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봄 자연속학교 되돌아보기]
긴장과 행복 속에 코로나19 해, 봄 자연속학교(5.25-5.30)를 마쳤다. 코로나19로 미루다 미룬 봄 자연속학교는 살피고 살핀 끝에 5월 20일 개학과 함께 가기로 결정되어 기존 활동과는 다른 교육활동 밑그림을 그리고 어느 때보다 긴장 속에 다녀왔다. 자연속학교 때마다 아이들 안전과 건강을 맨 앞에 두고 활동을 하지만 올해는 어느 해보다 코로나19에 대한 대비책과 혹시나 모를 상황을 생각해야 했다. 코로나19 해라 더 특별했지만 참 행복했고 소중한 추억과 감성이 가득채웠다.
첫 봄 자연속학교에서 쑥 자라는 주인공들
교육과정 변화로 시작한 학제의 변화로 6학년 교육과정을 초등과정에서 분리해 운영하는 첫 해라 6학년은 올해 겨울 자연속학교만 참여하게 되어 이번 봄 자연속학교는 같이 가지 않는다. 특별하게 사흘 밤 나흘 낮으로 참여하는 1학년은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춰지고 돌봄교실로 수업이 이뤄지면 학교 적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학교에서 따로 학교살이 자연속학교를 열기로 해서 화순에 내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2학년부터 5학년까지만 함께 지내는 특별한 자연속학교가 됐다. 외계인 막내들이 없고, 청소년 같은 6학년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5학년들이 이끔이 노릇을 하며 부쩍 자라고, 동생들이 함께 적극 참여하는 자연속학교였다. 정말 누리샘 5학년들이 초등과정 가장 큰 형으로 쑥 떠올랐다. 함께 일하고 놀며, 먹고 자는 생활에서 언제나 모범을 보이며 마음을 내주어 어느 해보다 평화롭고 자람이 보였다.
코로나19 자연속학교의 특별함
기후위기와 바이러스는 인류생존을 걱정할만큼 우리 삶에 쑥 들어왔다. 문명, 교육, 삶의 전환을 말하는 때이지만 가깝게는 만남을 꺼려야 하는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의 교육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하게 알았다. 여행과 현장체험학습을 모두 미루고, 제도권학교 등교가 아직 전부 이루어지지 않은 때이지만, 교육부의 60명 이하 작은학교는 개학할 수 있다는 결정에 근거해 개학을 했고, 코로나19 청정지역인 화순으로 가는 자연속학교를 다녀온 것은 특별하다. 까닭은 교육공동체의 믿음과 지원, 격려가 있기에 부모와 가족을 떠나 자연 속 여행기숙학교가 가능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연속학교 교육활동에 참여 여부에 대한 부모님들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아이마다 상황에 따라 참가 유형이 다르기도 했지만 자연속학교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에 대한 믿음은 한결같았다. 바탕에는 교사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가득했음을 모르지 않는다.
따듯한 인연과 품으로 더 풍성한 화순
화순에서 봄 자연속학교를 연지가 6년째가 되어가니 쌓여가는 인연으로 더 풍성해졌다. 우리 아이들을 안아주고 반겨주는 마을과 사람들의 품이 있는 곳으로 자연속학교를 가는 까닭이 어느 때보다 충분하게 살아났다. 6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아이들에게 푸짐한 새참을 안기는 양승오 아저씨, 무등산 자락 만연산 알프스 숲 체험원을 삼 년째 우리 아이들에게 기꺼이 안내해준 노대승 선생님, 지난해 맺은 인연으로 화순 참기름 들기름을 보내주고 이번에는 큰 고창수박을 네 통이나 안겨 더위를 날리게 해준 지오초등학교 장지영 선생님, 4년 동안 잠을 잤던 수만리 들국화마을 어른들과 두부 만들기, 아이들에게 기꺼이 텃밭 일을 맡겨주시고 든든한 새참을 안겨주신 작두콩 농부 아저씨와 지난해부터 인연을 맺은 이서면 야사리 식구들이 화순 자연속학교를 따듯한 인연과 넉넉한 품이 살아있게 만들었다. 미안함이 고마움이 가득하고 두고두고 서로 갚아가야 할 은혜이다.
아이들 속에 빠지고 호흡이 눈부신 교사들
여섯 명의 교사들의 호흡은 자연속학교 때마다 그렇듯 눈부시게 아름답다. 먼저 몸과 마음을 내어 부지런히 움직이는 교사들이 없다면 자연속학교는 열 수가 없다. 24시간 교육을 하는 교사처지에서는 아이들에게 선생이자 부모다. 아침 저녁으로는 부모가 되고, 낮에는 선생이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해야 할 몫을 자연속학교에서는 선생들이 대신한다. 부모님들에 비하면 부족한 보살핌이지만 교사들에게는 엄청난 긴장감과 무게로 아이들을 들여다보며 살핀다.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따로 이야기를 나눌 게 있는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아이들과 일하고 놀고 밥하고 글쓰고 그림 그리고 운전하고 잠자고 씻는 선생들의 호흡이 있어 아이들 속에 푹 빠질 수 있다. 호흡이 대단하니 여유로움도 만들어낸다. 함께 아이들을 지켜보며 차 한 잔 할 수 있는 봄 자연속학교의 여유로움은 오롯이 서로가 만들어내는 호흡에 있었다.
나에게는 어머니 없는 첫 봄 자연속학교이다. 지난해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를 생각 못할 만큼 바쁘게 보냈지만 고향 아니던가. 아이들과 고향집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알았다. 뭔가 다른 마음이 한 쪽에 자리하고 있음을. 머위 따고 마당에 풀을 잡고 텃밭에 옥수수를 심는 일 모두가 다르게 들어왔다. 갑자기 세상이 어머니 있는 세상, 어머니 없는 세상으로만 나뉘어진 듯한 기분 말이다. 아이들 웃음소리과 시끌벅적한 소리에 웃으며 틈이 나면 자꾸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음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