문서가 입 안에 들어있기에 입을 열지 못할까, 상관의 죄를 다 뒤집어쓰고 감옥으로 가면서도 비밀 문을 열지 않았다. 국민이 알면 세상이 뒤집힐 만큼 분노할 큰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일까, 무덤까지 가져가야 하는 입 속의 자물쇠를 잠그고 있으니 의문의 꼬리가 일파만파 물고 다닌다.
장세동은 바위 같은 무거운 비밀을 끌어안고 어떻게 살아갈까.
사회의 부도덕한 행위나 불륜의 관계처럼 몸의 자물쇠를 잘못 사용하여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길로 몰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아왔다. 가벼운 생각으로 순간의 쾌락에 끌려 자신의 자물쇠를 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세상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자기 몸속에 숨어있는 비밀이 탄로 날까 생명까지 끊어야 하는 모습에서 씁쓸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사리사욕을 제어하지 못해 유혹의 늪에 빠져 평생 씻지 못할 오명을 쓰고 죄인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오늘의 사람들이다.
지난날 남편은 동네 통장을 30년 넘게 하며 조방의 터줏대감으로 봉사를 해왔다. 한 아파트에서 4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동네 힘든 일을 몸소 실천하여 봉사를 해왔다. 태풍과 재난이 생겼을 때 또는 큰 사건과 사고가 일어날 때 제일 먼저 경위를 알아보고 일을 처리 하였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의 유혹이 있었다. 선거에 도움을 요청하며 엄청난 금액이 오갔다. 그러나 그 낌새를 알아차린 남편에게 한 푼의 검은 돈을 받으면 네 아들을 죽이는 행위라고 못을 박았다. 어디를 가도 비밀이라는 돈은 사람의 발목을 잡고 자유롭지 못하다. 그 비밀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죄인처럼 가슴 조이며 살아야 한다.
자정이 다된 어느 날 남편이 두둑한 봉투를 내밀며 어느 후보자가 아무도 몰래 호주머니에 넣어 주더라며 내놓았다. 순간 올 것이 왔구나, 당장 그 집에 가자고 하니, 자정이 넘었으니 날이 새면 가자고 사정을 했다. 다음 날 당장 그 집으로 가서 봉투를 돌려주며 쓴소리를 하였다. 그분은 “남자끼리 한 비밀을 꼭 집에 알려야 합니까?” 남편은 못 들은 척할 때 “뭐요, 그렇게 자신이 없으면 왜 출마를 해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사람을 뭘로 보고.” 상대방은 얼굴이 붉어지며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어느 겨울 우리 아파트 앞쪽 한국가스에서 큰불이 날 뻔했다. 소방차가 몇 대 왔지만 비밀리에 껐고 우리 아파트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늘 가스 집 물러가라고 데모도 하는 판에 행여 동네 사람들에게 그 사건이 탄로 나면 끝장이라는 판단을 하고 쉬쉬했을 것이다. 남편은 순간을 다 보고 알고 있었으니 가스 책임자가 남편에게 최고의 아파트를 사 줄 테니 이사 가라고 하였다.(당시 아파트 값이 3천 5백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8억 시세며 재건축에 들어갔다.) 명절 날 물러서 갔더니 선물이라고 작은 박스를 주며 집에가서 뜯어보라고 했단다. 박스가 무겁고 좀 이상한 예감이 들어 밖으로 나와 살짝 찢어보니 돈뭉치였다고 했다. 지난날 아파트 산 준다고 했던 엄청난 돈에 잠시 유혹에 망서렸다고 한다. 그러던 순간 아내의 말에 기가 질려 다시 사무실로 가서 던져놓으며 사람을 뭘로 보느냐며 큰소리를 치고 나왔다고 한다.
당시 아들 넷 등록금과 장사밑천이며 어려운 시기였지만 내일 먹을 땟거리가 없을망정 내가 땀 흘려 벌지 않은 돈은 가슴에 암 덩어리가 된다. 평생 장사를 하면서 거짓이 판을 치고 남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몰래 숨겨 파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가 일어났다. 그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얼마나 가슴 조이며 아파할까. 때로는 서울에서 화물 직원이 잘못하여 남의 물건이 수시로 우리 점포로 온다. 그때마다 서울 점포에 전화를 걸어 주인을 찾아 준다. 금싸라기 같은 물건을 해 놓고도 분실하는 일이 우리도 허다했다. 그 많은 물건을 잃어버리고 애를 태웠던 순간을 생각하면 같은 시장에서 뻔히 우리 물건인 줄 알면서도 팔아먹은 사람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남의 물건이 올 때 늘 나보다 잃어버린 그들을 생각하게 된다. 오랜 장사를 하면서 남의 물건을 탐하고 남의 단골을 이간질하여 빼앗아 가던 사람들은 서울 거래처며 이웃들에게 큰 빚을 지고 오명을 쓴 채 사라져 갔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가스사무실 전무도 상무도 오지 못할 먼 곳으로 다 가 버렸다.
가끔 그 앞을 지날 때면 휑한 바람 속에 덩그러니 낯선 직원들만 한두 명 있는 자리, 그 비밀은 우리만 아는 자물쇠를 채워 놓고 있다.
세상의 비밀은 오래 갈수록 암 덩어리가 되어 자신을 죽이는 행위가 된다. 만약 그 돈을 받았다면 중병이 되어 오랫동안 정든 곳에서 살지 못했을 것이다. 선량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속여 가짜가 진짜를 죽이는 세상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물질 만능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아들 넷은 현장에서 땀 흘리며 자신의 직분에 성실히 살고 있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가슴에 못이 되는 수치는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혈세를 받는 위정자 들은 권력을 휘둘러 온 세상을 거짓으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일확 천금이 부정으로 오고가는 코인으로 세상을 벌집을 쑤셔 놓은 듯 하다.
국회에 가서 국민들을 편하게 잘 보살피라고 보낸 국회원이 비밀리에 자기만의 일확 천금을 손아귀에 넣고 자신의 해야 할
업무는 내 팽개친 채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거짓은 진실 앞에 무릎을 꿇인다. 땀으로 곡식을 심어 정성으로 거두어들이는 자연의 순리를 알게 하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꿈을 펼쳐 갈 내 자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밝은 내일을 만들수 있는 힘과 용기를 심어 주는 것이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아는 비밀 악의 부정 부패는 내 자신을 망치고 세상을 망치고 미래의 아들 딸들을 죽이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하고 살아야 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첫댓글 거짓은 진실 앞에 무릎을 꿇는다.
요즘 세상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말입니다.
선생님의 치열하고 정직한 삶에 경의를 표합니다.
늘 치열한 봉사 활동을 하시는 이 국장님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