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맹사성
春
강호(江湖)에 봄이 드니 미친 흥(興) 절로 난다.
탁료계변(濁醪溪邊)에 금린어(錦鱗魚) 안주(安酒)로다.
이 몸이 한가(閒暇)하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夏
강호(江湖)에 여름이 드니 초당(草堂)에 일이 없다.
유신(有信)한 강파(江波)는 보내나니 바람이로다.
이 몸이 서늘하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秋
강호(江湖)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잇다.
소정(小艇)에 그물 싣고 를리띄워 더져 두고
이 몸이 소일(消日)하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冬
강호(江湖)에 겨울이 드니 눈 깊이 자히 남다
삿갓 빗기 쓰고 누역(縷繹)으로 옷을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님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어구풀이
-강호(江湖):강과 호수가 있는 곳. 곧 자연(自然)을 가리키는데 특히 은거
지(隱居地)를 이른다.
-탁료(濁醪):막걸리
-계변(溪邊) : 시냇가
-금린어(錦鱗魚) : 물고기를 아름답게 일컫는 말. 비단결 같은 비늘을 가진 물고기
란 뜻.
-역군은(亦君恩)이샷다 : 또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이샷다’는 ‘이도다’의 높임말.
-초당(草堂) : 안채와는 떨어져 세운 풀로 지붕을 이은 집으로 흔히 독서와 풍류
생활에 쓰이는 집.
-유신(有信)한 : 믿음성 있는. 믿음직한.
-강파(江波) : 강의 물결
-소정(小艇) : 작은 배 ‘정(艇)’은 길쭉하고 작은 배를 가르킴.
-흘리띄워 : 물결따라 흐르게 띄우고
-더져 두고 : 던져두고, 또는 버려 두고의 옛말.
소일(消日) : 어떤 일에 재미를 붙여 세월을 보냄.
-자히 : 자(尺)에 주격 조사가 붙은 옛말. 한자가.
-남다 : 넘다의 옛말.
-빗기 쓰고 : 비스듬히 쓰고.
-누역(縷繹) : 도롱이. 띠풀 따위로 엮어서 만든 비옷.
-칩지 아님 : 춥지 않음.
♣해설
<春>
초장 : 대자연에 봄 철이 돌아 오니 미칠 듯이 일어나는 흥을 참을 수가 없다.
중장 : 시냇가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노는데 안주는 물에서 잡은 싱싱한 물고기로다.
종장 : 이 몸이 이렇게 한가로이 즐김도 또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夏>
초장 : 대자연에 여름이 깊어가니 초당에 있는 나에게는 할 일이 없다.
중장 : 더위를 잊게 해 주려는 듯 미덥게 느껴지는 푸른 강물은
시원한 바람을 보내는 구나.
종장 : 이 몸이 더운 여름에 이렇게 초당에서 시원히 지내는 것도 또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秋>
초장 : 대자연에 가을리 깊어가니 고기마다 살이 쪄 있다.
중장 : 조그만 배에 그물을 싣고 물결 흐르는 대로 맡겨 놓고
종장 : 이 몸이 한가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음도 또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冬>
초장 : 대자연에 겨울이 깊어가니 내려 쌓이는 눈이 한 자가 넘는다.
중장 : 삿갓을 비스듬히 쓰고 도롱이를 옷 삼아 입어
종장 : 이 몸이 춥지 않게 지내고 있음도 또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전체감상
이 시조는 4스로 된 연시조로서 강호에서 자연을 즐기며 임금의 은
혜를 생각하는 내용으로 이로어진 것으로 춘사(春詞)에서는 강바람
을 마시며 초당에서 시원하게 보내는 강호의 생활을, 추사(秋詞)에서
는 작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며 하루를 보내는 강호의 생활을, 동사
(冬詞)에서는 눈 내린 경치를 감상하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강
호의 생활을 각각 묘사하고 있다. 즉 이 시조는 제목에서 보여주는 바
와 같이 자연 속에서의 네 계절의 즐거운 생활을 가 계절마다 한 수
씩 읊은 노래이다. 우리는 이 시조에서 자연속에서 은거하며 유유자
적한 생활을 즐기면서도 언제나 마음 속에서는 충군의 정신이 떠나지
않는 조선 시대 관리들의 의식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이는 벼슬에서
물러나면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언제든지 괴회만 생기면 권력의 세계
로 복귀하려는 조선 시대 관료들의 공통적인 현실주의 사상과 일맥상
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조 역시 강호한정(江湖閑情)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모두 임금님의 은혜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는 결국 완전히 자연에 몰입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 시조의 문학적 가치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연시조로서, 이 황의
‘도산십이곡’과 이이의 ‘고산구곡가’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또한
이 시조는 자연애(自然愛) 시조의 ㅊ히초의 작품으로 그 뒤 강호가
(江湖歌)라고 일컫는 일련의 자연 시조의 원류(源流)가 되었다는 점에
서 국문학적 의의가 높다 하겠다.
♣작가소개
맹사성(孟思誠, 1360~1438) : 자(字)는 성지(誠之), 호은 동포(東浦), 고
불(古佛), 온양 사람으로 고려조에 전교부령(全校副令)을 지낸 희도(希道)
의 아들로 권근(權近)한테서 글을 배웠으며 고려 우왕 때 문과에 장원으로
뽑히어 헌납중서사인(獻納中書舍人)의 벼슬을 지냈다. 이조(李朝)에 들어
와 세종 때에 좌의정(左議政)에 올랐는데, 성품이 청렴결백하여 평생에 치
산(治産)할 줄을 몰라 집을 비좁고 비가 샐 정도였다고 한다. 행차 때에도
수행을 시키지 않고 매양 소를 타고 다녔으며 평민적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고아한 인품을 소유한 재상으로 유명하며 음률(音律)에도 능통하여 날마다
피리를 잡고 즐기었다 하며, 말년에는 벼슬을 내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한가
한 생활을 보냈는데, 그 무렵에 지은 것이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등의 시
조이다.
첫댓글 군의 은총이다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