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초 대구에서 「성연(星然)문화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10여명의 회원들에게 명상호흡을 가르치는 김성한씨를 찾아보았다. 마침 회원들이 모이는 토요일이어서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내려온 회원 예닐곱명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다들 나이가 40~50대에 해당하는 회원들은 그를 깎듯이 「선사(禪師)님」이라고 부르며, 지극히 존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구에 본부를 두고 있는 대한초능력학회 관계자들에 의하면 김선사와 그의 회원이자 제자들은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즉 그의 제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김선사가 텔레파시로 이를 감지하고 전화를 걸어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등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그들 사이는 보통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김선사가 손수 끓여준 녹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중학생때 초능력 실험을 보인 이후 그동안 행적이 끊겼는데 어떻게 지냈습니까?
『그냥 학생으로 지내다 고1때 자퇴했습니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다 많이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런 쪽에 연구를 기울여왔습니다. 특히 국가나 이념의 문제와 상관없는 자연과학에 커다란 매력을 느꼈던 거지요』
독학으로 일반물리와 화학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그는 최근 신기술을 필요로 하는 모기업에 자신이 고안한 기술을 전수시켜 주었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에는 회원들의 수행기간을 단축시켜주기 위해 바이탈 펄스(Vital Pulse) 비르 (BIR, Bio―Energy Rotator) 등 자기장 형성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들 기기는 체내의 기문(氣門·기를 통하게 하는 혈)을 열어주는 한편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그러는 한편 김선사는 물질 소멸(있던 물체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것), 초공간전이(물질을 순식간에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는 현상) 등의 능력을 현실 과학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선가(仙家)의 도술」을 과학화시키는 작업이다. 몇해전 기의 과학적 규명과 물질의 소멸 및 초공간전이 실험에 성공,『기 과학』이라는 연구책자를 낸 부산 동의대 李相明교수(화학과) 역시 성연문화원의 회원인데 김선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김선사의 능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고, 언제 자신이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까?
『저의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입니다. 어릴 때는 생각없이 초능력을 사용해왔는데 84년에 유리겔라라는 사람이 행한 실험을 보고 나와 비슷한 종류란 것을 알았습니다』
―선도에서 말하는 호풍환우(呼風喚雨), 혹은 물질소멸이나 복원창조가 가능하다고 하는 중국의 張寶勝, 인도의 사이바바 같은 이의 능력이 실제로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초능력은 쓸데없이 사람들의 욕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수행(도 닦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생기억과 유전자 정보
이상하게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초인들은 그 공력(功力)이 깊어질수록 능력을 감추거나 아예 「현상능력」(눈으로 보여주는 초능력)을 무시하려는 공통점을 보인다. 김선사는 자신이 더이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초능력자로 보이기를 원치 않는 듯했다. 그가 초능력보다는 명상수련에만 전념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단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유심히 훑어보았다. 무척 특이한 용모다. 피부가 백인처럼 흰 데다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회갈색을 띠고 있다. 『원래 그렇게 생겼느냐』고 머뭇거리며 묻자, 김선사는 미소를 지으면서 『선천적으로 멜라닌 색소를 부족하게 갖고 태어나서 그럴 뿐』이라고 가볍게 답했다. 이제부터는 도인 김선사를 탐색해볼 차례였다.
―김선사가 가르치는 「호흡명상」이란 것은 어떤 것이고 무엇을 추구하는 것입니까.
『지금처럼 물질문명에 치우쳐 몸과 마음을 따로 분리하는 사고에서는 인간의 내적인 세계가 무질서하게 변해 파괴적이고 소모적이 됩니다. 무질서하게 변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질서 정연하게 잡아주는 것이 호흡명상법입니다. 이 방법을 통해 진정하게 슬기롭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자는 것이지요』
김선사는 특히 육체적 건강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마약이나 음주를 한 상태에서 몸이 심리에 영향을 주는 것은 몸과 마음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위해서 김선사는 철저한 식이요법을 강조한다. 채소, 과일, 해초류 등 완전한 채식을 하고 육식은 절대 금지다. 육류 섭취를 중지하면 마음의 살심(殺心)과 나쁜 근성을 약화시키고 선한 마음을 드러내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그는 또 사람의 몸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이 체질은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유전인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즉 사람의 유전인자는 전생, 부모의 형질, 그 지역의 환경과 음식, 나아가 지구의 공전과 자전, 달의 인력 등 모든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유전인자는 호흡명상을 통해 내적인 기운을 운행시켜 질서있게 조절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김선사는 제자들이 유전자 질서를 바로 잡도록 도와 주기도 한다고.
―간판에 쓰인 성연(星然)이란 말과 호흡명상법은 어떤 관계가 있는 말인가요.
『세상 밖의 세계를 인식하고(星), 자연을 사랑하며(然) 살자는 뜻입니다. 사실 우리 수련법 자체가 고정관념, 집착, 선입견 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자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상 연관이 있겠지요』
「성연」이란 화두로 종내 묻고 싶었던 것을 슬쩍 끄집어냈다. 그것은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UFO 우주인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김선사 주위에는 그가 우주인과 접촉한 것 같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다만 이 우주는 크고 넓으며 지구와는 다른 우주문명의 존재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우주인의 존재에 대해 지구인들이 마음을 닫아놓을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내면적으로 이들과 교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96년 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